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
1. 2차 폭력성 실험
2. 내가 좋아하는 김연우가 대기발령 상태라서 너무 슬프단 말이야
반대말) 송해

2011년 3월 20일, MBC 의 ‘나는 가수다’는 사상 유래 없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의 명성을 널리 떨쳤다. 마케팅이 결여된 순도 높은 노이즈라는 점에서 상식을 뛰어넘은 이날의 방송은 ‘서바이벌’이라는 방송의 정체성을 붕괴시키고 평가단의 권위를 말살했으며 PD의 결정력을 외면했다.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모두가 촌스럽고 억지스러운 감정에 휩쓸린 순간, 스튜디오를 점령한 것은 ‘재도전’이라는 마법의 단어였다. 출연자들이 이것에 반발하지 않고 제작진이 가능성을 오픈하는 순간, 7개의 구슬을 모아 불러낸 용처럼 재도전이 등장했다. 그리고 재도전의 용은 소원을 들어주었다. 민망하지 않게 해달라는 후배들의 소원, 화제성을 얻겠다는 방송사의 소원, 좋은 가수의 좋은 무대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PD의 소원이 뒤섞이며 그 모양새가 이상해진 것은 용이 알 바 아니다.

가수와 무대보다 어설픈 예능인들의 감정싸움이 부각된 ‘쿨하지 못해 미안’한 방송에 대해 시청자들은 사과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집약된 해프닝이라며 분노를 가속시켰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출연진들은 재도전의 미학에 대해 용기 있는 일이며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것은 신라시대 화랑의 세속오계로부터 비롯된 정서이기도 하다. 황산벌 싸움에서 관창은 계백을 공격했으나 포로가 되었다. 포로는 목을 베는 법이나 계백은 어린 화랑의 목숨을 살려주었다. 이때 관창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 다른 화랑에게 기회를 주기보다는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계백에게 재도전을 했다. 출정하면서 어쩌면 “검술도 안 틀렸는데, 이상하게 졌어. 아, 투구를 써서 그런가?”라고 자체 분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국 관창은 잘린 목으로 돌아왔다. 파멸을 예감하지만 도전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다만 명예를 위한 욕심이 아니라 그것이 전투를 대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대는 전쟁터가 아니되, 주말 예능은 전쟁터라는 점이다. 그래서 가수와 PD는 목이 잘린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게다가 시청자를 배반하여 교우이신에 실패했으니 중요한 벗을 잃은 셈이다. 전세가 기울었다.
용례
* 니가 해라 재도전
* 밤새 재도전 하고 지옥 가겠습니다!
* 일단 다른 직업에 재도전 하는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잠깐만, 현석이 형한테 전화 한번 넣어봐
* 이번 생은 틀렸어. 챔기름 먹고 힘내서 다른 모습에 재도전 할 거야.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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