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매일 살면서 선택을 하잖아. 먹을 것, 입을 옷. 짧게 생각해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삶의 노하우가 많은 거지. 생각과 연륜이 쌓인 결과거든. 귀찮아서 아무거나 선택하면 실패해. 그리고 선택했으면 목숨 걸어야지.”
– 김수미, 한 인터뷰에서
1951년생. 태어난 지 60년째. 그리고, 생의 한 가운데.
김수미
김수미
김인수: 김수미의 아버지. 김수미의 본명은 김영옥으로, 데뷔 당시 아버지의 이름 중 ‘지킬 수’(守)를 따 예명을 지었다. 그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김수미에게만 양장점 옷을 해 입혔고, 어린 딸이 “너무 어렵다”고 해도 “선구자는 앞서가는 겨”라며 한용운의 을 읽혔다. 반면 그의 어머니는 집의 한복과 이불 천을 잘라 연극 의상으로 쓰는 말괄량이 딸에게 걸진 욕도 하며 엄하게 키웠다. 꽃과 음악이 없으면 못 살 만큼 감성적이면서도 영화에서는 화끈하게 욕할 수 있는 김수미의 모습은 부모의 영향 때문일지도. 김수미는 자라면서 작가가 되고 싶어 했고, 결국 대학 국문학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10대 시절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김수미는 생계를 위해 “1년만 하자”며 연기를 시작한다.

김영애: 김수미와 같은 해 MBC 탤런트가 된 동갑내기 배우. 김수미는 어린 시절 연극을 할 때 어머니가 죽는 장면에서 친구들이 “쟤 미쳤다”고 할 만큼 오열하는 연기를 하는 등 연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김영애가 여러 작품의 주연을 하며 잘나간 것과 달리 당시 김수미는 사극의 단역조차 “얼굴이 치와와 같다”는 말을 들으며 잘렸다. 또한 신인이 선배들에게 무조건 90도로 숙여서 인사하던 시절 고개를 들고 인사하고, PD가 “커피 좀 마시자”고 해도 “싫어요”라고 단칼에 거절하는 성격 탓에 캐스팅도 잘 안 됐다. 여기에 사귀던 남자와 결혼도 꿈꿨지만 남자의 부모는 “조실부모에 대학도 못나오고 전라도 출신에 연예인이라” 결혼을 못하게 막았다. 뭘 해도 안 풀리던 시절, 그래도 생계를 위해 연기를 계속했다.

이철향: 김수미가 1972년 출연한 MBC 의 작가. 김수미가 MBC 에서 연기한 캐릭터 ‘화순이’에 강한 인상을 받아 에도 같은 이름을 줬다. 이름은 같지만 에서 독한 성격을 가진 한 남자의 첩으로, 에서 ‘팔푼이’로 불릴 만큼 바보 같고 착한 여성을 연기하는 상반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수미는 ‘화순이’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면서 동명의 영화까지 찍었고, 개성 강한 배우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박은수: MBC 에서 김수미의 아들 일용이로 출연한 배우. 하지만 김수미보다 세 살 많다. 김수미는 첫 출연 당시 스물여덟이었지만 “남이 생각을 못하는 거,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를 해보고 싶어 ‘일용엄니’를 연기했고, “약간은 찌든 표정”을 내기 위해 녹화 전날 저녁을 굶기도 했다. 초반에는 배역의 비중이 작아 자존심이 상해 대본을 던지기도 했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일용엄니’는 의 상징처럼 됐다. 의 또 다른 ‘어머니’였던 김혜자와 달리 약간 코믹하기도 한 ‘일용엄니’의 모습은 또 다른 어머니상을 제시했다. 그리고, 1986년 MBC 대상을 받는다.

