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이야기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지만, 유럽에서 모르는 축구선수들이 새벽에 축구한 이야기도 이에 못지않을 것이다. 가끔 축구를 봐도 아는 선수도 없고, 해설에는 해석이 필요해서 자꾸 잠만 오는, 그런 당신에게는 바로 이 선수들이 필요하다. 전술과 전략 분석, 선수의 능력치 계산만이 축구를 보는 진짜 방법이라는 편견을 버리면, 그라운드에 새 세상이 열린다. 축구를 보는 또 다른 방법. 좋아하는 선수 동선만 쫓아가도, 90분이 지겹지 않다.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면, 그 선수가 있는 팀을 알게 되고, 그 팀을 알게 되면 축구가 보이리니, 그 때 본 것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여기 챔피언스 리그 16강에 든 팀의 선수 중 이상형을 찾는 테스트를 준비했다. 실력과 매력을 갖춘 선수들로 엄선했으니 아직도 누가 누구고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면, 이 테스트를 통해 만난 선수의 팀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응원해보자. 단,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싫어하는 팀을 응원하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챔스│맞춤형 축구선수를 찾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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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꽃미남 계열
우락부락 근육질에 땀내날 것 같은 남자들만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90분 경기를 뛰고 유니폼을 교환해도 어쩐지 꽃향기가 날 것 같은 축구 선수들이 여기 있다. 이들이 뛰는 그라운드는 잔디밭이 아니라 꽃밭이다. 가장 유명한 선수는 역시 “축구는 몰라도 베컴은 안다”는 전설을 잇는 세계적인 엄친아 카카, 세월이 흘러도 ‘외모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자기 등이 있다. 클럽으로는 이탈리아의 AC밀란이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데, 한 때 카카와 인자기, 구르퀴프가 모두 함께 뛰며 ‘AC미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표선수
내가 바로 엄친아다 : 카카 (레알 마드리드)
주워 먹어도 아름답게 : 인자기 (AC밀란)
실력은 제 2의 지단, 외모는 오뜨꾸뛰르 : 구르퀴프 (리옹)
전차들 사이에 핀 한 떨기 꽃 : 클로제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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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귀요미 계열
누군가는 이들을 루저라고 했지만, 현실의 이들은 키와 상관없는 위너다.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 레벨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이 선수들은, 축구에서 키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하지만 실력만큼 눈길을 끄는 매력은 깨알 같은 귀여움이다. 한 치수 정도 큰 긴팔 유니폼의 소매가 손등을 덮게 한 채로 뛰어다니는 모습이나, 다른 선수들과 키를 맞추기 위해 몰래 까치발을 든 모습은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선보인 뒤, 밖에서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수줍어하며 인터뷰를 하는 모습 사이의 갭은 그 수많은 매력 중 압권이다. 평균 키의 문제인건지, 바르셀로나에 수맥이라도 흐르는지 스페인-바르셀로나 출신이 많다.

대표선수
리오넬 메신(神) 아닌가요? : 메시 (바르셀로나)
아스날을 이끄는 소년가장 : 세스크 (아스날)
발렌시아의 아이돌 : 마타 (발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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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연하남 계열
축구계도 대세는 연하남이다. 보통 이 연하남 계열은 B와 비슷한 나이대의 어린 선수들이지만 귀여움뿐만 아니라 남성적인 매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칠칠치 못하고 어리숙한 모습도 자주 보여, 챙겨주고 싶은 연하남 특유의 매력도 함께 가지고 있다. 단, 그 매력이 지나치게 넘쳐 이성과의 스캔들에 자유롭지 않고, 그라운드 안에서도 다혈질의 야생마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 하지만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이 노래가 듣고 싶어질 것이다. “누난 내 여자니까~” 샤키라는 이미 넘어갔다.

대표선수
전 세계 누나들의 날동이 : 호날두 (레알 마드리드)
샤키라(35세, 가수)가 선점한 남자 : 피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산 어린 짐승 : 라모스 (레알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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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훈남 선배 계열
시베리아 북풍의 위력이 뼛속까지 스미는 계절, 역시 따뜻한 남자가 최고다. 특별히 모델이나 배우처럼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성격과 성실한 플레이, 모범적인 가정생활로 그라운드까지 훈훈함을 풍기는 선수들이 여기 있다. 아직 가정을 꾸리진 않았지만 미래의 결혼 상대자를 부럽게 만드는 박지성과, 바르고 단정한 이미지로 꾸준히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 알론소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다들 알겠지만 훈남 선배는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주변에서 찾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 계열을 포함해 참 많은 축구 선수들이 오래 만난 동네의 아는 누나, 동생, 친구와 결혼했다. 억울하다면 동네나 옆집을 원망하는 수밖에.

대표선수
내가 맨유의 박지성이기 때문에 :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순하고 지적인 소 한 마리 몰고 가세요 : 알론소 (레알 마드리드)
로마를 사랑한 프랑스 남자 : 멕세 (AS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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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나쁜 남자 계열
축구계에도 팀을 떠나며 팬들의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기는 나쁜 남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 선수들, 떠난 뒤가 문제라서 그렇지 함께 있는 동안은 사랑과 순정을 맹세했었다. 이 계열의 독보적인 1위는 역시 이적 후 전 소속팀을 디스하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전 세계 리버풀 여성팬들을 울린 페르난도 토레스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실력과 매력은 사라지지 않으니, 도저히 이 나쁜 남자를 포기할 수 없다면 팀을 응원하기를 포기하고 선수만 응원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다.

대표선수
나는 지금 이 곳에서 행복하다. “…자니?” : 즐라탄 (AC밀란)
축구계에 로맨스는 사라졌다 : 토레스 (첼시)

글. 윤이나(TV평론가)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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