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남격’에게 배우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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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오디션이 있었고, 그 중 하나만 혹평을 받았다.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김영희 PD의 룰 번복으로 비난을 받는 동안,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은 무난하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였고 출연자들의 외모 순위를 결정한 MBC ‘미남이시네요’ 특집과 라면 콘테스트를 벌인 KBS ‘남자의 자격’ 라면의 달인 편은 오디션 포맷을 성공적으로 녹여냈다. 의 김태호 PD와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 그리고 과거 를 만들었던 ‘신입사원’의 전성호 PD는 수년 간 연예인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아온 경험이 있고, 이는 출연자들의 서사를 풀어내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연출과도 맞닿아있다. 그래서 세 명의 PD들에게 ‘오디션 프로그램 잘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신원호 PD는 본 촬영에 앞서 가장 필요한 작업으로 “일반인 지원자들에 대한 꼼꼼한 프리뷰”를 꼽았다. 미리 사연을 파악하고 나면 그 부분에 집중해서 촬영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어마어마하진 않더라도 소소한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박재연 주부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위해 ‘바지락유’ 면을 연구했다는 사연을 끄집어냈다. 덕분에 줄곧 냉정한 평가를 해오던 심사위원의 입에서 “라면 하나로도 아이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 정말 감동이었습니다”라는 따뜻한 심사평이 쏟아져 나왔다. 전성호 PD는 “에서 ‘신입사원’으로 프로그램만 바뀌었을 뿐, 출연자들에게 미리 질문을 던지는 작업은 똑같다. 때는 연애는 몇 번이나 해봤느냐, 어떤 이성친구들을 만나봤느냐를 물어봤다면, 이번엔 지원자들이 취업준비를 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조사했다. 그래야 방송에서 MC들이 인터뷰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필연적으로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무도>, ‘남격’에게 배우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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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지는 단계는 바로 촬영이다. 하지만 김태호 PD와 전성호 PD는 그 역할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디션을 치르는 대상이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어떤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 좋은 연출이라는 뜻이다. ‘나가수’가 PD의 무리한 개입으로 규칙을 바꿨다가 혹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꽤 의미심장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김태호 PD는 “만약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특집처럼 1등을 뽑는 콘테스트에서 제작진이 개입한다면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노래하는 무대를 예쁘게 만드는 건 연출의 영역이지만 내용이나 퀄리티에 손을 대는 건 굉장히 위험한 시도”라고 말했다. 1위곡이 뽑히기 전까지는 관객의 입장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성호 PD는 “자기 목표가 확실히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연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런 장치들이 없어도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절실함이 주는 묘한 재미, 면접에 대한 압박감을 위트 있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결국 촬영장에서 연출자의 몫은 “출연자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김태호) 뿐이다.

편집 작업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는 “웃기지 않더라도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오는”(신원호) 이야기를 골라내고, “출연자들을 자칫 비호감으로 만들 수 있는 의도적인 멘트나 어색한 행동”(김태호)을 잘라내는 것이 좋다. 결국 사전준비-촬영-편집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관통하는 것은 ‘리얼’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재 방송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 제작될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 PD들은 신원호 PD의 한 마디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필연적으로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그것을 바라보는 제작진들의 시선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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