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윤: 개그맨이다. 하지만 KBS 에서는 볼 수 없다.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한다. 하지만 음악 활동으로 더 유명해졌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가상의 뮤지션. 실제 세계에서 미친 척하는 개그를 하는 코미디언. 모든 곳에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이상한 남자의 세계 정복기.
유세윤
유세윤
여운자: 여전히 개그우먼이 되고 싶은 유세윤의 어머니.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자바 등을 다룰 줄 알아 유세윤의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관리하기도 했고, 종종 방송국에 글을 보내 상품으로 탈 만큼 글재주도 좋았다. 어린 시절 유세윤이 아파트 이름 짓기 공모전에 응시해 상을 타는 창작력을 발휘한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듯. “내가 못 다 이룬 꿈을 이뤄라”라는 어머니의 교육 속에서 유세윤은 중학교 시절부터 캠코더를 켜놓고 혼자 쇼를 하며 표현력을 기르고, 남의 빵을 빼앗아 먹는 친구에게 “친구들이 열심히 사준 빵 참 맛있겠다”며 대놓고 비꼬기를 겁내지 않았다. 자신이 누군가의 흉내를 내는 걸 잘한다는 걸 깨달은 것도 이맘 때. 훗날 그의 친구가 된 장동민은 유세윤의 중학교 시절 비디오를 보고 준비된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다고.

옹달샘: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가 결성한 개그 그룹. 후배 안영미는 “동민 오빠는 경험담 얘기를 즐겨 하는데 과장을 엄청나게 보태고, 세윤 오빠는 평상시 행동이 웃기고, 상무 오빠는 애드리브에 강하다. 셋이 모이면 최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학교 동기인 세 사람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유상무가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이런 식으로 갈 겁니까?”라고 외치자 유세윤과 장동민이 나서서 함께 사람들을 즐겁게 하면서 옹달샘이 시작됐다. 당시 그들은 진지한 연극과 영화 작업부터 강남역에서 친구의 여자를 사이에 두고 가짜로 싸우기, 길에서 씨름하기 같은 온갖 장난까지 치며 우정을 쌓았다. 실제 상황 속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태연하게 황당한 개그를 하는 유세윤의 ‘뼈그맨’ 기질은 이 때 완성된 셈. 유세윤은 이 당시를 가장 행복한 시절로 기억한다. 옹달샘은 모두 KBS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고, 유세윤은 어머니의 목폴라 티를 입고 KBS 의 ‘복학생’ 캐릭터로 출연한다. 그 때만 해도 그가 개그계는 물론 가요계에도 충격을 일으킬 줄은 누구도 몰랐다.

강유미: 유세윤의 개그맨 인생 1기의 절정을 함께한 개그우먼. 덕분에 열애설도 있었지만, 유세윤이 매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의 ‘사랑의 카운슬러’에서 두 사람은 온갖 유형의 연인들을 연기했다. 실제로는 지극히 내성적이고, “자이로드롭도 못 탈 만큼 겁이 많”으며, “심리학자가 될까 생각할 만큼 사람에 대해 분석하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유세윤에게는 늘 타인의 특징을 잡아내고 과장하는 방식의 연기가 어울렸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무언가를 창작하길 좋아하던 그에게 “내 머리 속에 있는 걸 처음부터 내 연기로 할 수 있다”는 는 최고의 무대였다. 그는 마치 가면을 쓴 광대처럼 캐릭터라는 가면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스스로 “ 보면 연극으로 왕을 비꼰다.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그맨의 광대 짓은 TV, 그것도 같은 프로그램에서만 허용됐다.

강호동: MBC 의 ‘무릎 팍 도사’에 함께 출연 중인 MC. 자신이 진행한 SBS 에 나온 유세윤에게 “살짝 재석이 느낌이 난다.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장동민은 당시 자신과 유세윤이 프로그램 전, 후반을 나눠 서로 웃길 수 있도록 밀어주기로 했는데, 토크가 꼬이면서 자신만 유세윤을 밀어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세윤은 ‘무릎 팍 도사’에서 처럼 ‘건방진 도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MBC 신인상을 타는 등 버라이어티 쇼에 안착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할 만큼 실제 생활에서는 내성적이고, 가상의 캐릭터 대신 자기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버라이어티 쇼에서 그는 지극히 제한적인 역할만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엄홍길: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산악인. 유세윤은 엄홍길의 촬영을 위해 해외에 출국하면서 연습 일정에 불참하게 된다. ‘사랑의 카운슬러’는 폐지됐고, 이후 ‘무릎 팍 도사’와 일정이 겹치면서 출연이 힘들게 됐다. 또한 유세윤은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면서 “날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걸 느꼈고,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과 소화불량에 시달리기도 했다. 늘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하던 사람이 현실 앞에서 “일에 이끌려” 살게 됐다.

