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최고의 록 보컬이었다. 최고의 소울 보컬이었다. 최고의 발라드 보컬이었다. 얼굴 없이 노래만으로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이제 무대로 돌아온다.
임재범
임재범
손지창: 임재범의 배다른 형제. 손지창은 아버지인 임택근 전 MBC 아나운서가 아닌 이모부의 성을 따랐고, 임재범은 과거 외가 쪽의 호적에 입적돼 있었다. 세 사람은 임재범의 결혼을 앞두고 함께 자리를 하고 마음을 털어놓은 적은 있지만, 손지창은 아버지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는 못했다고. 임재범은 어린 시절 주변에 또래 친구 없이 지냈고, 보수적인 아버지는 그에게 권위적으로 말하곤 했다. 그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 보다는 혼자 소꿉장난 등을 하며 놀 수밖에 없었다. “사랑과 애정을 느끼는 데 익숙하지 않아 스스로를 소외”시켰던 시절. 그리고, 중 고등학교 시절 그는 록 음악을 듣기 시작하며 자유로움을 느낀다.

강우석: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영화감독. 임재범은 그의 데뷔작 에 흥신소 직원으로 출연했다. 어린 시절 타인과의 소통보다는 내면으로 들어가곤 했던 그는 연기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 하다. 하지만 그는 노래 가사도 잘 기억을 못해 1절을 반복해 부르기도 할 만큼 문장을 잘 못 외워 연기를 할 수 없었다고. 임재범은 연기를 포기한 뒤 아버지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기른 채 록 그룹을 시작한다. 참고로 임재범은 인터뷰 중에도 특정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 배우의 성대모사를 하곤 한다.

김도균: 여전히 긴 머리 휘날리며 기타를 연주하는 기타 명인. 그와 D.O.A를 결성한 신대철은 각각 그룹 아시아나시나위에서 임재범과 함께 했다. 임재범이 “누가 더 높이 올라가나”를 경쟁했다던 그 시절에 그는 고음 보컬을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야수처럼 거친 목소리도 갖고 있었다. 시나위에서 불과 한 장의 앨범을 내고 탈퇴했음에도 그의 보컬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도균은 아예 임재범에게 “록으로 세계를 정복해보자”며 영국에서 활동할 것을 권유했다. 당시 “머리 긴 사람들 커트해 솔로로 데뷔시키면 대박난다”던 음반 제작자들의 말에 따라 솔로 준비를 하던 임재범은 곧바로 영국에 오른다. 그에게 영국 활동은 “형식적인 방송활동을 하던” 솔로 데뷔 시절보다 행복했지만, 돈은 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일본 메틀 밴드 라우드니스와의 합동 공연을 마지막으로 밴드 활동을 그만두고, 솔로로 데뷔한다.

마이클 볼튼: 솔로의 임재범은 더 이상 록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목소리에 소울 창법을 가미했다. 그래서 당시 탄생한 노래가 ‘이 밤이 지나면’. 소울과 R&B를 기반으로 한 흑인 음악이 서서히 들어오던 시기,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원시원한 고음에 거칠고 두꺼운 톤을 가진 그의 소울 창법은 흑인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 점에서 그는 백인이면서도 소울 창법을 구사한 마이클 볼튼과 비교됐고, 실제로 그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임재범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대중성을 보다 강조한 솔로 데뷔 앨범은 6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데뷔 전까지 “가수가 직업이 되는 것을 상상 못한”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동시에 “주변에서 잘 한다고 하니 내가 잘하는 줄 알고” 자만했다. 결국 그는 방송 활동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오대산에 들어가 1년 동안 살면서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바다를 보고 싶어 오대산을 나섰다가 우연히 만난 후배에 이끌려 서울로 돌아온다.

박정현: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부른 여성 가수. 임재범은 2집을 녹음했지만 ‘자유분방함을 원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앨범 제작 과정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다. 가수를 위해 제대로 무대를 준비하지 않는 방송사와 계속 마찰을 일으켰고, 공연에서도 음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음향을 믹싱 하는 콘솔을 제어하겠다고 하다가 공연 스태프와 마찰을 빚기도 했으며, 때론 후배를 때리기도 했다. 그는 2집을 낸 뒤 다시 잠적했고, 3집을 낸 뒤에도 다시 잠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영화 에 실린 ‘너를 위해’가 큰 인기를 얻었고,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발표 몇 년 후 CF에 삽입돼 인기를 얻었다. “내 노래가 영상물에 어울리는 것 같다”는 임재범의 말처럼, 가장 고음에서도 폭풍처럼 몰아치는 그의 목소리는 영상물의 하이라이트 씬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그의 OST 수록곡이 인기를 얻은 건 이 노래들이 임재범 없이도 영상물을 통해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가 더 클 것이다. 활동만 한다면, 누가 그의 노래를 거부할 수 있었을까.

