전도연 : “나처럼 되고 싶어 자기 미래 담보로 도장 찍겠다는 친구가 나한테서 본 게 예쁘고 화려한 거 밖에 없네. 나처럼 되는 거 어려운 거 아냐. 누가 너처럼 되고 싶게 하는 게 어려운 거지.”
– 카메오로 출연한 SBS 에서 –
여배우로 산다는 것. 그리고, 전도연으로 산다는 것.
전도연
전도연
강신혜 : 1990년에 청소년 잡지 에서 일했던 기자. 고3 시절 엽서응모에 당첨돼 에 상품을 찾으러 온 전도연에게 표지 모델을 권유했다. 전도연은 이를 계기로 CF에 출연하며 연예인 생활을 시작했지만, 당시 그녀는 연예인 생활을 오래 하겠다거나 반드시 배우로 성공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또한 그를 엄하게 키웠던 가족들은 데뷔 초 “CF에는 15초밖에 안 나오면서 무슨 밤을 새우냐”며 타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윤석 : 전도연이 출연한 CF를 보고 MBC 에 캐스팅한 감독. MBC 에도 그를 캐스팅했다. 전도연은 에서 밝고 당찬 캐릭터로, 故 최진영과 티격태격하는 연인이 돼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공채 탤런트가 아닌데 캐스팅됐다는 이유만으로 루머에 시달렸고, 에서는 유방암에 걸려 가슴을 일부 드러내는 연기를 한 것 때문에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한 은 연출자가 바뀐 뒤 새 연기자들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고. 예나 지금이나 신인 여배우는 자리를 잡기 전까지 이런 저런 마음고생을 하게 되는 듯. 다만 SBS 의 고흥식 감독과 박정란 작가는 “작가와 감독이 한 연기자에 대해 호감을 가지면 그 연기자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며 그를 설득해 출연시킬 만큼 신인 배우로서 나름의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한석규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당시 신인이던 전도연에게는 “반듯하고 깍듯하고 예외가 없는 사람”같았다고. 전도연은 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배우로서 확실한 입지를 마련한다. “벌려놓은 일은 많았는데 다 그럭저럭”인 상태에서 “연예인으로서 아무런 비전도 없이 무기력에 빠져”있었던 찰나 의 시나리오를 보고 무기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던 탓에 “전도연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애지 배우가 아니다”라는 세간의 말을 들으며 괴로워해야 했다고. 그러나 평범한 텔레마케터가 PC통신을 통해 사랑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1990년대 한국 영화가 발견해낸 젊은이들의 새로운 일상이었고, 전도연은 메모를 벽에 붙이거나, 봉투를 가위로 자르는 것과 같은 작고 평범한 일상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1990년대 후반 새로운 여성 캐릭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정지우 : 영화 의 감독. 영화 과 이 전도연에게 연기력과 흥행성 양쪽을 검증받도록 했다면, 는 “전도연이 전도연에게 ‘넌 이런 배우’라고 말해준 영화”. 평범한 생활을 하는 여주인공이 불륜에 빠져 아이에게 수면제 탄 분유를 먹이는 설정도 충격적이었지만, 전도연은 여기에 가족과 일, 자신의 인생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여성 캐릭터의 깊이를 더했다. 전도연의 연기는 작품에 보다 다층적인 깊이를 부여할 수 있는 여백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고, 그에게 “영화의 선택에 대한 어떤 경계”를 넘도록 해줬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언론은 “노출을 안하는 여자배우를 꾸짖다가 속 역할을 마치 실제 사생활인양 이야기”했고, 한동안 완성도 낮은 에로영화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왔다. 연기를 위해 노출을 하고,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줘도 그것이 대중과 미디어의 흥밋거리가 되는 여배우의 딜레마.

이혜영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여배우가 스크린의 꽃으로 인식 되는 게 여배우의 단명 이유 중 하나”라던 전도연은 “일상의 삶조차 영화의 한 부분 같은” 이혜영과 두 여자가 남성들의 세계에 거칠게 부딪치는 영화에 도전했다. 상대역인 정재영에게 쉴 새 없이 맞았고, 때론 욕설을 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 에서는 1인 2역 연기를 하고, 해녀 연기를 위해 직접 바다 속에 들어갔다. “눈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생각해 “이전 멜로 이미지와는 겹치지 않으려” 하면서 , , 등 다양한 함의를 가질 수 있는 작품에서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준 것. 의 류승완 감독이 “2천컷에 가까운 영화에서 리액션까지 계산한다”고 할 만큼 테크닉도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스스로 “대부분 ‘저 여배우 예쁘다’에서 시작하는데 난 ‘전도연 연기 잘한다’에서 출발”했다는 배우가 서른 즈음에 찾아낸 새로운 길.

