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 아나운서를 만난 시간은 밤 10시였다. 매일 이어지는 녹화와 생방송, 최근 KBS 와 출연으로 최고의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그를 찾는 곳들이 줄을 서 있었다. 신문 기자와 뉴스채널 앵커를 거쳐 2006년 KBS에 입사한 신입 사원 시절 “예능에서 춤을 더럽게 추는 바람에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던” 비호감 아나운서, 하지만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근성 하나로 시청자들을 서서히 사로잡은 그는 자신의 현재에 대해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쑥쑥 자라는 수염과 리퀴드 파운데이션의 상관관계, 방송 굴욕담을 솔직하게 털어놓다가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언제 등 돌릴지 모른다. 잠깐의 인기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프로페셔널,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전현무~”의 세계에 함께 빠져 보시길.

정말 바쁜 것 같다. 요즘 일주일 일과가 어떻게 되나.
전현무 : 평일에는 을 기준으로 앞뒤 스케줄이 있는데 제일 바쁜 건 화요일이다. 오전 8시 반에 게스트로 아침을 열고, 9시에 끝나면 바로 강남 쪽에 있는 샵(미용실)에 간다. 머리 하고 메이크업 받은 뒤 수원 KBS 연수원으로 달려가서 에 합류하면 11시 반, 녹화가 5시 반쯤 끝나면 7시 생방송을 해야 하니까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교통 정보 수신하면서 정신없이 서울로 넘어온다. 수요일 낮엔 스튜디오 녹화, 목요일 오전엔 스튜디오 녹화 하고 야외 촬영하고 돌아와 끝나면 더빙, 거기에 에 나가는 배우들 인터뷰가 잡힐 때도 있고 일요일엔 녹화가 있다. 그러니까 온전히 쉬는 날은 토요일 하루인데 이번 주엔 녹화를 한다.

“최근 2주는 내가 방송을 시작한 뒤 최고의 2주”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쉴 시간은 물론 재충전할 겨를도 없을 텐데 괜찮나.
전현무 : 괜찮다. 어차피 방송 안 하는 날 특별히 하는 게 없다. 토요일에 반나절 자는 걸로 충분하고, 소주건 맥주건 두 잔만 마시면 얼굴 빨개져서 눈물 흘리며 잠드니까 술자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1년도 더 전부터 ‘반전 스펙’에 이은 ‘반전 몸매’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는데 매일 방송하고 나면 피곤해서 도저히 운동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아쉽다.

얼마 전 에 출연해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는데, 처음 출연 요청을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전현무 : 처음엔 ‘왜? 왜 나를?’, 다음 순간엔 ‘누구 펑크 났나? 그래서 나로 때우나?’ 였다. 제작진은 아니라던데,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웃음)

MC나 집단 게스트가 아니라 혼자 주인공이 되는 토크쇼라는 점에서 긴장되지 않던가.
전현무 : 그래서 고마움 반, 걱정 반이었다. 이건 예능 프로그램이고, 한 시간 넘게 사람들이 나만 보는 거니까 진짜 웃겨 드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부담이 컸다. 하지만 재밌게 만들어 주셔서 방송이 잘 됐다. 에 이어 ‘4단 고음’이 방송된 최근 2주는 내가 방송을 시작한 뒤 최고의 2주였다.

하지만 그 2주가 오기까지 기다림이 길었다. 입사 초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춤을 추거나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나운서 선배들은 물론 부모님까지 탐탁지 않아 하셨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 스타일을 계속 밀어붙인 이유는 뭐였나.
전현무 : KBS 입사와 동시에 내 꿈은 예능 MC였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예능 MC의 조건은 진행을 잘 하는 것은 물론 혼자 있어도 웃길 수 있는, 즉 자체발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럼 내가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전현무란 사람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를 각인시킬 수 있는 건 춤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의 핵심은 아이돌이기 때문에 아이돌에 관련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아이돌 그룹들의 인지도, 활동사항, 댄스, 팬 층 그리고 나의 몸 상태를 철저히 분석한 결과가 딱 샤이니였다. 아, 이 친구들한테 빨대를 꽂아야겠구나. 물론 소녀시대의 ‘Gee’를 춘 적도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약간의 경쟁도 있었고, 사실 처음에는 “아나운서가 왜 저래?”라는 욕을 많이 먹었다.

