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이 생긴 국가정보국 요원 주태주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 사진제공=플래닛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이 생긴 국가정보국 요원 주태주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 사진제공=플래닛
배우 이성민이 안방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하고 있다. tvN 드라마 ‘머니 게임’에서 빈틈 없는 연기로 악역 허재를 연기해 ‘괴물 캐릭터’를 완성시킨 그가 22일 스크린에서는 두 작품을 한꺼번에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미스터 주’에서는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를 맡아 코믹 연기를 펼쳤다.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박통 역으로 분해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며 180도 다른 분위기를 선보였다. 본의 아니게 두 작품이 동시에 개봉한 데 대해 “민망한 상황인데 여러 번 맞을 매를 한 번 맞고 말자는 생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성민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코미디를 선택한 이유는? 코믹 연기에 갈증이 있었나?
이성민: 코미디라고 해서 선택한 건 아니다. 홍보 과정에서 코미디를 언급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작정하고 코미디로 갔다면 방식이 달랐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거칠어졌을지도 모른다. 동물을 소재로 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과거에 ‘로봇 소리'(2016)에 출연한 것도 이런 휴먼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다. 늘 하고 싶은 장르다. 특히 ‘또 하나의 약속’ ‘재심’을 만든 김태윤 감독이 ‘미스터 주’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호기심이 컸다.

10. 동물과 호흡을 맞춰야 하고 코믹한 연기를 해야 해서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이성민: 촬영도 연기도 힘들었다. 영화처럼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도 없지 않나.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았고, 변수가 많았다. 앞을 보며 함께 걷는 장면에서 속도 조절도 안 되고 간격도 안 맞고…앙상블을 맞추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CG를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연기해야 했다. 촬영 때마다 늘 긴장했던 것 같다.

10. 극 중 주태주의 파트너인 셰퍼드 알리는 대부분 CG 없이 촬영했다던데.
이성민: 맞다. 구타 당하는 장면만 CG였고 대부분 실제로 연기했다. 후반 작업 때 입 모양 정도만 바꿨던 것 같다. 알리는 정말 대단했다. 상황에 맞게 즉석에서 훈련을 받고 연기한 적도 많았는데 소화하더라. 너무 잘 해줬다.

10. 원래 동물을 좋아하나?
이성민: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지지도 못했다. 특히 어린 강아지들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몰랐고, 접촉하는 게 조금은 불편하고 겁도 났다. 사실 영화를 찍는 데 크게 문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지인들이 걱정했다. 영화 초반만 해도 그랬다. 고양이를 얼떨결에 품에 안는 장면이 있는데 연기가 아니다. 진짜 무서워서 기겁한 것이다. (웃음)

10. 알리는 큰 개여서 더 그랬겠다.
이성민: 촬영 전에 알리랑 접촉해 가면서 가까워졌다. 교감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촬영이 끝난 후에 소장님께 들었는데 알리가 날 싫어한다고 했다. 극 중 알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 그런 것들이 알리한테는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알리는 연기인지 뭔지 모르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에 만났는데 못 알아봐서 서운했다.

10. 촬영을 마친 후에 동물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없어졌나?
이성민: 극 중에서 내 품에 안겼던 고양이가 실제 김 감독이 키우는 아이다. 내가 그렇게 놀라니까 안타까워하더라. 자기는 얼마나 사랑스럽겠나. 감독 집에 가니 고양이가 세 마리나 있었다. (웃음) 이제는 안 놀란다. 예전 같았으면 옆에 개나 고양이가 오면 나도 모르게 피했는데 지금은 다가가게 되고, 길고양이들도 한 번 더 쳐다본다.

10. 신하균, 유인나, 김수미, 이선균, 이정은, 이순재, 김보성 등 인기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누가 가장 싱크로율이 높다고 생각하나?
이성민: 그런 것보다 모든 분께 너무 감사하다. 쉽지 않았을 텐데 맛깔나게 살려주셨다. 캐스팅부터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제안 받은 분들은 낯설고 이해가 안 가서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영화에서 염소 연기 부탁드립니다”라고 했을 때 어떨지 생각해 보라. (웃음) 특히 알리의 목소리를 연기한 신하균은 분량도 많았을 텐데 너무 고맙다. 처음에 알리랑 연기하면서 ‘이 목소리는 누가 할까’ 했는데 (신)하균이 목소리가 입혀져서 너무 좋았다. 하균이의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알리의 모습이 잘 어울렸다.

