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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반도에도 없는 북유럽 디자인 가구가 일본에 있다. 파리에도 없는 샤넬 한정판 백이 도쿄 긴자 백화점에 있다. 다소 극단적인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는 실제 관련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소리다. 각종 업계 바이어들이 물건을 찾을 때 최후의 선택지로 주저 없이 꼽는 게 일본이다. 메이지 유신으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일본은 빈 그릇의 마음으로 세계 곳곳의 문화를 수용했다. 중국과 한국의 동아시아 문화권 뿐 아니라 북쪽의 퉁구스 문화권까지 폭도 넓었다. 이를 가리켜 일본의 저널리스트 타카노 하지메는 그의 저서 에서 일본을 슬롯머신의 출구로 비유했다. 다양한 문화와 삶을 수용하는 일본의 모습을 지형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음식, 영화, 음악, 미술 등 세계 곳곳의 만물이 오늘도 일본에 모인다.

러시아 캐릭터, 일본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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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선 러시아의 국민 캐릭터 체브라시카가 인기다. 체브라시카는 러시아의 동화작가 에두아르드 우스펜스키의 동화 속 캐릭터로 1960년대 러시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큰 인기를 누렸다. 남쪽 마을에서 온, 곰도 쥐도 아닌 동물 체브라시카가 친구와 만나며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1969년엔 영화로 만들어졌고, 이후 유럽에도 소개됐다. 일본에선 2001년 도쿄 시부야의 미니시어터에서 영화가 공개됐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관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7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미니시어터 공개 영화론 이례적인 성적이었다. 그리고 2010년 12월 18일 일본에서 새로운 체브라시카가 등장했다. 러시아의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일본의 나카무라 마코토 감독이 체브라시카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나카무라 감독은 원작 에피소드 하나에 자신의 오리지널 에피소드 두 개를 더해 일본판을 완성했다.

이밖에도 일본에서 더 사랑받는 캐릭터들은 한둘이 아니다.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찰스 먼로 슐츠가 그린 의 스누피, 애니메이션 에 등장하는 트위티 등 만화와 캐릭터를 사랑하는 나라 일본은 자국 태생이 아닌 캐릭터들에게도 많은 애정을 쏟는다. 코베시에는 스누피의 동상이 있고, 전국 50 여개의 디즈니스토어에선 수십 종의 캐릭터 상품이 꾸준히 팔린다. 그리고 2010년 일본은 러시아의 캐릭터를 27년 만에 부활시켰다. 추억이 되어 시간 속에 사려져가는 체브라시카를 돌려 세운 것이다. 또 지난 1월 21일엔 일본의 디즈니스토어에서 새로운 곰 인형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름은 유니베어시티(UniBearsity). 대학(University)과 곰(Bear)이 합쳐진 말로 미키마우스가 학교 과제로 곰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는 설정에서 나온 캐릭터다. 일본은 캐릭터를 사랑하다 못해 끝난 이야기도 확장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부모보다 더 한 열성이다. 물 건너 온 귤이 탱자 이상이 되는 나라. 이게 바로 바로 슬롯머신 출구 일본의 힘 아닐까.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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