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이건,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꼼수’인걸까. 밴드 핸섬피플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발라드로 탄탄한 입지를 다진 가수 테이와 작곡가이자 키보디스트인 영호, 타투이스트 출신의 기타리스트 타토가 모인 이 밴드는, 장난스런 이름과 테이에 쏠린 무게 중심 때문에 화제성을 노린 그저 그런 단발성 프로젝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데뷔 싱글 ‘쉘 위 댄스’는 단언컨대, 테이 개인으로만 따져도 가장 흥미로운 작업에 꼽힐만하고, 최근 나온 싱글 중에서도 유독 매끈하게 빠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요컨대, 이 노래만큼은 정말 ‘핸섬’하다. “실소를 주는 이름을 짓고 싶어” 핸섬피플이란 밴드 명을 들고 나왔다는 이들에게서 실소와는 거리가 먼 진지한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음악 얘기를 하기 전에 핸섬피플이라는 이름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웃음)
영호 : 멋있는 이름도 있었다. 어썸 브릿지나 브로큰 보이즈 같은.
타토 : 서로의 공통점을 딴 세컨드 플로어도 있었다. 테이 형은 2층에서 살고, 영호 형은 다섯 살 때 2층에서 떨어진 적이 있고, 나는 현재 지하 2층에서 살고 있다.
테이 : 그러다 내가 이름을 내게 됐다. 추구하는 음악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고, 내 기존 이미지도 진중한 느낌이라 위트 있게 가고 싶었다. 그냥 남들에게 픽, 실소를 줄 수 있는 이름으로.

“우리가 우선적으로 생각한 건 파티나 클럽보다는 감성적인 것”
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말한 것처럼 즐겁고 흥겨운 느낌의 음악인데, 특히 인트로가 ‘Seven Days in Sunny June’을 연상시키면서 자미로콰이랑 많이 비교되는 것 같다.
테이 : 실제로도 전주가 비슷하다는 평이 있어서 오랜만에 찾아 들어보니 어떤 느낌인진 알겠다. 그런데 요즘에는 조금만 비슷하면 표절이라고 한다. 좀 속상하긴 한데 우리는 당당하니까. 장르도 다르고, 음악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포인트도 다르고.
영호 : 이 부분은 곡 쓰는 입장에서 할 말이 많다. 어쿠스틱 스트로크로 시작하는 부분, 피아노 들어가는 포인트가 되게 비슷하긴 한데, 내가 이걸 Verse에서 피아노를 뺏으면 이런 얘기가 안 나올 거다.

사실 자미로콰이 스타일과는 많이 다른 게, 더 신나게 갈 수도 있을 부분에서 절제했단 느낌이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신나게만 느껴지는데 음악만 따로 들으면 초반부에 오히려 황량한 느낌조차 든다.
테이 : 우리가 만들기 시작한 게 늦가을 즈음이었는데, 센서티브함을 가미한 아름다운 노래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게 뮤직비디오 감독님에게 콘티로 넘어가면서 섹시한 노래로 변하고 되게 신나게 나왔는데, 그것도 좋지만 우선 우리가 생각한 건 파티나 클럽보다는 감성적인 거였다.

그런 면에서 밴드 구성원 중 베이스가 없는 게 눈에 띈다. 만약 다른 애시드 재즈 밴드처럼 베이스가 통통 튄다면 자미로콰이 얘기는 더 많이 나왔을 거다.
테이 : 우리가 시도한 게, 어반한 현대음악이다 보니 베이스나 드럼을 리얼 사운드로 가는 것보다는 프로그램에서 만드는 게 더 맞는 경우가 많았다.
영호 : 실제로 세션을 하는 형이 우리 노래가 신난다고 한 번 연주를 붙여봤는데, 리얼 사운드가 잘 안 맞더라. 너무 튀고. 들어가는 악기가 많아서 잘 안 살았다.
테이 : 우리 곡의 베이스 라인도 그루브하긴 한데, 믹싱의 차이가 있다. 자미로콰이는 베이스 위주로 악기 세팅이 되어 있고, 우리는 후반 디스코 사운드에 악기 편성이 많아서 베이스가 잘 안 들리는 부분이 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들으면 버라이어티한데 그렇게 안 들리게 하는 게 중요했을 거 같다.
영호 : 자미로콰이의 경우 베이스 무빙 부분에서 보컬이 없다. 역시 애시드 계열 대표 밴드인 인코그니토도 연주 위주의 팀이다. 우리는 그보단 대중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사운드는 세련되어야 하지만 보컬을 건드리면 안 되는 거다. 사람들이 듣기 편한 노래면 좋겠다. 그 안에서도 세련됐다는 말이 나오는 게 가능하다.