10. 극 중 상사로 등장하는 김서형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성민: 처음에 서형 씨가 연기한 민 국장 역할은 딱히 개성이 없는 평면적인 캐릭터였다. 그래서 역시나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하겠다는 배우들이 별로 없었다. 서형 씨는 반려견을 키우고 있어서 참여하는 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 국장을 버라이어티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

10. 절친한 후배 배정남과는?
이성민: 정남이가 연기한 만식이 캐릭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역할이다. 쉽지 않은 연기인데 잘 해줬다. 감독님이 컨트롤을 많이 했고, 정남이도 늘 긴장하면서 했다. 정남이 연기에 따라 나도 호흡해야 했다. 만식 자체가 어려운 캐릭터였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통 역으로 분한 이성민./ 사진제공=플래닛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통 역으로 분한 이성민./ 사진제공=플래닛


10. 출연작인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이 같은 날(22일) 개봉했다. 내심 아쉬움도 있을 텐데 어떤가?
이성민: 사실 안타깝다. 개봉 시기와 관련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관객들께 미안하다. 현재 tvN 드라마 ‘머니 게임’에도 나와서 조금 민망한 상황인데 여러 번 맞을 매 한 번 맞고 말자는 생각이다.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 두 작품의 타깃 연령이 조금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결과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

10. ‘남산의 부장들’ 이야기를 안 할 순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출연하는 데 망설임은 없었나?
이성민: 처음에 박통 역을 제안받았을 때 ‘해도 될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그냥 오케이 했다. 어떤 다른 의도보다 또 다른 상상력으로 만든 작품이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박통과 같은 인물을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더라. 내가 그분과 너무 안 닮았다.

10. 그런데도 굉장히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이성민: 내가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유리했다. 다른 인물들에 비교해 자료가 많았다.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표정, 동작 등을 유심히 관찰했다. 가슴을 활짝 펴고 걷는 걸음걸이부터 담배를 쥐고 있는 손가락의 모양, 양손을 깍지 낀 모습까지 익히려고 했다. 어느 날 촬영장 바닥에 비친 내 그림자를 봤는데 깜짝 놀랐다. 정말 닮았더라. (웃음) 무엇보다 오랜 기간 1인자로 살면서 가진 피로감, 그 살벌한 시대의 권력자로서 불안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10. 아쉬움은 없나?
이성민: ‘비스트’ 촬영이 끝나고 바로 촬영에 돌입해서 살을 많이 못 뺐다. 그게 조금 아쉽다.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옷은 과거에 실제 그분의 옷을 만들었던 분이 만든 것이다. 그분의 스타일과 핏을 기억하시더라. 옷 덕분에 더 비슷하게 그려져서 다행이다.

10. 원작은 봤나?
이성민: 안 봤다. 보통 원작을 잘 안 본다. 시나리오 안에서만 연기하는 편이다.

10. ‘다작’ 중인데 체력적으로 어려움은 없나?
이성민: 설날 당일 빼고 홍보 일정이 꽉 차 있다. 드라마 촬영은 이제 한 번 정도 남았다. 정신력의 문제인데 영화가 잘 되고 반응이 좋으면 피곤하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버틸 수 있게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10. 그래도 체력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운동은 얼마나 하나?
이성민: 사실 운동을 별로 안 한다. 취미도 없어서 쉴 때도 아무것도 안 한다. 가끔 자전거를 타긴 하는데 좋은 장비를 사서 제대로 타는 건 아니고 싼 걸 사서 살살 탄다. 아! 요즘엔 골프에 조금 관심이 생겼다.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인 것 같다. 다른 운동은 일절 안 한다. 요가, 필라테스도 안 해봤고 체육관도 싫어해서 PT도 안 해 봤다. 촬영에 필요할 땐 액션스쿨에 가서 운동한다. 참 재미없게 산다. 하하.

10. ‘미스터 주’ 초반부에 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평소에 운동 좀 해 본 솜씨인데.
이성민: 그건 뭐 짧아서…(웃음) 원래 샤워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대역을 써야 했다. 나같은 사람들은 1년 운동해도 정남이 같은 몸이 안 나온다.

배우 이성민은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 두 작품의 타깃 연령이 조금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결과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플래닛
배우 이성민은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 두 작품의 타깃 연령이 조금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결과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플래닛
10. SBS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에 출연해서 눈길을 끌었다. 홍보 외에 예능 출연 계획은 없나? 다른 배우들처럼 고정 출연은?
이성민: 사실 ‘집사부일체’ 출연 요청도 있었는데 보여줄 게 없더라. 과거에 ‘놀러와’라는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장난 아니게 떨었다. 처음 접하는 공기여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땐 영화 홍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는데 요즘엔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미우새’에서도 편했다. 가끔 아내와 “여행 프로 하는 분들은 좋겠다. 여행도 가고 돈도 벌고”라며 농담을 하긴 한다. 하지만 고정 출연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10. 작품마다 캐릭터를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미스터 주’ ‘남산의 부장들’ ‘머니게임’ 등 최근 작품만 봐도 그렇다. 작품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이성민: 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 옷을 입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다. 이야기보다 그걸 먼저 생각한다.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도 거절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게 부족한 것, 내가 안 가진 게 뭔지 알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두려움이 있다. 그런 걸 알면서도 연기하면 고통스러울 것 같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 영역을 넓혀가는 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10. 요즘 고민하는 일이 있나?
이성민: 건강에 대해 고민한다. 나이가 있어서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 건강도 걱정하게 되더라. 열심히 종합 비타민을 먹고 있다. 담배도 끊어야 하는데 두 작품이 개봉하게 돼서…

10. 두 작품 모두 흥행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겠나?
이성민: 끊어야 흥행시켜준다면 하겠다. (웃음)

10. 앞으로 어떤 배우로 불리길 원하나?
이성민: 담배를 끊는 것보다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그저 믿음이 가는 배우라면 좋겠다. 신뢰 가는 배우로 불리고 싶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