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추적>│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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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지친 남자는 젊고 싱싱한 남자에게 자신의 아내와 화려한 전성기를 빼앗겼다. 질투와 증오를 감춘 늙은 남자 앤드류(양재성ㆍ전노민)는 젊은 남자 마일로(박정환ㆍ이승주)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이고, 그가 구상한 새로운 탐정소설에 마일로를 끌어들이며 사나이들의 게임을 시작한다.

추리 심리극의 대가로 불리는 안소니 셰퍼의 연극 (Sleuth)이 5월 7일부터 6월 20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극작가인 안소니 셰퍼는 히치콕의 , 아가사 크리스티의 등 굵직굵직한 추리물의 영화각색자로도 유명한 인물로, 은 지난 2007년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가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지난 6일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의 프레스콜은 미스터리 추리 심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다양한 장면을 선보이진 못했지만, 두 남자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아래는 양재성, 전노민, 박정환, 이승주 네 배우와 이종오 연출이 함께한 의 공동인터뷰 내용이다.
짧은 공연 하이라이트로는 작품의 분위기만을 알 수 있었다. 은 어떤 작품인가.
이종오 연출 : 은 영국 심리극의 대가 안소니 셰퍼의 작품이다. 197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가졌고, 그해 토니상을 수상하였다. 앤드류와 마일로 두 남자의 심리를 담은 작품으로, 게임을 통한 남자의 증오와 복수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반전이 놀랍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기존의 영국과 미국 공연을 답습하기 보다는 한국만의 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작품이 좋아 선택했지만, 너무 힘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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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작품이다.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양재성 : 앤드류 역을 맡았는데, 나이에 비해 분량 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30년 전 을 했던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웃음)
전노민 : 데뷔 13년 만에 연극이 처음이다. 작품이 좋아서 선택하긴 했는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다. 특히나 앤드류와 마일로 모두 서로 극한상황까지 몰고 가면서 두 사람의 심리가 오르락 내리락거린다. 그런 면에서 힘들기도 하지만, 작품을 끝냈을 때는 좋은 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이승주 :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텐데, 결국 그게 악영향이 될 것이다. 나는 팀에서 막내고, 아직 애니까 (웃음) 열심히 해야 된다.

언급했듯, 전노민의 경우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다.
전노민 : 그동안 여러 곳에서 섭외가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망설였다. 좋은 기회가 되서 하게 되었는데 해보니 연습을 계속해야 되는 것도, 매일 라이브로 해야 되는 것도 너무 어렵다. 거기다가 2인극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원작에도, 영화 속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의 명성에도 어긋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앤드류와 마일로 두 캐릭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전노민 : 앤드류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배우로서 이런 역을 한번쯤 해봐야 살면서 ‘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앤드류는 과거에 정말 잘 나갔던 사람인데, 와이프도 전성기도 모든 걸 빼앗겼다. 그런데 그것을 빼앗아 간 사람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사람이고. 그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 상태에서 두 사람이 서로 밑바닥까지 떨어지다가도 다시 치고 올라오고 한다. 관객 분들도 서로의 입장에 대입해서 보시면 더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박정환 : 마일로 라는 젊은이는 앤드류의 젊은 아내와 내연의 관계다. 그런 상황에서 앤드류로부터 초대를 받는다. 그 두근거림이 어느 정도일까 싶다. 특히 현재는 무대에서 나를 얼마나 감추고 다르게 보일 수 있느냐를 많이 고민 중이다. 단순한 게임을 통해 두 남자가 어느 정도의 극단까지 갈 수 있느냐, 그 깊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승주 : 앤드류와 마일로는 신구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역시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은 신구의 대결이자, 사나이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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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각자 이 작품에 임하는 소회를 들려 달라.
양재성 : 무대라는 곳은 언제, 어디서 공연을 하느냐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2010년 서울의 을 만들기 위해 연출가와 배우들이 부단히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故 추송웅 선배와 이 작품을 한번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마일로 역할을 했는데, 감회가 새롭다.
박정환 :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종류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2인극에다가 명망 높은 선배들까지. 나는 팀복이 좋은 것 같다. 그동안 했던 연극과 뮤지컬들이 모두 잘 됐던 건 좋은 선후배와 함께해서였다. 이번에도 팀복이 어긋나지 않았다.

한국적인 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이종오 연출 : 원작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보수적이고 구태의연하다는 것이었다. 70년대 작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각색을 하면서 현대적인 상황과 정서적인 부분에서 한국적인 느낌을 가미하려고 했다. 특히 2007년에 리메이크 된 영화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가진 맛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잘 살리고, 루즈하던 전개를 스피드하게 진행하기 위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수정을 가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살려있긴 하지만 100% 한국적일수는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매력을 소개해달라.
양재성 : 앤드류와 마일로 라는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두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이 많이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은 잠재된 연기력을 관객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연기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신이 날 것 같다. (웃음) 신구의 대결, 정치적으로 보자면 진보와 보수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사나이들의 목적과 목숨을 건 게임이다. 인간이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심리적 상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처절하기까지 하다. 보통 드라마들이 극한 상황에서만 끝이 난다면, 은 그 상황에서도 다시 뒤엎는 반전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사진제공. 와이트리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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