이창동 : 영화 의 감독. 전도연은 의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할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이창동 감독은 “자신 있다고 했으면 오히려 믿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를 격려했다. 그리고, 전도연은 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에서 연기 잘하는 본인의 연기력을 과시하는 대신, “전도연, 연기 끔찍하게 잘해. 나무랄데 없이 잘해. 근데 그게 다야. 그러니까 제발 연기하지 마”라고 하던 이창동 감독의 말에 부합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건 속에서 관객이 알고 있는 전도연의 얼굴은 남기되, 전도연이란 사람이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린 듯한 연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도연은 남편과 아이를 잃었고, 누구도 마음대로 용서하지 못하며, 쉽게 위로조차 받을 수 없는 여성을 연기하는 것을 견뎌냈다. 어떤 남자 배우도, 여배우도 못하고 전도연만 넘어선 어떤 연기. 을 통해 “(전도연이)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는 걸 알았다”영화제작자 심보경의 말처럼, 그는 여배우의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갔다.

송강호 : 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전도연은 에서 송강호의 연기를 보고 객석에서 벌떡 일어났고, 송강호는 개봉 전 “설경구에게 이 있다면, 전도연에게 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말투 같은 자신들의 특징은 남기면서도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관객들은 에서 두 사람이 전도연과 송강호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들이 영화 속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몰입한다. 그들은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의 이름 대신 전도연의, 송강호의 ‘연기’로 기억되고, 작품이 더해질수록 점점 넓고 깊어진다. 그러나, 송강호는 , 와 더불어 처럼 액션과 코미디가 적절히 섞인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여배우는 그런 작품을 만나기 매우 어렵다. 전도연의 대중적 파괴력은 여전히 SBS , 처럼 멜로적인 요소가 전면에 나오는 드라마에서 가장 커진다. 연기는 둘 다 잘한다. 다만 성별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여전히 생각보다 크다.

강시규 : 전도연의 남편. “인생에서 사랑이 빠지면 죽는다”던 전도연은 “결혼은 일에 대한 도피”라 생각해 결혼과 함께 일을 그만두려 했었다. 하지만 “내가 일 외에 미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결혼에 인생을 모두 걸지는 않겠다고 생각했고, 그 때 강시규를 만났다. 전도연이 강시규와 가까워진 것도 을 촬영하며 “황폐한 내면이 나도 모르게 위로를 원할 때” 그가 많은 위안을 준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재밌으면서도 믿음과 신뢰를 함께 주는 남자”라는 게 전도연의 설명.

문소리 : “예쁜 여자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공황 상태”가 된다는 전도연이 처음으로 술을 함께 마신 여배우. 두 사람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통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문소리의 영화 는 촬영을 마치고도 오랜 기간동안 개봉되지 못했고, 전도연은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에도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아 힘들어 했다. 또한 전도연은 자신의 이미지 관리보다 작품을 먼저 생각하기에 CF에 많이 출연하지도 않는다. 폭 넓은 연기를 할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아이러니. 하지만 전도연은 “현장이 즐겁기 때문”에 여전히 일을 하고, 원로배우 황정순을 시상식에서 보고 “13년이나 일했지만 배우로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 줄 모르겠고, 시집가는 일밖엔 없겠다고 탄식한게 송구스러워” 울기도 했다. 데뷔 당시 연예인 생활을 오래할 생각도 없었고, 여전히 더 큰 인기를 얻겠다는 욕심도 없다는 이 배우는 그렇게 계속 연기하고 있다.

임상수 : 영화 의 감독. 는 개봉 후 찬반 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적어도 전도연이 없으면 만들기 불가능한 작품이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전도연 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배우 중 이런 작품을 선택할 배우도, 노출 연기를 과감하게 보여줄 배우를 찾기도 어렵다. 그리고, 세상사를 잘 몰라 “백치같다”는 말을 듣는 전도연의 극중 캐릭터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어떤 특성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어떤 배경 안에 있든, 전도연의 작품 중 상당수는 자신이 부딪치는 사건을 이겨내기도, 영악하게 피해하기도 어려운 여자가 겪는 이야기였다. 그 과정에서 전도연은 여성의 내적인 갈등과 고통을 통해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는 전도연이 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내면서 그것이 어떻게 대중과 만날 수 있는가에 대한 첫 번째 실험처럼 보인다. 언제나 대단했지만, 언제나 아슬아슬해야 했던 이 여배우는 를 지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Who is next
전도연과 함께 에 출연한 이미숙과 KBS 에 출연한 김재원이 함께 출연한 MBC 의 유진이 속했던 그룹 SES의 노래를 만든 유영진

10 Line list
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

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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