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에서 메시가 4골을 넣으며 4:1 승리를 기록했을 때, 한 스포츠 일간지는 이런 헤드라인을 썼다. “축구라고 하지 말고, 메시라고 하라!(Do not say football, says Messi!)”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축구를 했던 작고 어린 소년이 ‘축구 그 자체’가 되기까지, 기억해야 할 순간들과 성장의 과정을 메시의 별명을 통해 정리했다. 다음은 지금까지 메시가 써 온 축구 역사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메벼룩
“내 이름은 리오넬 메시,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로 시작하는 한 스포츠브랜드의 CF에서, 메시는 자신이 성장호르몬 장애로 더 키가 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축구선수를 꿈꾸던 어린 메시는 호르몬 장애 치료 비용을 댈 수 없어 축구를 포기할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또래보다도 한참 작았던 메시에게서 재능을 발견한 바르셀로나가 치료비를 대주기로 하고 어린 메시를 영입하면서, 메시의 동화 같은 사연은 시작된다. 바르셀로나에 왔던 열세 살 메시의 키는 141cm였다. 이후 치료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성장하고도 메시의 키는 170cm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작은 키는 메시가 좀 더 빠르게, 볼과 붙어서 플레이 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안정적으로 축구를 할 수 있게 된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마시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기대를 받았고, 2004년 17살의 나이로 당시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1군 경기에 데뷔 했다. 그리고 2005년, 당시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호나우지뉴의 패스를 받아 첫 번째 골을 기록했다. 두 기록 모두 팀의 후배인 보얀 크르키치에 의해 깨지긴 하지만, 이 역시 당시 최연소 기록이었다. 벼룩은 작은 그의 키, 그리고 공이 거의 발에서 떨어지지 않는 메시 특유의 드리블과, 민첩하게 움직이는 플레이를 빗댄 어린 시절의 별명이다.




메시도나
축구가 삶을 지배하는 아르헨티나에서 마라도나는 종교다. 마라도나 이후 아르헨티나에 수없이 많은 제2의 마라도나가 탄생했지만, 마라도나가 스스로 인정한 선수는 메시뿐이다. 마라도나는 메시에 대해 “누구도 메시와 비견될 수 없을 뿐더러, 그가 하는 것의 40%를 하는 선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특히 06-07시즌 스페인의 컵 경기인 코파 델 레이 준결승 헤타페 전에서 기록한 골은 그 자체로도 놀랍지만, 마라도나가 1986년 잉글랜드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기록한 골과의 유사성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앙선 부근에서부터 드리블을 시작해 다섯 명의 선수를 제치고 넣은 이 골로 메시는 메시와 마라도나의 합성어인 ‘메시도나’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어린 시절 스페인의 귀화 요청을 받았지만 끝까지 거부한 메시의 애국심은 유명하다. 아르헨티나 대표선수로서는 2005년에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과, 2008년 23세 이하 올림픽을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7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에 패해 우승컵을 들지 못했고, 마라도나 감독 밑에서 뛰었던 2010년 월드컵 역시 8강에서 무너졌다. 대표팀에서의 성적이 클럽 성적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이 때문에 메시를 펠레나 마라도나와 비교하는 것이 이르다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전술이 발전하고 압박이 심해진 현대의 축구에서 메시는 유일하게 그 모든 것을 무화 시키며 스스로 전술이 될 수 있는 선수다. 그리고 올해로 만 스물 셋, 메시가 피치 위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메시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팀의 성공을 이끌었으나 이후 무관에 그쳤던 두 시즌 동안 그 원인으로 꼽혔던 호나우지뉴가 떠나고, 메시는 08-09시즌 호나우지뉴의 10번을 물려받았다. 새롭게 감독으로 부임한 바르셀로나 선수 출신의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 만 스무살이었던 메시가 팀을 구원할 운명을 짊어진 것이다. 05-06시즌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정점에 올랐던 바르셀로나가 점차 내리막을 향해 가던 이후 두 시즌 동안 거의 혼자서 팀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활약을 보였던 메시였지만 새로운 시즌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리그 첫 두 경기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는 동안 팀은 메시에 대한 의존이 너무 심하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고, 마라도나까지 메시가 팀 동료를 위해 플레이하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그 다음 리그 경기에서 곧바로 5:0 승리를 기록한 바르셀로나는 이후 뛰어난 경기력으로 08-09시즌에 리그와 컵, 챔피언스 리그를 모두 차지하는 트레블을 기록하게 된다. 그 중심에 메시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2009년에 메시는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 골든 부츠를 모두 다 수상한 역대 3번 째 선수가 되었고, 바르셀로나의 진정한 구원자, 메시아(Messiah)가 되었다.




