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써니>가 돈 있는 자를 구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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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과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형철 감독이 연출한 영화 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돈 많은 친구를 사겨라”일 것이다. 나미(유호정)와 춘화(진희경)가 중학시절의 써클 ‘써니’ 멤버들을 찾을 수 있는 것도, 그들이 함께 모여 아무런 걱정 없이 춤을 출 수 있는 것도 모두 춘화와 나미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다. 강형철 감독은 영화 에서 혼자 넓은 아파트에서 고가의 가전 브랜드 B&O의 제품을 쓰는 현수(차태현)를 주인공으로 했다. 그는 다 커서 나타난 예쁜 딸과 귀여운 손자와 함께 소꿉장난하듯 살고, 여전히 싱글로 아름다운 여자와 연애도 한다. 의 주인공 역시 B&O 제품이 집에 있는 나미고, 나미는 예쁜 딸과 능력 있는 남편과 함께 자신과 추억을 공유할 친구들까지 되찾는다. 사교육비 때문에 결혼이나 육아가 두렵다는 기사가 나오는 세상에, 강형철 감독은 어른들을 위한 2시간짜리 도피처를 마련했다.

시대가 망친 나의 역사, 돈으로 복원하다
[강명석의 100퍼센트] <써니>가 돈 있는 자를 구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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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모두 노래와 춤을 강조하고, 라디오 노래 대회와 학교 축제라는 이벤트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춤과 노래와 축제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판타지의 완성이다. 그러나 과 는 모두 이벤트의 완성을 한차례씩 방해받는다. 에서 정남은 아들 기동(왕석현) 때문에 위기를 겪고, ‘써니’의 멤버들은 과거의 멤버였던 상미(천우희)의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축제에 서지 못한다. 두 영화가 축제를 방해받는 방식은 과 가 명확하게 갈라지는 지점이다. 에서 정남의 위기는 현수의 행동에 그 연원이 있다. 반면 에서 축제가 망가진 건 ‘써니’ 멤버들의 잘못이 아니다. 현수는 자신의 잘못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얻는다. 반면 나미는 온전히 타인에 의해 뒤틀린 과거를 현재에 보상받는다.

두 작품의 미묘한 차이는 현수와 나미의 세대 차에서 온다. 애초에 ‘전직 아이돌’로 설정됐던 현수는 온전히 자신의 개인사에 집중할 수 있는 세대다. 있는지도 모르고 산 딸을 만났다면 지금부터라도 잘 해줄 수도 있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나미의 개인사는 시대와 떼어놓을 수 없다. 나미의 중학시절 ‘써니’와 ‘소녀시대’의 싸움은 시위대와 전경의 싸움과 섞인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는데 축제에 상미가 왔듯, 그 시대도 ‘써니’ 멤버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왔다. 학생운동은 나미가 한 것이 아니라 나미의 오빠가 한 것이었고, 오빠 때문에 가족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잘 놀고, 잘 연애하고 싶었을 뿐인데 누군가 축제를 망쳤다. 는 그 시절이 개인과 시대상을 떼어놓을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써니’ 멤버들을 시대와 분리해 놓는다. 그리고 돈으로 개인사를 복원한다.

의 최고의 판타지는 여기에 있다. 를 보는 관객들 중 40-50대는 돈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는 그들 모두에게 돈이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그 ‘시대’에도 부채의식을 지지 말라고 한다. 그 시대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 없었던 것이었으므로. 노동운동하던 오빠도 직원들 월급을 떼먹는 세상이 2000년대다. 걱정 없이 돈을 벌고, 친구를 찾고, 축제를 즐겨라. 그리하여, 너의 시대를 돌려 받아라. 강형철 감독의 의도와 별개로 는 매우 정치적인 함의를 담는다. 5.18이 일부 극우단체에 의해 다시 폭동으로 부정당하고, 정치적 성향을 떠나 모든 부모들이 사교육과 집값에 매달리는 시대에 가 등장했다. 시대의 정치적 색채를 지우던 ‘8090’ 관련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에 그 시대에 잃은 것을 ‘보상’받는 단계로 나아갔다.

가 보여준 기성세대의 현재
[강명석의 100퍼센트] <써니>가 돈 있는 자를 구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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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된 춘화가 어린 시절부터 휴대폰 등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흥미로운 설정이다. 아마도 춘화는 그 상상력과 ‘써니’의 리더다운 추진력으로 멋지게 돈을 벌었을 것이다. 상상력과 노력만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다. 그 시대에 청춘을 지났던 사람들의 판타지는 그렇게 완성된다. 강형철 감독은 30대 남자에게는 돈과 가족과 사회적 성공과 연인을 준다. 40대 중반의 여성에게는 돈과 가족은 물론 돈으로 우정을 찾고, 선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를 통해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뿌듯하고, 없으면 “돈만 있으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형철 감독은 한 세대, 또는 특정 계층의 솔직한 욕망을 짚어내는 재능을 가졌다. 가 뮤지컬 영화가 아님에도 부분적으로 를 연상시킬 만큼 춤과 노래의 역할을 강조하는 건 그것이 이 영화에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관객층이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오락이어서이기도 할 섯이다.

그러나 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떳떳하게 돈을 번 친구를 통해 다른 친구들은 구원에 가까운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그 때 카메라는 온 몸을 떨며 좋아하는 복희(김선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복희는 나미가 술집에서 돈으로 자신의 시간을 사자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제적으로 절대적인 약자는 돈을 쓰는 친구에게 늘 고맙고, 미안해하는 존재가 된다. 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라며 관객을 위로하지만, 동시에 “돈이 없어도” 살아가는 관객들 중 누군가의 자존심은 배려하지 않는다. 그건 ‘써니’ 멤버들과 상미의 차이를 ‘본드’ 흡입 여부로 결정짓고, 상미가 유일하게 구원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는 것과 같다. 에서 구원받는 것은 부유한 자이거나, 그들의 도덕적 기준에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뿐이다. 는 가진 자의 기준을 영화 전체에 관철 시킨다. 돈으로 우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건, 그 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긴 기준과 가치를 함께 따라야한다는 것과 같다. 는 그것들을 노골적으로 보일 만큼 친절하게 설명하고, 시대가 이렇게 변했다고 말한다. 에 대해 지금 기성세대는 어떤 반응을 할까. 그 반응의 합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재일 것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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