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장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31005345116838_1.jpg)
우선 전제하자. 배우 故 장자연의 죽음, 그리고 성 착취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고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는 경찰의 손에 넘어갔고, 그것이 정말 고인이 작성한 것인지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그녀를 착취한 것이 누구인지는 그 이후에나 판명될 것이다. 하지만 이 안개 속에서도 모두가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은, 만약 이 일이 사실일 경우 꼭 처벌해야 하며 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윤리적 잣대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책임 때문만은 아니다. 한 인격을 성적 도구로 전락시키고 소비하는 것, 사람을 거래할 수 있는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악이다. 이것은 기브 앤드 테이크의 차원이 아니다.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의 문제다.
책임지지 않는 단어, 널리 퍼지는 플랫폼
![[위근우의 10 Voice] 장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31005345116838_2.jpg)
최근 매체들이 너무 쉽게 연예인을 성적 이미지로 환원시켜 유통하는 모습은 그래서 아쉽다. 우연히도, 故 장자연의 친필 추정 편지가 경찰에 넘어간 날, 이 소식과 함께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는 ‘하의 실종 행사’와 ‘현아 교복 사진’이 함께 자리했다. 모 의류업체는 다리의 노출이 많을수록 할인 폭을 높여주는 ‘하의 실종 패션 행사’를 기획했다. 할인율을 빌미로 여성의 노출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행위는 정도의 큰 차이는 있지만, 앞서의 경우처럼 상대를 성적 대상으로 환원하고 소비하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상식적인 일이지만, 이 행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취소됐다. 매체들 역시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하의 실종 행사’에 비판적이던 매체들 안에서 ‘하의 실종’을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연예인 사진에 ‘하의 실종’이라는 딱지를 붙인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자 연예인이 짧은 치마를 입고 섹슈얼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는 있다. 누군가 그걸 보고 ‘하의 실종’이라는 천박한 성적 농담을 사적으로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적 매체가 그런 단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레드 카펫 위의 배우를 오직 ‘하의 실종 패션 종결자’로 환원시켜 포털을 비롯한 플랫폼에 유통시키는 행위에서, 한 인격에 대한 고려를 찾기란 어렵다. 포미닛 현아의 중학교 시절 교복 사진을 공개하며 ‘중학생이 저렇게 섹시해?’라는 제목을 다는 기사는 어떤가. 섹시하다는 말이 꼭 대상을 성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은 아닐지 몰라도, 그저 예쁘고 날씬하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이런 무감각 혹은 무책임한 말들이 매체라는 공론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유통되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런 정신 나간 행사를 쉽게 기획할 수 있었을까.
불쾌함마저 사라져버린 시대에 대해
![[위근우의 10 Voice] 장자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1031005345116838_3.jpg)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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