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온!>, 청춘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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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에서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은 단연 과 이다. 항상 기본 이상을 보여주는 지브리 스튜디오, TV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도라에몽, 포켓몬 시리즈 등이 여전히 건재했지만 2010년은 무엇보다 과 이 몰고 온 산뜻한 바람에 일본 애니메이션계가 화색이었다. 모리 에토의 동명 아동소설을 원작으로 한 은 으로 일본 아카데미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상을 수상한 하라 케이이치 감독의 신작. 환생을 소재로 소년의 인생을 신중히 들여다 본 이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수채화풍의 그림으로 관객과 평단에 고른 지지를 받았다. 가족용 애니메이션이 다수인 일본 극장가에 은 색다른 자극이었다. 4컷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원작 팬들의 기대를 받으며 시작된 TV 애니메이션은 높은 인기에 2기 방영으로 이어졌고 최근엔 영화 제작(12월3일 개봉 예정)과 종결됐던 만화 연재 계획( 봄 호)도 발표됐다.

소녀들이 부르는 일상의 주제가
<케이온!>, 청춘의 노래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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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카키후라이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주인공 유이가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부활동으로 케이온부(경음악부)를 선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케이온은 극중 유이의 착각처럼 ‘가벼운 음악’이란 뜻으로 해석되지만, 보통 여고에서의 밴드를 일컫는 호칭이기도 하다. 만화는 2007년 4월부터 2010년 9월까지 만화잡지 에 장기 연재됐고 이후 총 네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2월 현재까지 판매부수가 250만부를 넘는다. 은 이 인기에 힘입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방영됐으며, 심야 시간대 방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2%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연하게도 음악을 소재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극중 노래의 인기로도 이어졌다. 주제가, 삽입곡 등의 CD는 오리콘차트 상위에 랭크됐고, TV 애니메이션 1기가 끝난 시점에 관련 CD의 판매량은 100만장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관련 피규어 매진, 라이브 이벤트 성황, 극중 등장 악기 기종의 품절 등 은 일종의 사회현상으로까지 퍼졌다.

밴드부를 소재로 삼았지만 은 음악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멀다. 애니메이션은 기타·보컬의 유이, 베이스·보컬의 미오, 드럼의 리츠, 키보드의 츠무기 등 소녀들이 오밀조밀 만들어가는 일상에 주목한다. 연습실에선 악기를 두드리기보다 테이블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며, 합숙을 위해 찾은 바닷가에선 피부가 새까맣게 타도록 물놀이에 열중한다. 꽃내음 물씬 풍기는 이들의 학창시절을 수놓는 건 정열과 노력보단 시간과 청춘을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이다. 무도관 라이브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는 허수아비처럼 걸려있는 부실의 간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어딘가 엉성하지만 함께라면 아름답고 행복한 음악. 이게 의 소녀들이 부르는 일상의 주제가다. 세밀한 일상묘사,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삽입한 ‘모에(萌え, 특정한 무언가에 깊이 빠진다는 의미로 만화, 게임 등에서 어떤 요소에 갖는 특별한 감정을 가리킨다. 로리타 모에, 안경 모에, 붕대 모에 등이 있다) 요소’, 10대 소녀의 낭만이 적절히 반죽된 은 뜨거운 열정을 버거워하는 오늘의 일본 청춘에 공감을 자아냈다. 그리고 은 팬들에게 노래를 제안했다. 을 ‘아니메송’과 함께 특집으로 꾸린 일본의 잡지 < CUT >은 “만이 유일하게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화학작용을 일으켰다”고 썼다. 은 또 다른 청춘의 색다른 송가기도 하다.

글. 정재혁 칼럼니스트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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