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어오는 5월, 당신이 혼자라면 MBC 을 볼 필요가 있다. 의 독고진(차승원)과 윤필주(윤계상)는 전직 걸그룹의 멤버인 구애정(공효진)은 물론 같은 그룹 출신인 톱스타 강세리(유인나)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일반적인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과는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두 남자가 두 여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보면 우리도 올 봄이 가기 전에 연애의 승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여자가 고백을 거절했다고 바로 복수의 칼날을 꺼낸 ‘동백꽃’ 독고진과 힐 신은 여자를 보면 건강부터 걱정하는 한의사 윤필주가 가르쳐주는 작업의 정석.

허우대 멀쩡하고 능력까지 있는 윤필주는 알고 보면 기 센 어머니 손 위에 놓여있는 남자다. 하지만 윤필주는 연약하다거나 철없는 아이가 아니다. TV도 잘 안 보고 영화 마저 모르는 이 남자는 독고진과 전혀 다른 매력으로 구애정과 강세리의 마음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1. 상황극 만들기
강세리가 톱스타라는 걸 모르던 윤필주는 강세리를 휑하게 뚫린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간다. 덕분에 강세리는 사인 부탁에 시달려 밥도 못 먹는다. 그 때 윤필주는 바로 앞의 강세리에게 전화를 걸고, 서로 전화 통화하는 척 하며 강세리가 자연스럽게 사인 공세를 피할 수 있도록 만든다. 사람들을 속이는 상황극 같은 상황에 강세리의 마음이 풀렸음은 물론이다. 마치 상대방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만드는 상황극은 자신의 센스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여자를 배려하려는 마음과 참신한 상상력. 첫 만남의 어색함을 깨는 열쇠다.

2. 문학적인 작업질
“공부가 나이트보다 더 재밌다”고 말하는 남자는 답답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윤필주는 때론 바람둥이의 피를 타고 난 것 아닌가 싶을 만큼 세련된 멘트로 여성의 마음을 단번에 녹인다. 비호감 연예인으로 지친 구애정이 잘 나가는 한의사 윤필주를 보며 “나도 나중에 그런 아들을 둬야 할텐데”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으면 “그런 아들 두려면 그런 남자랑 결혼하셔야 할텐데요”라며 받아친다.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은근히 자신이 구애정에게 마음이 있음을 드러내면서 직접적인 고백보다 더 설레게 하는 고도의 표현. 여기에 자신이 “아버지에게 여자가 하는 말은 다 들어주고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가정 교육을 받았음을 어필한 뒤 미소를 띄우면 누구라도 두근두근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학시간에 괜히 은유, 비유를 그토록 배웠겠나. 이럴 때 쓰는 거다.

3. 귀여운 반항
윤필주가 출연하는 커플 프로그램 에서 PD와 작가는 구애정이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아 선상 데이트를 즐길까봐 걱정한다. “싼 티 난다”는 게 이유다. 윤필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구애정을 흉보는 그들에게 화가 나서 입을 삐죽대고, 야식도 거절한다. 물론 PD와 작가는 신경도 안 쓴다. 하지만 이 사실을 구애정이 알았다면 그의 소심한 화풀이를 보고 윤필주를 더 귀엽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애정 문제로 화낼 때 너무 화내는 모습을 내면 분위기만 어색해질 뿐이고, 때론 지나친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마음은 드러내지만 의사표현은 부드럽게. 기 센 어머니 밑에서 아버지와 함께 라면 먹기로 소심한 반항을 하던 윤필주는 여성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4. 세상의 모든 지식은 사랑으로 통한다
윤필주가 운영하는 한의원의 한 간호사는 동료에게 구애정이 자신의 결혼식 축가를 부르게 된 것이 싫다고 말한다. 우연치 않게 구애정과 함께 그 말을 듣게 된 윤필주는 “욕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구애정의 팔목을 잡으며 말한다. “진정혈이에요. 이 혈을 누를 땐 말하면 안 돼요. 마음이 상했을 땐 애써 웃는 것보다 이렇게 있는 게 훨씬 나을 거에요” 또한 윤필주는 자신이 부추겨 밤에 라면 한 그릇을 다 먹은 강세리가 부은 얼굴을 걱정하자 붓기에 도움되는 처방전을 바로 내려준다. 100억대 재산을 가진 한의사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확 꽂히는 것은 그의 한의학 지식이 나에게 도움이 될 때다. 지금 내 지식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고민해보자. 이런 글을 쓰는 능력은 어디다 써야할지 모르겠지만.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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