그러니까 심지어 주변인들은 물론 시청자에게까지 이미지가 추락하고 비호감 인물로 찍혔을 정도였는데 ‘이 방향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나.
전현무 :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에서 내가 인동초라고 말한 건 그래서다. 잡초는 환경에 맞게 스스로를 조금씩 바꿔나가며 살아남지만 난 그냥 ‘꺾으려면 꺾어라. 뿌리째 뽑히지만 않으면 괜찮다’ 라는 생각으로 그 시간과 고난을 견뎠다. 그래서 사람들이 욕을 할 때도 속으로 뿌듯했다. ‘그래, 씹어라. 욕해라.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난 당신들 머리 속에서 비호감으로 각인되고 있다. 오케이, 잘 하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입사 초 워낙 바닥을 깔아놔서 이미지가 더 떨어질 데가 없었으니까 올라갈 일만 남았던 거다. (웃음) 입사 5년차부터 일이 슬슬 풀렸다. 그리고 6년차인 올해 랑 로 나에 대한 호감지수가 코스피 2000선 돌파하듯 팍~ 친 것 같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뭔가.
전현무 : 이게 맞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입 시절 리포터를 할 때 어느 임원 분께서 “너 이거 하려고 KBS 들어왔니? MC를 해야 될 거 아냐”라면서 교양 프로그램 MC 자리를 제안하신 적이 있다. 굉장히 파격적인 배려였지만 안 하겠다고 했다.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언제까지 연예인 뒤꽁무니만 따라다닐 거냐고 난리였는데 나는 당장 MC 욕심이 있는 게 아니라 예능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1년 동안 를 했다. 유재석 씨가 10년 만에 꽃을 피운 것처럼, 예능에서 내가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전현무는 재밌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5년 동안 리포터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 아프고 눈물 날 때는 있었지만 그 길이 맞는 방향인데 비바람이 몰아치고 좀 돌아간다고 해서 화창한 다른 길로 가면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지 않나.

“예능에서는 무조건 해야 된다, 토크도 춤도 망설이면 안된다”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예능 MC라는 간절한 꿈을 가지고 처음 현장에 뛰어들었을 때는 어땠나.
전현무 : 사실 기회가 느닷없이 왔다. 에서 강병규 씨가 빠지면서 내가 정은아 씨와 투톱 MC가 된 거다. 처음에는 정말 엉망이었다.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너무 욕심을 부렸다. 주제가 ‘생리통’인데 정은아 씨가 “현무 씨, 남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질병이죠?”라고 하시면 “예, 오늘은 저도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임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되는 걸 “그러게요. 제가 자궁이 없네요!” 하는 식으로 무리수를 뒀다. 게스트가 웃기면 MC는 좋아해야 하는데 속으로 질투하면서 내가 더 웃기려고 하고, 그러다 방송 보면 통편집 되어 있고. (웃음) 시간이 좀 지나면서야 이게 아니란 걸 깨우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예능에서 알려진 건 아무래도 이었던 것 같다. ‘밉상’이라는 캐릭터를 얻기도 했고.
전현무 : 은 정말 내가 제일 원했던 방식의 순수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출연하게 됐을 때 정말 감격했다. 그런데 그 때도 잘 못 했다. 초반 방송은 지금 봐도 낯부끄럽다. 스무 명이 넘는 게스트를 다 다뤄야 하는데 내 자리는 게스트석 뒤에 있어서 사람들 등만 보이고, 내 말이 들리는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말투는 점점 어색해져서 어린 아이돌에게 검사가 취조하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심지어 어떤 연예인이 “김제동 씨가 질문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는 게 방송에 나가기까지 했다. 지금이면 그냥 받아치거나 더 깐족대서 웃길 텐데 그 땐 너무 긴장을 했다. ‘망했다. 내가 얼마나 엉망이면 저럴까’ 싶어 식은땀이 막 나고 수염이 막 자라고. (웃음) 하지만 제작진이 참 똑똑했던 게, 그 땀 흘리고 벌벌 기고 어색한 걸 살려서 ‘전현무의 밉상 질문’이라는 코너를 만들어준 거다. 넌 어차피 엉망이니까 그 연예인 안 볼 생각으로 독한 질문이나 물어보라 이거지. (웃음) 그게 내 어색한 진행과 맞물리면서 화제가 됐고 ‘밉상’이라는 캐릭터가 잡힌 거다. 그러면서 슬슬 성장하게 됐다.

이번에 아나운서 특집 편으로 이 프로그램에 다섯 번이나 출연하게 되는데 2009년 첫 출연 이후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그램 안에서 스스로의 위상이 달라지는 게 느껴지던가.
전현무 : 그런 걸 제일 먼저 느끼게 하는 기준이 제작진이다. 녹화하다 앞에 앉아 있는 작가들만 쳐다봐도, 내가 처음 나가서 의 괴물 성대모사 할 때는 분위기가 굉장히 싸늘했다. 무슨 얘기를 해도 ‘뭐야? 털만 많아가지고.’ 같이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봤다면 지금은 내가 입을 열면 할렐루야! 하트를 그린다. 하지만 예전엔 나에 대한 기대가 없었으니까 아무거나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꼭 웃겨야 한다.

