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그래서 그들은 왜 감옥으로 갔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709345181303_1.jpg)
‘렙업’ 혹은 업데이트 완료. 최근 SBS 에서 주인공 도현(장혁)은 자신에게 한영은행 인수 관련 로비에 대한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 감방 신세를 지게 한 인진그룹의 인혜(김희애), 성준(윤제문) 남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진건설부터 흔들기 시작한다. 인진건설의 대표이자 인진그룹의 장남인 기준(최정우)에게 의도적으로 M&A를 제안하고, 여기에 힘을 쏟느라 스스로의 주식을 담보로 잡히게 한 건 도현의 타고난 감각 덕이지만, 인진그룹에 대한 복수심을 공유하는 성철(김병기)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요컨대, 도현은 감옥 안에서 복수심을 키우고, 강력한 우군을 얻으며 비로소 인혜의 원숭이가 아닌 대등한 경쟁자로서 성장했다. 그 성장의 장소가 감옥이라는 건, 그리고 그 외의 많은 드라마에서도 감옥이 주인공의 능력치를 채우는 수련의 공간이 되는 클리셰가 사용된다는 건 재밌는 일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적자들
![[위근우의 10 Voice] 그래서 그들은 왜 감옥으로 갔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709345181303_2.jpg)
알렉상드르 뒤마의 작품 중 시골청년 달타냥이 총사대 부대장의 자리까지 오르는 는 실력과 성품만으로 입신양명이 가능한 시대의 이야기다. 하지만 혼란기가 지나고 기득권의 세력이 공고해지면 계급 이동은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비루한 현실에서 새로운 시대의 달타냥은 어떤 식으로 영웅이 될 수 있는가. 뒤마는 에서 복수의 서사를 선택했다. 선한 의지를 믿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는 주인공은 이제 배척당하고 감금당한다. 단테스가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니다. 영웅의 싹을 품은 존재들은 이제 모험의 광야가 아닌 감옥에서 만난다. 여기서 은 감옥을 배움의 장소로 설정하며 짜릿한 전복의 쾌감을 준다. 감옥에서의 신체 훈육을 군대에서 기계적인 신체를 만드는 훈련과 동일시한 푸코는 감옥이 감금과 배제의 메커니즘이 아닌 새로운 주체가 되는 재생산의 과정임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갱생이 필요한 이들이 돈과 권력의 힘으로 법망을 피해나갈 때, 감옥의 메커니즘은 무의미해진다. 때문에 소설 속에서 감옥의 순기능은 재설정된다. 악인을 교화할 수 없다면, 선한 피해자를 강한 복수의 주체로 만들어내라. 단테스가 파리아 신부를 통해 성장하고 복수의 계획을 짜는 장면의 두근거림에 비하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서 복수하는 순간의 쾌감은 사실 시시할 정도다.
영웅은 복수를 먹고 자란다
![[위근우의 10 Voice] 그래서 그들은 왜 감옥으로 갔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40709345181303_3.jpg)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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