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처음 연기를 했을 때는 재미보다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조금 재미 같은 게 생겼다가, 더 깊이 들어가야 할 타이밍에 되자 아,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다. (웃음) 그런데 이젠 정말 연기란 게 이런 거구나, 진짜 조금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니까 또 다른 거, 또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진다. 맞다, 연기하는 게 재밌다.”
-지금,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어떤 소녀들이 보면 좋을 한 배우의 이야기.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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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현: 성유리의 아버지. 유명한 신학자로, 독일 유학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나 성유리를 낳았다. 성유리도 네 살까지 독일에서 생활했다고. 성유리는 모태신앙으로 기독교를 믿었고, 부모의 영향으로 연예인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막연히 교수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고 생각한 정도. 심지어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 핑클 활동 시절에는 클로즈업을 받기 싫어 무대에서 뒤로 많이 빠지기도 했다고. 하지만 고교시절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살고 싶어요”라는 기도를 할 때 쯤 교내 사생대회 때문에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가 길거리 캐스팅을 제안 받는다.

이호연: 성유리를 캐스팅한 DS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성유리는 DSP엔터테인먼트의 끈질긴 설득 끝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 뻔해 오빠에게 매일 4000원씩 빌려 차비를 쓰면서 DSP엔터테인먼트에 몰래 연습하러 다녔다. 과정만 보면 연예인이 되고 싶던 소녀의 이야기 같지만, 성유리는 데뷔하는 순간까지 가수가 되는 것 보다는 “막연히 다른 길”을 원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연예인이 된 뒤에도 “이곳과 내가 좀 많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핑클: 성유리가 막내이자 ‘화이트’로 활동한 4인조 그룹. 데뷔 직후부터 S.E.S와 함께 걸그룹의 첫 번째 전성시대를 열었다. ‘블루 레인’에서 수수한 분위기로 나온 소녀들은 ‘내 남자친구에게’로 귀여운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영원한 사랑’으로 조금 더 성숙한 이미지를 강조했으며, ‘나우’에서 섹시하고 강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한 그룹의 인기와 함께 멤버들의 인지도가 올라갈 만큼 올라간 상태에서 연기, 예능, 솔로 앨범 등 개인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활동 방향을 바꿔 네 멤버 모두 연예계에서 기반을 다지는 등 지금 걸그룹 매니지먼트의 활동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걸그룹으로서는 드물게 망가지는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능감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도록 했다.

이종수: SBS 에서 성유리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배우. 당시 성유리는 핑클에서의 이미지를 이어 여성 출연자들 중 착하고 예쁜 막내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군인으로 출연한 MBC 는 딱딱한 군인 말투로 당시의 연기력 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연기를 시작한 탓에 연기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고, 연기에 대한 재미도 잘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예나 지금이나 극성인 걸그룹에 대한 온갖 루머와 악플들은 성유리를 “원래 활달하고 밝은 성격이었는데 연예 활동을 하면서 겁이 많이 생기고 주눅”도 들게 만들었다.

소지섭: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연기력과 별개로 성유리가 연기한 공주 캐릭터는 그의 독특한 말투와 발성을 오히려 캐릭터의 특징으로 삼았고, 성유리는 핑클 시절 보여준 예능감과 막내로서의 순수한 이미지를 반쯤 섞은 것 같은 모습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1세기의 세상물정을 전혀 모른 채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공주 캐릭터는 성유리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얻은 성공은 불안의 전조이기도 했다. 를 연출한 임태우 감독은 당시 성유리에 대해 “집념과 욕심은 대단했지만 연기에 막 입문한 신인이었기 때문에 정형화된 틀과 요령에 의해 연기를 하려는 성향도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연기의 문제점은 성유리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려는 순간 불거졌다.