그 사이 ‘4단 고음’을 능가할 뭔가를 준비했나?
전현무 : 아니, 솔직히 시간이 너무 없었다. 내가 예능 자판기도 아니고, 지난 번 방송 후 3주 만에 다시 녹화하는데 뭘 더 내놓으라고 하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지 않나. (웃음)

하지만 ‘4단 고음’도 미리 준비해간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토크를 주고받다가 공이 넘어오는 순간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하던데 그런 판단은 어떤 기준으로 하나?
전현무 : 예능에서는 무조건 해야 된다. 제작진이 제일 싫어하는 게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흐름을 끊는 거니까, 해 봐서 안 터지면 편집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4단 고음 할 줄 알아요?”라고 물어봤을 때 “어우, 당연하죠!” 라고 일단 뱉고 본 거다. 유재석 씨가 “이 친구 이래서 마음에 든다”고 했던 것처럼, 그게 예능의 기본이다. 물론 고음 처리할 때 내 얼굴이 그렇게 일그러질 줄은 몰랐지만.

같은 경우 예능이 아니라 생활정보성 프로그램인데도 애드리브의 비중이 상당이 높은 것 같다.
전현무 : 절반 이상이 애드리브다. 작가의 대본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가능하면 생방송은 대본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보 매거진 프로그램들은 아이템이나 형식이 워낙 비슷비슷한 편이라 뻔해지기가 쉽다. 예를 들어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고 하죠?”라는 멘트가 있다면 거기서 “아니, 왜 우리나라 며느리들은 자꾸 집을 나갑니까?” 라고 한 번 더 틀어주면 훨씬 신선해지는 거다.

방송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한껏 드러낼 때가 있는가 하면, 수염, 노안, 보톡스 시술같은 자학성 에피소드도 자주 털어놓는다. 굳이 스스로 얘기하지 않아도 될 텐데. (웃음)
전현무 : 내가 현빈이면 그런 얘길 뭐 하러 하겠나. (웃음) 하지만 나는 그냥 나니까 가만히 있어도 관심을 받을 수는 없다. 어떤 분께서 “전현무는 유재석과 비슷한 수비형 개그를 한다”는 글을 쓰셨던데 나도 동의한다. 사람들이 생각할 때 아나운서는 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신부 화장 한다고, 리퀴드 파운데이션 쓴다고 얘기할 때의 추락하는 모습에서 재미를 준다는 거다. 내 모토 중 하나가 ‘지루한 방송은 재앙이다’란 거다.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예능은 당연하고 뉴스, 교양, 다큐멘터리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웃겨야 된다는 게 아니라 즐거워야 하고 재밌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춤도 추고, 부끄러운 과거도 얘기하는 거다. 그게 없으면 나를 왜 방송에 부르겠나.

“MC도 연기자니까 더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그런 면에서 박휘순 씨가 “ 2, 3주 나왔더니 에피소드 다 고갈됐다”고 한 것처럼 토크 소재가 부족해지는 문제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아나운서는 연예인에 비해 훨씬 평범한 직장인의 사이클 안에서 살고 있지 않나.
전현무 : 그래서 열심히 쥐어짠다. 나에게 있었던 일들은 최대한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사소한 것들을 관찰해서 웃음 포인트를 찾는다. 모든 웃음은 공감에서 오는 거니까 여자 분들이 강남 미용실이나 리퀴드 파운데이션 얘기에 좋은 반응을 해 주시는 것처럼. 그리고 정말 에피소드가 없으면 춤이라도 춰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4단 고음’과 맞먹을 만큼 대표적인 개인기가 ‘줄리엣’, ‘링딩동’, ‘루시퍼’를 아우르는 샤이니 댄스인데 왜 굳이 샤이니였나.
전현무 : 절도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여성적이면서도 남성미를 놓치지 않는 안무가 나를 매료시켰다. 사실 ‘웃기려고 일부러 저렇게 추나’라는 의혹을 가진 분들도 있던데 그게 너무 억울하다. 돈 내고 학원 다니면서 배운 건데, 안무 동영상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봤다. 하도 연습을 많이 해서 이미 머리는 온유인데 그러면 뭐 하나. 몸이 박휘순인 걸. 내가 연습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면 정말 처절하다. 한 동작이라도 똑같이 해 보려고 몸부림을 친다. 지난 번 에서 양복 양말 신고 ‘루시퍼’ 췄을 때 표정이 엄청나게 심각했던 것도, 어떻게든 기억을 해 내느라 그런 거다. 문제는 보름을 해도, 한 달을 해도, 6개월을 해도 춤이 똑같이 나온다는 거지.

그럼에도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인가.
전현무 : 아마 작년에는 ‘루시퍼’로 샤이니보다 내가 더 활동을 많이 했을 거다. (웃음) 그래서 샤이니 음반이 나올 때마다 유심히 살펴보는데 지난 번 ‘헬로’는 댄스를 거의 안 해서 너무 실망했다. 아니 이 친구들, 이건 좀 상도에 어긋난 거 아닌가. 샤이니가 하나 빵 터뜨려 줘야 내가 거기 묻어서 한 반 년 갈 수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그러니까 어서 활동 재개를 독려하고 싶다.