말한 것처럼 들을 때 어렵다고 느껴지진 않는데 뜯어보면 굉장히 화려하다. 기타 연주에서도 이런 맛깔스런 리듬 커팅은 참 오랜만이었다.
테이 : 기타는 프로그램으로 커버 안 되는 게 많아서 실연이 필요했다. 그러다 이 친구(타토)가 기타를 잘 친다고 해서 영입하려 꼬셨다. 사실 알고 지낸 건 2년 정도 됐다.
타토 : 같은 학교에서 드럼을 치던 친구가 녹음실 엔지니어를 하고 있는데 거기 놀러갔다가 테이 형이랑 친해진 거다. 내 영양분을 책임져주고 계시다.
테이 : 처음에는 기타 치는 친구인줄 몰랐다. 타투이스트 일을 하고 있어서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같이 하고 놀고 그랬는데 음악 하는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서 기타 사운드 잘 잡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봤더니 잘 치더라.

“테이는 내가 일해 본 가수 중 가장 인간미가 넘쳤다”
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그럼 서로 서로는 정확히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영호 : 테이와는 2005년? 2006년? 이 때 앨범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그런데 내가 연주도 하니까 밴드 마스터를 해달라고 해서 공연을 계속 같이 했고, 그러면서 음악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됐다.
테이 : 이 둘은 나 때문에 최근에 친해진 사이고.
타토 : 전부터 테이 형 공연 보러 갈 때, 영호 형이 건반 치는 것도 보고 대기실에서 인사도 했었는데 기억을 못하시더라.

가장 먼저 만난 건 테이와 영호인 건데, 두 사람은 처음부터 의기투합이 되던가.
영호 : 나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말하는 건데, 내가 일해 본 가수 중 가장 인간미가 넘쳤다. 세션 형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고. 처음 봤을 때 이미 톱 가수였는데…
테이 : 그 말 하지 마! (웃음) 안 그러다가 요즘 인터뷰 할 때마다 톱 가수라는 말을… 내가 미치겠다.
영호 : 평생 순위 프로그램 1위 한 번 못하는 가수들도 많다.
테이 : 그래, 내가 한 때 어마어마했어.
영호 : 이런 가수는 사실 밴드에게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잘나가던 시절이었는데도 연습 끝나면 ‘형님들 떡볶이 먹으러 갈까요?’ 이러고. 보통 밴드끼리 며칠 연습을 해놓으면 나중에 가수가 와서 들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구체적 설명도 없이 바꿔달라고 하는데 이 친구는 처음 편곡할 때부터 같이 있었다. 내 입장에선 신선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편곡하면 그걸 되게 좋아해주고. 쿵짝이 잘 맞는 사이가 됐는데 나도 밴드를 되게 하고 싶었고, 테이 씨도 하고 싶다고 해서 나중에 좋은 기회 되면 한 번 해보자고 했다.
테이 : 본격적으로 핸섬피플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게 4년 전이었다.

그럼 상당히 오래된 기획이다.
테이 : 2년 동안 공연이 굉장히 많았다. 전국 투어도 하고 일본도 갔다가 ‘같은 베개’라는 노래 끝난 뒤, 재계약 시즌에 밴드를 하고 싶다고 회사에 요청했다. 그 때 영호 형이랑 직접적으로 같이 하자고 만든 게 ‘쉘 위 댄스’와 앞으로 나올 음원들이고. 그런데 여건이 안 되어서 발매 시점에서 무산되고, 나는 발라드를 계속 했다. 그 때 공연을 계속 함께 하며 기다려줬다.

음악적인 성향이 맞는 부분도 중요했을 텐데.
영호 : 나도 주로 하던 건 스트링 편곡 같은 거였는데, 마음속으로는 스티비 원더, 인코그니토, 마룬 5 같은 뮤지션을 좋아했다. 사운드 자체가 감각적이지 않나. 그런 걸 되게 하고 싶었는데 이 친구도 감각적이고 세련되지만 산으로 가지 않는 걸 원했다.