괴테: 독일의 대문호. 또는 유세윤이 운영한 안경 쇼핑몰. 유세윤은 어린 시절 자신이 안경을 쓰면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줄 알았고, 안경에 맞춰 옷을 입고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안경은 그에게 광대의 가면 같았던 셈. 괴테 역시 쇼핑몰이기도 했지만, 유세윤의 온갖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TV에서 점점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유세윤은 괴테에서 온갖 코믹한 사진을 찍고, 댓글을 달며 ‘국민 미친 자’가 됐다. “나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그 이상을 보여주면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나르시즘”을 가진 개그맨이 자신의 돈으로, 어떤 규제도 없는 인터넷에서 자기 스타일의 개그를 100% 하기 시작한 셈. 행사장에서 겉옷 위에 속옷을 입던 남자가 드디어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UV: 인터넷에서 자신을 납득시킨 유세윤은 뮤지션 뮤지와 함께 결성한 UV를 통해 자신의 개그를 완성시킨다. 가상의 뮤지션을 통해 뮤지션 캐릭터를 패러디하는 것은 의 ‘닥터피쉬’ 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UV의 노래는 그가 뮤지션 뮤지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작곡한다. 타인의 가면을 쓰고 놀던 그는 뮤지를 만나 캐릭터에 걸맞는 온전한 창작을 하기 시작했다.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에는 유세윤이 그동안 보여준 복고적 이미지와 장르적 디테일을 잡아내는 관찰력, 디테일한 가사를 통해 웃음을 유발시키는 특유의 코미디가 모두 들어있었다. UV 이전까지의 유세윤이 다른 사람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냈다면, UV는 그 모든 요소들을 자신의 창작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시켰다. 의 무대에서 버라이어티 쇼로, 버라이어티 쇼에서 현실로 자신의 개그를 확장시키던 그는 UV에 이르러 아예 실제 세계를 자신의 가상 세계 속으로 끌어들였다. 미친 광대가 창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개그맨이자 광대이자 예술가가 탄생했다.

JYP: UV의 신곡 ‘이태원 프리덤’에 참여한 또 한 명의 타고난 광대. 하지만 예상외로 ‘이태원 프리덤’은 모두 UV가 작곡, 편곡했다. 오히려 박진영은 랩 작사를 담당했다. UV는 ‘이태원 프리덤’은 80년대 디스코 음악과 의 감성, 다채로운 구성을 가진 곡과 강남, 홍대, 신촌, 이태원에 이르는 지리적 배경, 젊은이, 어린이, 노인을 모두 아우르는 세대적인 배경까지 모두 담긴 복잡하고 거대한 텍스트다. 유세윤이 “내 음악을 내 미니홈피에서 들으려고” 시작한 가벼운 시도였지만, 이제 UV는 그 자체로 거대한 가상의 존재다. Mnet < UV 신드롬 >에 이은 < UV 비긴즈 >는 그들에게 하나의 역사를 부여하고, 이제 전문 뮤직비디오 감독이라 해도 좋을 유세윤과 공동연출자 ‘유치콕’이 찍은 뮤직비디오의 완성도는 갈수록 높아진다. 혼자 세상에서 ‘미친 짓’ 같던 코미디를 하던 그는 음악과 뮤직비디오의 전문가를 끌어들이고, 그들과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창작 집단 ‘안전지대’를 만들었고, 이제는 JYP와 빅뱅 같은 스타들도 기꺼이 그들의 창작에 참여한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는 UV만이 중심이 된다. ‘이태원 프리덤’은 JYP와 함께 노래하다 후반부에 실제 이태원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한다. 가상의 뮤지션이 세상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미친 광대가 자신의 예술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 시작했다.

Who is next
유세윤이 출연하는 ‘무릎 팍 도사’에 나온 양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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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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