예능도 그렇지만 , 등 MC를 맡고 있는 프로그램마다 시청자 타겟이나 아이템에 따라 진행 스타일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어떤 고민들을 하나?
전현무 : 는 혼자 하는 프로그램이니까 웃음도 필요하지만 진행이 잘 돼야 하고 공정한 룰에 따라 퀴즈를 맞춰야 하니까 가장 긴장하고 진행하는 편이고, 의 ‘위대한 밥상’ 코너에는 정말 진행을 잘 하는 정은아 씨가 계시기 때문에 나와 (김)용만이 형은 약간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면서 답을 알아도 일부러 헛소리를 할 때도 많다. 은 진행과 헛소리를 동시에 하면서 김현욱 선배에게 들이대기도 하고. (웃음) 배우가 연기 변신을 하듯 MC도 연기자니까 더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던데 ‘래리 전 라이브(larryjunlive)’라는 주소는 를 염두에 둔 건가?
전현무 : 그렇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 스타일이 라 예전부터 이메일 주소도 그걸로 써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시사와 예능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은 대부분 실패해 왔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거라 보고, 그 진행자가 내가 되면 좋겠다. 지금은 시사에 대해 아는 게 모자라지만 어느 정도 연륜이 생기면 찧고 까부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도 쉽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한다.

2009년 KBS 연예대상에서 쇼오락 부문 신인 MC상을 받았고 얼마 전 아나운서실 모범사원상을 받았다고 들었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는 상이었을 텐데.
전현무 : 연예대상에서 받은 상은,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을 제작진들로부터 처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모범사원상은 아나운서실에서 전현무라는 변종, 돌연변이를 처음으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감사하다. 사실 내가 뉴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나운서실 안에서 거의 하는 일이 없는데 방송을 열심히 하는 걸 애정 있게 봐 주신 것 같다.

“ ‘라디오 스타’를 해보고 싶다”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전현무 “유재석 씨 같은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의 반응 가운데 가장 기뻤던 건 뭔가.
전현무 : 우울증을 치료해줬다는 글이 정말 좋았다. 정말 힘든 일로 고통받던 분들이 ‘4단 고음’ 영상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아서 우울할 때마다 보신다는 얘기를 들을 때 너무나 뿌듯하다. 혹시 또 재발할지 모르는 우울증도 내가 치료해 드리고 싶고. 그런데 사실 댓글 중 제일 많은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웃음)

아직 사로잡지 못한 블루오션 시청자 층이 있는 것 같나.
전현무 : 이젠 거의 없는 것 같다. (웃음) 애들은 원래 길에서 보고 전현무, 전현무 하면서 좋아했고 20대 미혼 여성이 마지노선이었는데 이 분들도 요즘 많이 넘어오셨다. 댓글이나 트위터 글을 보면 “내 이상형이에요. 딱 하루만이라도 같이 살아보고 싶어요” 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반응이다. 전에는 “저도 싫어하는데 우리 엄마는 더 싫어해요”였는데 이제는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하니까.

자신에 대한 기사나 댓글을 자주 검색해 보나.
전현무 : 매일, 거의 매 시간 단위로 체크한다. 기사, 댓글, SNS까지 다 본다. 심지어 나한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누가 저한테 전현무 닮았다는데 어떡하죠?” 같은 잡담까지 읽어본다. (웃음)

예능 MC로서 베스트 10 안에 들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스스로 지금 어느 정도의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경쟁력은 뭔가.
전현무 : 지금은 탑 MC는 아니어도 MC로 내세웠을 때 불안하지 않은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나운서 출신 예능인이 많지 않으니까 희소성이 있고, 밉상 캐릭터도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 나이가 적은 건 아니지만 예능하기에는 좋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미혼이기도 하고.

모든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틀어 한 번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해 본 프로그램이 있다면.
전현무 : MBC ‘라디오 스타’. 윤종신 형이 진행의 많은 부분을 맡고 있기 때문에 김구라 형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명확히 없는 상태인데 내가 가면 티격태격이 가능할 것 같다. 구라 형이 워낙 세니까 이길 수는 없지만 열 받게 하는 깐족 캐릭터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래 스튜디오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요즘 특별히 꽂혀 있는 뭔가가 있나.
전현무 : 다음 개편, 그리고 다다음 개편.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린다. 내가 어떻게 진화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밖에 없다. 유재석 씨를 ‘방송 기계’라고 하던데, 나는 유재석 씨보다 낮은 성능이라 해도 역시 방송 기계가 되고 싶다.

글, 인터뷰. 최지은 five@
인터뷰.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