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오는 16일 새벽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16강전이 시작된다. 어느 때보다 무기력해보이지만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1위인 맨유와 압도적으로 프리메라리가 1위를 수성 중인 바르샤, 그리고 최근 아데바요르까지 영입하며 지구방위대라는 명성을 재확인한 레알 마드리드 등등, 세계 최고의 클럽과 최고의 선수들이 이제 곧 격돌한다. 이에 는 현재 가장 ‘핫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인 챔스에 대한 포커스를 준비했다. 아직 메시와 호날두 외에는 아는 선수가 없다는 초심자를 위해서는 각 이상형에 맞는 축구선수를 제시하고, 해외 축구의 세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맞춤형 ‘유행어가 되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미 챔스가 쌓아온 이야기들을 알고 즐기는 중급자에겐 수많은 이적과 영입으로 얼룩진 이적 시장을 묘사한 막장 드라마가 제공된다. 결국 이 모든 건, 챔스 즐기기이다.

‘캡틴 박’은 은퇴했지만 맨유 박지성의 게임은 계속된다. 당장 눈앞에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16강전이 다가왔다. 한국의 축구 팬들이 최근 그가 당한 허벅지 근육 부상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AC 밀란의 미드필더 피를로와 FC 바르셀로나의 주장 푸욜의 부상과 그에 따른 챔스 결장 역시 걱정한다. 물론 어느 스포츠에나 마니아는 있었다. 하지만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박찬호가 이번 시즌에 몇 승을 거둘지가 메이저리그를 즐기는 알파이자 오메가였다면, 박지성을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챔스를 접한 이들은 이제 메시와 호날두의 득점 경쟁, 세계 3대 리그의 자존심 대결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지금 챔스가 특별한 건, 그저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라서가 아니라 팬들이 이 거대한 축구 쇼를 즐기는 방식 때문이다.

클럽의 성격을 고수하는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챔스│필드 위의 은하영웅전설
챔스│필드 위의 은하영웅전설


세계 각지의 A급 선수 대부분이 유럽 빅리그에 모여드는 현실에서, 유럽 각국 리그 우승팀들과 소수 상위팀들이 참가하는 챔스는 명실공이 세계 축구의 가장 화려하고 치열한 격전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만 해도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유와 ‘드록신’ 드록바의 첼시 등이 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는 말이 필요 없는 메시의 바르샤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가 있다. 역시 3대 리그 중 하나인 세리에 A에는 지난해 챔스 우승팀인 인터밀란과 즐라탄, 파투 등을 보유한 AC 밀란이 챔스 16강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범국제적인 슈퍼 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하나하나의 리그에서 최강의 클럽들이 뽑혀 자웅을 겨룬다. 이것은 경기의 수준 이전에 다분히 엔터테인먼트적인 서사다. 멤버만으로 보면 가장 화려할, 호날두와 카카, 아데바요르, 벤제마를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 정책을 ‘갈락티코’(은하)라고도 하지만 이들 클럽이 부딪히는 것이야말로 필드 위의 인 셈이다. 그리고 양 웬리와 라인하르트의 전투가 그러하듯, 이들의 부딪힘은 격렬하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비록 이들 클럽들은 다양한 대륙, 다양한 나라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리그의 성격, 혹은 클럽의 성격을 고수하려 노력한다. 지난해 인터밀란의 무리뉴 감독은 챔스 4강전에서 극단적인 밀집 수비로 바르샤의 공격을 질식시켰지만, 올해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면서는 공격적인 압박 수비를 고집하다 바르샤에게 5 대 0 패배를 당한 바 있다. 국가대표부터 철저한 빗장수비 전술을 쓰던 이탈리아의 클럽이 밀집 수비 후 역습의 패턴으로 이기는 건 적어도 팀의 팬들에게는 욕먹지 않는다. 하지만 화려한 공격을 사랑하는 스페인 축구에서 그런 전술을 펼치는 건 서포터와 구단 모두에게 용납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조금씩 디테일이 다를 수는 있지만, 빠른 속공을 선호하는 잉글랜드 클럽과 탄탄한 수비와 거친 몸싸움이 특기인 이탈리아 클럽의 스타일은 챔스 안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축구 역시 이기기 위해 뛰지만, 많이 넣고 적게 먹히는 전술적 방법론은 각기 다르며, 챔스 레벨의 클럽들은 그것을 스타일과 효율성이 결합된 형태로 구현한다. 바르샤의 샤비가 보여주는 패스 능력은 기예에 가까운 수준으로 정확하고, 토트넘의 가레스 베일의 측면 돌파는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시원해지지만, 더 중요한 건 그 플레이를 통해 팀이 득점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챔스를 즐겨라
챔스│필드 위의 은하영웅전설
챔스│필드 위의 은하영웅전설
그래서 챔스를 즐긴다는 말은 유럽 클럽 축구를, 그 문화를 즐긴다는 것과 거의 동의어다. 물론 축구는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규칙을 가진 구기 종목이고, 평소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를 보지 않더라도 아스널 대 바르샤의 경기를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다. 선수 이름을 잘 모르더라도 메시의 돌파와 파브레가스의 패스는 위협적일 것이며 어느 팀이 우위를 점하는지 알아채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아한 축구를 필드 위에서 구현하고 싶어 하는 아스널 벵거 감독의 소망을 안다면 지난 챔스 8강에서 공격 축구를 고집하다 바르샤에 4 대 1로 진 것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납득은 고스란히 팀에 대한 애정과 학습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거너스(아스널의 서포터)라 칭하게 된 이들에게 이번 챔스 16강에서 다시 맞붙는 아스널과 바르샤의 경기는 단순한 토너먼트가 아닌 복수전의 서사가 된다. 유투브에서 편집된 메시의 플레이에 반해 바르샤에 관심을 가졌다가 바르샤의 연고지인 카탈루냐의 투쟁사가 담긴 까지 읽게 된 이라면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스 판 ‘엘 클라시코 더비’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챔스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이야기 안에 끌어들였다. 세계를 지배하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란 이런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