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신정수 PD “가수들이 노래에 전념하도록 하겠다”
‘나가수’ 신정수 PD “가수들이 노래에 전념하도록 하겠다”
8일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경연에서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선곡을 가수들이 직접 했다는 것이다. 이전의 ‘나가수’는 정해진 미션 주제에 맞춰 자문위원단이 선곡한 후보 곡들 가운데 룰렛을 돌려 임의로 미션 곡을 부여했다. ‘나가수’를 연출한 신정수 PD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2회 경연을 치르는 만큼 두 번 중 한 번은 가수들에게 직접 선곡을 맡길 생각이다. 다른 한 번은 예전처럼 미션 곡을 줄 예정이다. 아마 룰렛 방식을 사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음악과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위하여
‘나가수’ 신정수 PD “가수들이 노래에 전념하도록 하겠다”
‘나가수’ 신정수 PD “가수들이 노래에 전념하도록 하겠다”
신정수 PD가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음악과 예능의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김영희 PD가 연출한 ‘나가수’는 룰렛으로 미션곡이 주어졌을 때 충격을 받은 가수의 표정과 반응을 클로즈업하는 등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곡을 받았을 때 난감해 하는 가수들이 연습을 통해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해석하는 극적인 과정이 ‘나가수’의 흥미 포인트였다. 신정수 PD 역시 “미션 곡을 부여하는 것이 예능적으로 더 재미있는 그림이 많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순위를 정하는 프로그램이라 룰렛을 통해 미션 곡을 부여하는 게 공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정수 PD는 가수가 두 번 중 한 번 자유롭게 곡을 선택하게 한 것에 대해 “선곡의 재량을 가수들에게 맡기면 가수들이 좀 더 음악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무대가 나올 수 있고, 가수들의 음악적 성취와 관심사도 엿볼 수 있는 무대가 나온다”고 밝혔다. 신정수 PD의 말처럼 가수들이 직접 노래를 고르게 한 것은 가수들에게 파격적인 모험과 변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다. 특히 이소라가 ‘No.1’에 대해서 “처음 그 노래를 들을 때부터 록이라는 장르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던 것은 이소라가 ‘No.1’이라는 곡에 대해 이미 재해석의 관점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가수가 직접 원하는 곡을 재해석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면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으로는 이소라만의 파격적인 ‘No.1’은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상대와의 경쟁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게 된 ‘나가수’
‘나가수’ 신정수 PD “가수들이 노래에 전념하도록 하겠다”
‘나가수’ 신정수 PD “가수들이 노래에 전념하도록 하겠다”
직접 선곡 방식이 출연 가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장치가 된 것도 흥미롭다. “딸이 좋아하는 노래라서 ‘마법의 성’을 선곡 했다”고 말한 윤도현은 물론 김범수도 “오디션 때 불러서 가수로 발탁이 된 계기가 된 노래”라며 ‘그대의 향기’를 고른 이유를 밝혔다. 임재범도 남의 노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남진의 ‘빈 잔’만큼은 “맥주 몇 병 먹고 알딸딸해지면 부르는 세 곡의 노래 중 하나”라고 밝혔다. 서바이벌이라는 형식과 탈락이라는 규칙에 끌려가던 가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와 그 노래에 담긴 개인적인 소회를 풀어낼 만큼 ‘나가수’에 적응할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BMK는 무대를 끝내고 “너무 행복하게 노래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가수’의 선곡방식 변화는 서바이벌이라는 대중적 흥미는 유지하되, 논란은 최소화하면서 음악적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신정수 PD는 공연 순서 선정을 가수가 직접 참여한 것에서 개그맨 매니저들만 모여 추첨하는 것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가수들이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려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8일의 방송은 그런 의지의 결과물이었다는 셈. 그렇다면 ‘나가수’는 보다 예능적인 재미가 드러날 다음 경연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의지를 증명할까. 첫 탈락자가 공개되는 순간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긴장감으로 예능적인 재미에 일조하겠지만, 그만큼 논란 또한 만들어낼 것이다. ‘나가수’의 새로운 변화는 아직 하나의 큰 고비를 남겨둔 셈이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