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이 됐어요
1. 이름이 삭제당하다
2. 회원명단에서제명당해얼마나마음아펐느냐세상에는나쁜회장도있단다힘내라하늘은언제나푸르다

KBS ‘봉숭아 학당’에 따르면 돌아온 여성 싱글들을 위한 모임, ‘비너스’는 매주 다양한 장소에서 회합을 가진다. 모임 지역에는 언제나 남성들이 존재하며 노래방과 같이 협소하고 폐쇄적인 공간에는 바다낚시 동호회 ‘장보고’ 오빠들이라도 초대하기 마련인지라 올해로 4학년 5반, 마흔다섯이 된 회장 김영희는 모임의 질서를 바로잡고 기강을 다지기 위해 매 번 새로운 수칙을 제시한다. 사실 김영희 회장은 너무 늦은 재혼이라 양친이 모두 작고하신 이명옥 회원의 결혼식에 참석할 정도로 회원들을 아끼는 열혈 회장이다. 그러나 4학년에 접어든 여성들은 때때로 이성에 앞서는 본능을 억제하기 어려우며 옷깃만 스쳐도 임신인 줄 아는 오옥순 회원을 비롯, 이명자, 정봉심, 최말년, 선우옥희, 장덕은, 이명옥 회원 등 다수가 회장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모임의 수칙을 어긴 바 있다.

말로 잘 타일러도 듣지 않을 때, 많은 지도자들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단호한 김영희 회장은 일벌백계를 통해 회원들에게 수칙 엄수의 중요성을 고취시킨다. 비너스의 명예를 더럽히고 회원들의 재혼을 방해하는 불순분자에게 주어지는 벌은 오로지 추방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응징을 위한 퇴출이 아니라 다수의 행복을 위해 개인의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깝다. 회원을 떠나 보내고도 “제명이 됐어요”라고 경쾌하게 말하는 김영희 회장의 목소리가 이별의 슬픔보다는 희망의 설레임으로 가득 찬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니 비너스의 회원들은 김영희 회장이 제시하는 요러한 수칙들을 빤듯하게 지켜 부케 한 번 더 던지고, 웨딩 카 한 번 더 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너스의 차기 회장으로는 음악 동아리 ‘두드림’을 통해 뭐랄까 굉장히 매력적이고, 매력적인 면모를 과시했던 장삼란 회원을 추천하는 바이다. 아무래도 평소의 수더분한 모습과 달리 비너스 바깥에서는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희 회장의 연임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동지라고 생각 했는데 사실은 훈녀라는게 밝혀지면 고등학교 졸업사진 폭로하고 싶은 게 우리 나이 아닙니까?
수칙 사례
* 다른 사람이 소중히 간직해온 양식을 슬쩍하는 순간, 제명이 됐어요.
* 기맨수 회원님은 공공장소에서 취미 활동을 하다 걸리는 순간, 제명이 됐어요.
* 차두리 회원님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순간, 제명이 됐어요.
*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 분은 이제 언론계 미중년 명단에서 제명이 됐어요.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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