산으로 간다는 건?
영호 : 자기만족적인 거지. 소통할 수 없는 거.
테이 : 대중음악가의 능력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걸 만드는 건데, 그걸 레벨이 낮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정말 아니다. 우리는 대중과 함께 즐기고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음악의 수준을 올리고 싶다는 거에 공감했다.

그게 핸섬피플의 색인 건가.
테이 : 우리의 첫 노래가 자미로콰이를 연상시킬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린 장르가 없다. 4월 중에는 라이브 형 록 스타일 곡을 공개할 거다. 장르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금 음악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
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핸섬피플 “밴드에 테이가 있다는 건 보험 든 것 같은 기분”
그 부분에서 보컬리스트로의 즐거움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발라드는 구성이 비슷할 수밖에 없어서 어느 파트에선 소울음도 내야하는데 ‘쉘 위 댄스’는 그렇지 않더라.
테이 : 나는 원래 록을 하다가 발라드를 배워서 새롭고 즐거운 세계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밴드가 한 번 무산되며 발라드를 하게 될 땐 반항심이 조금 생겼다. 감성을 우려내는 소몰이 같은 것들도 약간은 식상하게 느껴지고, 발라드의 감정을 담지 못했던 시기가 제법 있었다. 지금처럼 그루브한 느낌에 맞추는 것도 쉽진 않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신나고 더 편하다. 아마 듣는 이들도 내가 변신할 욕심만으로 이걸 한다고 느끼진 않을 거다. 그리고 앞으로는 테이보다는 핸섬피플에 주력할 거다. 이건 프로젝트가 아니다. 새 회사와 계약할 때도 밴드로 한 거고.

많은 사람들은 핸섬피플을 ‘테이 밴드’로 생각하기도 한다.
테이 : 그게 제일 민감했다. 새 회사 오디션을 볼 때도 테이라는 걸 숨기고 봤을 정도니까. 내가 변신하기 위해 밴드 구성원을 찾은 느낌은 들지 않으면 좋겠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테이가 자신의 이름값으로 밴드를 이끌기 바랄 수도 있는데.
영호 : 난 매우 바란다. (웃음) 나는 어릴 때부터 운이 좋아 안정적으로 음악을 했지만 밴드를 하진 못했다. 안정적인 기반이 무너질까봐. 그런데 내가 시작하는 첫 번째 밴드에 이런 가수가 있다는 게 큰 안도감을 주지. 보험에 든 것처럼.
테이 : 열심히 할게. (웃음) 방송 출연하면 열심히 뛸게.

실제로 tvN 에 출연 중이지 않나.
테이 : 기획을 듣고 내가 먼저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원래 목소리는 깨끗했는데 록을 하면서 두꺼워졌고, 발라드를 하며 부드럽게 풀어내는 걸 배웠다. 보컬리스트 입장에서 모든 음악은 배울 게 있더라. 그래서 성악 배워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후회하고 있다. (웃음) 록, 발라드, 성악은 전혀 다르더라. 록은 내 안에서 터질 거 같아야 하는 발성이고, 발라드는 말하듯 촤악 내려야 한다. 그런데 성악은 위로 저 멀리까지 띄우는 창법이더라. 몸은 힘든데 마음은 즐겁다. 이걸 해두면 다 재산이 되니까.

대중에게의 어필이라는 면에서, 에 대한 입장 듣는 걸로 마무리하자. (웃음) 지금 음악 얘기를 하고 있지만 테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게 철권이다.
테이 : 짊어지고 가야 한다. (웃음) 사실 을 본격적으로 한 건 이번 6탄부터고, 전에는 부터 꾸준히 대전 게임 해왔다. 전에는 많이 했고. 얘(타토)랑 자주 한다.
영호 : 나는 아니다.
테이 : 형 하나라도 정상이면 좋겠다. 이 세계로 안 오면 좋겠다.

그럼 셋 모두를 엮는 공통분모는 없나.
테이 : 이 둘은 정말 없는 거 같다.
타토 : 핸섬?
테이 : 이런…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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