김혜자: 김수미가 가장 따르는 선배 연기자 중 한 사람. 그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이 모은 돈이 담긴 통장을 주며 “돈이 넘쳐날만큼 많게 되면 그 때 갚아라”라고 했다. 김수미가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진 것은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시어머니의 영혼이 빙의된 이후다. 당시 의사인 그의 사촌오빠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진료를 받은 결과 “영혼이나 강력한 힘에 의해 새로운 인격이 나타나는” 포제션(possession)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김수미는 몇 년 이상 입맛을 잃고 매일 만두 몇 개를 먹고, 소주를 두 병씩 마시며 살았고, 몸은 점점 쇠약해져 에서 거의 누워있기만 했다. 방송가에는 “미쳤다”는 소문이 돌았고, 가족들은 김수미가 자살이라도 할까봐 생업을 포기하고 집에만 있었다. 김수미는 실제로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고, 그 때 마지막으로 김혜자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윤학렬: 김수미가 카메오로 출연한 의 감독. 김수미는 자살 직전 만난 기 치료사를 통해 치료를 받은 뒤 몸이 기적적으로 낫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기를 쉬면서 캐스팅 제안이 끊겼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 때 윤학렬 감독이 에 카메오 출연을 제안했다. 그는 김수미가 좋아하는 들꽃을 한아름 안고 “한 번 놀다 가시라”며 설득했고, 김수미는 대사부터 의상까지 모두 자신이 설정한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화제를 모았다. 그 뒤로 영화계에서 캐스팅 제안이 계속됐다. 빙의 전 김수미는 ‘일용엄니’ 캐릭터가 너무 강해 다른 연기들은 주목 받지 못했고, “왜 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또한 정치권에서 원치도 않은 영입 제안을 계속 하면서 이를 거절하기 위해 삭발을 하는 등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김수미는 빙의에서 벗어난 뒤 추운 겨울 야외 촬영도 “죽기 직전 벼랑 끝까지도 갔는데”라며 의욕적으로 할 수 있었다. 몸, 마음, 연기 다 새로운 전성기의 시작.

조인성: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수미가 꾸준히 간장게장을 보내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조인성은 군대에서 김수미가 출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일어서서 봤을 정도로 김수미를 존경한다. 에서 김수미는 독특한 말투로 아들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는 재벌 회장 어머니를 연기했다. 드라마에서 표독스럽게 묘사되는 재벌 회장 부인은 많았지만, 김수미처럼 고상한척 하는 겉모습에 가려진 한 개인의 천박한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캐릭터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 꽃을 사랑하는 소녀 같은 감수성과 불같은 성격에 욕을 걸지게 할 수 있는 입담이 드디어 ‘일용엄니’의 이미지를 뚫고 나와 김수미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했다. 특히 ‘일용엄니’같은 모습의 욕쟁이 어머니와 천박한 재벌 회장부인이 된 딸의 1인 2역을 소화한 SBS 는 영화 , 등과 함께 코믹 캐릭터로서의 김수미를 확실히 각인 시켰다. 한편 그의 간장게장 사업은 동업자가 자신 몰래 질 낮은 게를 사용하는 것을 알고 아예 사업을 접었다고.

나문희: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수미는 무명시절부터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낌없이 조언해준 나문희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김수미는 이후 최근까지 거친 성격의 어머니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에서 그는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이 있고, 마음속에는 여전히 젊은이 못지않은 욕망들이 있지만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성을 연기한다. 어머니를 벗어나 한 명의 여성으로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그럼에도 거스를 수 없는 세월에 슬픔을 느끼는 그의 캐릭터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노인 캐릭터였다. ‘코미디 전용’처럼 여겨진 김수미의 연기가 환갑 즈음에 걸진 욕 속에 인생의 비애를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서는 치매 노인을 연기하며 아이 같은 미소만으로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순간을 만들었다.

나영석: KBS 의 ‘1박 2일’ 연출자. 최근 김수미를 비롯한 여배우들을 섭외해 ‘여배우 특집’을 제작했다. ‘여배우 특집’ 1편에서 김수미는 여배우를 대표해 강호동에게 ‘1박 2일’의 분위기에 대해 묻는 한편, 배우들의 서열을 정리하면서도 자신을 ‘언니’처럼 여기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준다. 또한 실제 미션에 들어갔을 때는 주도적으로 멘트를 치고 나가는 대신 한 발 물러나 리액션을 하거나 한마디 거드는 정도의 선을 유지한다. 자신이 게스트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토크쇼 QTV 에서도 그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함께 라디오를 진행한 소설가 김홍신이 출연했을 때, 시청자의 이목을 끌만한 질문들은 함께 진행을 맡은 김종민과 이윤석이 한다. 대신 그는 세트 한 켠에서 요리를 하면서 김홍신에 대해 더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만 잡는다. 에서 김수미는 자신의 요리 솜씨와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로 쇼의 탄탄한 바탕을 마련한다. 어린 시절 꿈 많은 천방지축 소녀였고, 젊은 시절에는 펄펄 끓는 기운을 이기지 못해 다사다난했으며, 슬럼프와 빙의까지 겪었다. 그러나, 김수미는 꾸준히 요리를 했고, 책을 썼고, 끊임없이 연기를 했으며, 환갑을 맞은 나이에 더 좋은 연기와 더 좋은 손맛과, 더 좋은 삶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수많은 슬픔과 권태에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김수미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간다. 정말로, 이 여자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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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가 출연한 의 작가 이선미-김기호가 집필한 에 출연한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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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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