차태현: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은 성유리와 차태현의 출연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무리한 스토리로 인해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졌다. 또한 군인, 과거에서 온 공주 등 특색 있는 캐릭터가 아닌 평범한 여성을 연기하면서 부족한 연기력이 더욱 크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미 스타가 된 상태에서 “이 길이 과연 내 길인지 불안하고 갈등이 많아 더 힘들었”고, 결국 “낙심의 끝에 다다랐”다. 스스로 “우울함을 즐겼다”고 말하고, 우울한 내용의 일본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래서 2년여 동안의 공백을 선택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기독교인은 우울함을 즐기면 안 된다”며 힘을 내라고 격려했고, 성유리는 신앙생활을 하며 조금씩 용기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공유: MBC 의 성유리의 상대역. 성유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고, 연기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작품에서 “내가 함께 하는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 이후 “사람들의 인정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게 목표”가 됐다. 이전까지 “하란대로 하고, 만약 다르게 하고 싶더라도 그냥 삼키는 편”이었던 성유리는 에서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과정을 통해 “연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에서의 연기가 갑자기 아주 훌륭한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작품 중 술주정을 부리는 장면에서 온갖 귀여운 모습을 연출하는 성유리의 연기는 핑클 시절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간간이 보였던 활기를 연상시켰고, 그 때까지 성유리의 연기 중 가장 신나게 ‘노는’ 느낌이 들었다.

강지환: K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성유리가 드라마 초반 악플로 속상해하자 성유리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글만 모아서 인쇄해 갖다 주기도 했다. KBS 과 의 전반부까지 성유리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계속 따라다녔다. 하지만 에서는 시한부 인생의 여성을 청순가련형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귀엽고 활기찬 느낌으로 소화,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을 일정부분 로맨틱 코미디 같은 분위기로 만들었다. 도 아이 같은 천진한 성격에 선머슴처럼 다니는 캐릭터를 표현하려고 앞머리 모양부터 신경 쓰고, 후반부의 심각한 부분에서는 기존의 아이 같은 발성 대신 저음이 나오는 발성을 사용하며 호평을 받았다. 두 작품을 지나며 성유리는 어떤 캐릭터든 밝고 귀여운 느낌을 불어넣고, 작품의 흐름과 감정 변화에 따라 느낌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건 아니지만, 와 에서 보여준 매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정착시켰다. 그리고 연기에 대해 “좀 더 욕을 먹더라도, 잘 못하고 불리한 역할이라도 지금은 꿋꿋이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하게 됐다.

정겨운: SBS 의 상대역. 정겨운은 과거 핑클의 팬이었고, 그 때보다 지금의 성유리가 더 멋있다고 말했다. 에서 성유리가 연기하는 노순금은 천진한 공주도, 딱딱한 군인도, 시한부 여주인공도 아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식모 생활을 하는 노순금의 캐릭터는 성유리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생활에 밀착 돼 있다. 성유리는 과거처럼 한 성격으로 규정되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신 밝고 긍정적인 기운만 남긴 채 자연스럽게 감정을 조절한다. 로또 복권에 당첨된 뒤 100억의 돈에 아이처럼 기뻐하다가도 죽은 어머니의 평생소원이었던 집을 갖게 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노순금의 모습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느낌을 가진 성유리의 연기를 통해 구체화 된다. 성유리를 최고의 연기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성유리는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서 자기 몫을 할 수 있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겸 MBC 라디오 진행자. 수입쇠고기의 광우병 문제로 나라가 들끓던 당시 성유리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소에 관해 쓴 글을 읽으며 광우병 문제를 거론했다.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인 이오덕은 자신의 책 에 “소의 눈은 참 크다 / 두 눈을 보면 참 착하게 보인다 / 소는 참 착한가 보다 / 소가 사람이 되면 / 이 세상은 다 착한 사람이 될 거다”라는 이 글을 싣고 “이름 앞에 적힌 2학년을 지우고 이 글을 어른들에게 보여서 이것은 유명한 시인의 시입니다 라고 해도 감동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감수성이 풍부했던 초등학생 2학년은 10여년 후 10대의 우상이 됐고, 다시 10년 후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 그 사이 핑클은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집”같은 곳이 됐고, 멤버들은 서로의 활동을 격려하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연기에 대해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내 길이 맞을까?”라고 걱정하며 우울해하던 걸그룹 출신 배우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질타를 받을 만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한다”고 받아 넘기고, “내 스스로 만족할 만큼 연기를 했다는 느낌이 들 때” 행복을 느끼는 연기자가 됐다. 소명은 신이 내려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이 소명인지 깨닫는 것은 일에 대한 노력과 고민을 통해서다. 성유리는 지금 자신의 소명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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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리가 SBS 에서 함께 출연한 소지섭과 MBC 의 주연이었던 윤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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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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