메트트릭
리그 우승 경쟁이 치열했던 06-07시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사이의 라이벌 경기인 엘 클라시코 더비 2차전은 메시 대 레알 마드리드였다. 마드리드가 골을 넣으면, 바로 메시가 골을 넣었고, 마드리드가 다시 골을 넣으면, 메시도 또 골을 넣었다. 그리고 마드리드가 다시 골을 넣어 3:2로 패색이 짙던 후반전 추가 시간, 메시는 다시 한 번 마드리드 수비수들을 무너뜨리며 환상적인 세 번째 골로 기어코 동점을 만들어낸다. 엘 클라시코 역사상 최연소 해트트릭이었다. 메시는 1군에 올라와 10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했는데, 그 중 8번이 최근 두 시즌에 집중되어 있다. 무엇보다 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오버해트트릭은 경기의 중요성과 상대팀의 전력면에서 엘 클라시코 해트트릭에 비견될 만 하다. 메시는 팀 기여도가 높고, 자신에게 수비수가 집중된 사이에 다른 팀 동료에게 찬스를 주는 이타적인 플레이에도 능하기 때문에 소위 스탯이라고 불리는 공격포인트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유럽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골든 부츠 트로피를 수상했고, 이번 시즌에는 호날두와 함께 게르트 뮐러의 시즌 최다득점(55골)에 근접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결승전만을 앞둔 챔피언스리그의 3시즌 연속 득점왕을 노리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축구계의 거의 모든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메시는 1987년생이다.




메롱도르
축구계에서 수여하는 가장 권위있는 개인상인 발롱도르(Ballon d`Or : 큰공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와 FIFA 올해의 선수상. 이 두 개의 상은 2010년부터 FIFA 발롱도르로 통합되었고, 그 첫 번째 수상자는 메시가 되었다. 2009년 마지막 단독 발롱도르를 차지했던 메시는 2010년에도 인터밀란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스네이더와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기도 한 팀 동료 챠비와 이니에스타를 제치고 1위로 큰 공을 품에 안았다. 메시가 처음으로 발롱도르 최종 3인에 오른 것은 2007년으로 카카와 호날두에 이은 3위였으며, 2008년에도 호날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두 시즌 동안 바르셀로나는 어떤 트로피도 따내지 못했고, 메시 개인으로서도 부상 등에 시달리며 완벽하게 시즌을 소화해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메시가 발롱도르 순위 안에 들 수 있었던 이유는, 기자단 투표를 통해 포인트를 합산하는 선정방식으로 인한 것이다. 다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오직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보인 선수를 뽑는 이러한 방식 하에서는 투표자들의 선호와 선수 개인이 주는 임팩트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 최고, 혹은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수많은 축구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메시이기에, 각 국가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가 기자단 투표에 더해진 FIFA 발롱도르의 투표방식으로 보았을 때, 앞으로도 이 상은 메시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메시는 지난 수상으로 역대 최초 4년 연속 발롱도르 3위 이상 입상자가 되었고, 만약 2011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된다면 프랑스의 미셸플라티니에 이어 두 번째로 3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자가 된다.




메신
2011년 유럽 축구 최대의 화제였던 엘 클라시코 4연전 중 세 번 째 경기였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기록한 메시의 두번째 골은 현재 메시가 어떤 선수인가에 대한 증명과도 같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모든 팀의 첫 번째 고민은 어떻게 하면 메시를 막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떤 팀도 파울을 제외하고 메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렸던 메시가 작은 키를 이용해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창조해 낸 것처럼, 메시는 잦은 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더 단단한 체력을 갖추었고, 득점력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분을 매 시즌마다 발전 시켜가고 있다. 이 시대에 메시를 지켜본다는 것은, 축구라는 팀 스포츠에서 한 개인이 신이라 불리우는 경지까지 이르는 과정에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메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메시 공식사이트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