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는 대중에게 코믹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배우로 익숙하지만, 사실 그는 ‘신기루 만화경’이라는 극단을 운영하며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대표 연극배우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그의 데뷔작이었던 연극 에 6년 만에 출연, 신명나는 굿판을 질펀하게 벌였던 오달수가 2월 10일부터 27일까지 새 연극 로 돌아온다. 2011년 ‘신기루 만화경’의 첫 번째 레퍼토리로 선정된 는 수많은 재를 넘고 또 넘어서야 당도하는 골짝거주인 부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시적이고 유려한 대사로 유명한 동이향 작가가 극작을, 오달수가 딸과 함께 살아가는 아비 황노인 역을 맡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 들리는 것이라곤 주변을 빙빙 맴도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젊은이인지 늙은이인지 알 길 없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뿐이다. 희미한 달빛이 그들을 비추면 생김과 성격이 모두 다른 다섯 도깨비와 수상한 부녀가 등장한다. 도망간 아내에 대한 트라우마로 끈에 묶어 아이(박성연)를 길러온 아비는 재 너머의 세상을 궁금해 하는 딸을 옥죄고, 딸은 보름달이 뜨면 싱숭생숭해진 마음에 재를 넘는다. 그러던 중 월식이 일어난 밤, 아비의 병적인 집착과 구속에 지친 딸은 황노인의 목을 조르고 동시에 아비와 길을 모두 잃어버린 아이는 눈이 먼다.

대사의 맛을 살려라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오달수의 어화둥둥 내 새끼야
│오달수의 어화둥둥 내 새끼야" />
줄거리상으로는 제법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연극은 오롯이 홀로될 때야말로 인간이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한바탕 난장으로 풀어낸다. 공포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겁 많은 도깨비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살아가던 부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사회자처럼 설명해주는데, 의도치 않게 황노인과 아이에게 휘둘리면서 캐릭터의 생명을 얻는다. 거기에 동이향 작가 특유의 대사에는 “벼룩 잡다 발 부서질 놈” 같은 해학과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리듬감이 충만해 관객은 귀를 쫑긋거리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어의 맛을 제대로 구현해낸 성기웅 연출마저도 “동적인 움직임과 대사를 함께함에 있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듯 토속적이면서도 모던한 관념이 담겨진 대사의 쫄깃함이 100% 구현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꿈인지 현실인지, 시대와 공간 그 모든 것이 모호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는 사실 비논리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극의 분위기처럼 마냥 난해한 것만도 아니다. ‘어미’라는 존재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아이, 그리고 자신의 곁에 늘 머물기를 바라는 아비의 모습. 갈등의 단계를 넘어 인정과 이해의 단계로 다다르는 일련의 과정은 다분히 일상적이라 더 깊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18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공연되는 는 대학로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이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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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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