최민수: 임재범이 선배로 인정하는 배우. 자기만의 화법과 좀처럼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은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니 통하는 부분이 많았을 듯 하다. 최민수가 자신의 배역에 깊게 몰입하듯, 임재범은 영화를 보면 몰입돼 작품 속 배역이 돼서 며칠을 살고, 자신을 “세상에 적응 못하는 애”라고 생각하면서 수많은 걱정 속에서 빠져 산다. 너무 고민이 많아 “슬럼프가 매일 온다”고 할 정도. 그래서 그는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를 바라고, 그러면서도 “음악이 나를 건드리는 순간” 다시 노래한다. ‘고해’에서 ‘어찌합니까’를 목 놓아 부르며 나오는 절창은 그의 독특한 내면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듯. 진정 예민한 예술가의 숙명을 보여주는 보컬리스트.

테이: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절대 부르면 안 되는 노래 ‘고해’를 멋지게 소화한 가수. 임재범은 테이와 ‘겨울이 오면’을 부른 뒤 “조금은 힘들더라도 뮤지션으로 남아 달라”며 그를 좋은 가수로 인정했다. 한 때 임재범은 테이, JK 김동욱, 박효신, 휘성 등이 모두 자신의 보컬을 따라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시간이 가며 동생같이 느껴”졌다고. 하지만 그의 보컬은 따라할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니다. 그는 ‘고해’에서 거의 갈라질 정도로 거친 목소리로 폭발적인 고음을 낼 수 있는 동시에, ‘겨울이 오면’에서 최대한 거친 톤을 빼고 담백하면서도 힘 있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테크닉적으로는 흉성, 비성, 두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저음부터 고음까지 자유로운 음역대를 소화하고, 여기에 “가사와 소리가 합일”이 되는 노래를 부르려 하고, 계속 가사를 보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상을 떠올리며 노래를 부르는 감성, 그리고 반항적인 로커이자 뜻대로 노래하는 자유인의 이미지가 결합해 마치 신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보컬리스트가 탄생했다.

송남영: 임재범의 아내. 그는 여전히 “음반 냈다고 팔아달라는 식의 홍보는 싫다”고 하면서도 “세 살 난 딸이 있고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현실은 인정”하고, 딸아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노래를 부른 KBS 를 본방으로 보지 않았다. 세상 마음대로 살고, 노래하고자 했던 야수는 종교를 통해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고, 아내와 딸 앞에서 “이 분야에 있는 분들과 둥글둥글하게 살다가 죽고 싶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아내는 얼마 전 갑상선 암 제거 수술을 받았다.

신정수: MBC 의 ‘나는 가수다’의 새 연출자. 임재범은 오는 5월 방영을 재개하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다. 한 때 “쇼가 판치는 엉터리 같은 가요판을 떠나고 싶다”던 그는 이제 “나의 달란트가 고유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 준 거”라고 생각하면서 쇼와 음악의 최전선에 스스로 서길 원했다. 관객들이 그의 노래를 직접 투표로 평가하는 그 무대에는 도망칠 곳도 없고, 과거처럼 스태프와 싸운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노래 할 때는 관객과 마주치기 부끄러워 45도로 고개를 돌리고 노래했던 남자. 그럼에도 가장 터프하게 노래할 줄 알았던 남자. 대중과 스스로 멀어지길 원했던 남자. 하지만 대중에게 경이의 대상이 된 남자. 야수가 노래한다. 가족이란 힘을 등에 업고, 더 이상 도망칠 곳 없는 도시 한 복판의 무대에서.

Who is next
임재범이 출연한 영화 에 출연한 안성기와 영화 에 출연한 정우성과 SBS 에 출연한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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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심형래정우성하정우진중권박신양배용준임성한 작가MC몽나탈리 포트만김희애이소라염정아김건모유세윤양준혁 – 임재범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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