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새벽,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챔피언스리그 올림피크 리옹과의 대결에서 막판 실점으로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8강 진출의 적신호까진 아니어도 호날두, 아데바요르, 외질 등 선수들의 면면을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우연이겠지만, 정우성, 차승원이라는 압도적 투톱을 내세운 드라마 SBS (이하 ) 역시 지난 21일 혹평과 실망스러운 시청률 속에 막을 내렸다. 모이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되는 스타 군단의 아쉬운 성적. 축구와 드라마의 이 평행이론은 스타에 의존하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문제를 의외로 잘 드러낸다.

평행이론1: 스타만이 정답은 아니다

흔히 갈락티코, 즉 은하계 정책이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 영입이 종종 효율적이지 못한 전략으로 꼽히는 건, 스타가 있음에도 우승을 많이 못해서가 아니라 스타들이 많아서 좋은 성적을 못 냈기 때문이다. 호나우두와 지단, 피구라는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에, 마법의 프리킥을 가진 베컴까지 있던 갈락티코 1기는 03-04, 04-05 시즌 동안 무관이었고, 호날두와 카카, 알론소 등이 있는 갈락티코 2기 역시 챔스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침묵했다. 네임밸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만 열중하면서 팀 전체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조직력에 구멍이 뚫린 탓이다.

분명 스타의 네임밸류는 어떤 기획 요소보다도 매력적이다. 레알의 페레즈 회장이 2000년 레알의 구단주에 당선되어 은하 군단 1기를 만들 수 있었던 건 피구를 영입하겠다는 공약 덕분이었고, 2009년 재선되어 은하 군단 2기를 만든 것 역시 호날두 영입을 천명한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톱스타 캐스팅 없이는 드라마 편성이 어렵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레알의 경우처럼, 스타의 영입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에 대한 집착은 필연적으로 다른 부분에 결함을 가져온다. 전체적 면면으로만 따진다면 보다 화려했던 KBS 의 실패는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비와 다니엘 헤니라는 투톱에 적룡, 증지위, 다케나카 나오토 등의 해외 스타, 그리고 KBS 성공을 이끈 곽정환-천성일 콤비가 합세한 이 작품은 전정 드라마계의 레알 마드리드였다. 하지만 뛰어난 플레이어들이 있어도 유기적인 팀 전술 안에 녹여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처럼, 각 캐릭터들의 욕망을 전체적인 서사 안에 녹여내지 못하며 산만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는 더 심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할 대립각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정우성을 여자에 빠져 제대로 된 판단도 못하는 ‘찌질이’로, 후반에는 차승원을 질투에 빠져 허우적대는 ‘찌질이’로 그려내는 우를 범했다. 때문에 이들 작품이 내세우는 스케일과 스타의 이름값은 화려하되 공허하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회적 실패에 끝나지 않고,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이름난 스타만 소비할 경우, 미래의 스타는 나타날 수 없다. 흔히 지단-파본 정책이라고 하는, 월드클래스의 스타는 주요 공격수로 쓰고, 유망주는 수비수로 활용하는 레알의 정책은 결국 좋은 유망주들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톱스타에만 의존하느라 캐릭터에 어울리는 신인을 기용하지 않는 한국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정일우, 김범, 최다니엘, 신세경 등을 스타로 만든 김병욱 감독의 ㅡMBC 시리즈 외에 파격적인 신인 캐스팅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갈락티코 1기는 유망주의 성장이 없는 상황에서 주축 스타들이 노쇠하며 몰락했다.

평행이론2: 축구와 드라마는 팀플레이 싸움이다
[위근우의 10 Voice] 축구와 드라마의 평행이론
[위근우의 10 Voice] 축구와 드라마의 평행이론


언젠가 공형진이 의 팀플레이를 이야기하며 레알의 라이벌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를 언급한 건 그래서 재밌는 우연이다. 레알이 스타를 영입한다면, 바르샤는 유소년 시절의 유망주를 메시와 이니에스타, 샤비 같은 최고의 스타로 키운다. 는 마치 바르샤의 축구처럼 개개인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전체적으로 유려한 그림을 그려 성공했고, 덕분에 배우들의 이름값 역시 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올라갔다. 이미 A급 스타였던 장혁은 연기대상을 거머쥐었고, 2퍼센트 부족했던 오지호와 이종혁은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천지호 역을 맡았던 성동일의 존재감을 말하는 건 새삼스러울 것이다. 스타가 꼭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좋은 드라마는 배우를 스타로 만든다.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만큼이나 KBS 의 캐스팅에 주목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연기 경험이 없던 박유천, 아직 미완의 대기였던 송중기, 유아인, 박민영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결국 네 명 모두를 현재 가장 핫한 스타 배우로 만들었다. 작품 자체가 좋기도 했지만, 배우의 이름에 휘둘리지 않고 각 배역에 어울리는 배우들을 선택하려 애쓴 덕이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가 올림피크 리옹과의 2차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뒤 이번 챔스에서 우승할 수도 있다. 정태원 대표가 의 실패를 딛고 내놓은 가 스타 마케팅과 물량 공세로 흥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송중기와 유아인, 신세경 같은 배우를 스타로 만들어주는 드라마와, 그렇게 스타가 된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에만 혈안이 된 드라마 중 무엇이 더 많이 제작되고 편성되는 게 이 시장에 긍정적일 것인가. 이미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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