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부길라도 있고, 단사란도 있고, 궁비취도 있고, 아리영도 있고, 왕모도 있다.
사랑도 있고, 폭력도 있고, 무속도 있고, 건강정보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막장’으로 섞는다.

그리하여, 임성한이 탄생했다.
임성한 작가
임성한 작가
나영희: MBC 의 ‘웬수’에 출연했던 배우. ‘웬수’는 임성한의 데뷔작이다. 나이 60이 넘은 며느리를 미워하던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병으로 쓰러진 뒤 며느리를 수발들고, 며느리는 설상가상으로 치매에 걸리면서 시어머니에게 맺힌 한을 마구 풀어낸다. 겹사돈, 딸을 며느리로 들이게 되는 어머니 등 기존 가족관계를 뒤튼 설정으로 극단적인 갈등 요소를 끌어내는 특유의 작법은 데뷔 때부터 싹을 보인 셈. 하지만 당시 ‘웬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과 화해에 집중, ‘막장’보다는 ‘감동’쪽에 가까웠다. 어찌 보면 기묘한, 어찌 보면 임성한다운 출발.

윤해영: MBC 에 출연한 배우. 임성한의 첫 일일 드라마 는 최고 시청률 57%를 기록했다. 더불어 겹사돈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자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의 재미는 같은 자매와 형제간의 결혼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겹사돈’을 치르는 어머니들의 심리에 있었다. 어머니들은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부유하면 부유한대로 자식들을 최대한 좋은 집에 혼인시키려 하고, 겹사돈은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역시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부유하면 부유한대로 자신의 상황 속에서 현실적으로 결혼 상대를 찾는 여성들의 모습은 기존 일일 드라마와는 다른 여성 캐릭터였다. 젊은 세대의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일일 드라마의 주요 시청자층인 중장년층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요소를 함께 가져간 셈. 이는 이후 일일 드라마의 한 모델이 되기도 했다. ‘막장’보다 ‘영리한’ 작가에 가까웠던 시절.

장서희: MBC 에 출연한 배우. 임성한의 전작 MBC 에서 “계절이 바뀌었으니 머리를 자르라”는 요구에 유일하게 응해 임성한이 “성실한 배우”라는 인상을 받아 캐스팅했다. 임성한은 이후 윤정희, 이다해 등 신인배우를 캐스팅했다. 신인을 써야 시청자가 배우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지론. 동시에 무명배우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는 그 자신감이 확연히 드러난 작품으로, 장서희가 연기한 드라마작가 은아리영은 ‘피고름’으로 대본을 쓰고, 중견 배우도 마구 휘둘렀으며, 살사와 드럼 연주도 잘했다. 가난하지만 뛰어난 재능과 노력, 주변 사람들을 구워삶는 정치력까지 가진 여자가 집안 좋고 잘생기고 나만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한다. 드라마 속 배역도, 실제 배역도 모두 성공시키는 임성한식 ‘신데렐라 드라마’의 시작. 단, 이 신데렐라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독한 신데렐라다.

이다해: MBC 에 출연한 배우. 임성한은 을 비롯, 부터 까지 다섯 글자 제목을 선호했다. 점쟁이에게 “다섯 글자 제목이 좋다”는 말을 들어 다섯 글자로 짓는다는 소문까지 있었을 정도. 은 신 내린 여자가 주인공이고, SBS 에는 ‘도사님’이 출연한다. 하지만 임성한은 “입에 똑 떨어진다”는 이유로 다섯 글자를 쓴다고 말한바 있다. 이밖에 임성한에 대해서는 여러 소문이 돌지만,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집필 당시 연출자가 예고 없이 집을 방문하자 문을 열어주지도 않을 만큼 사생활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때문인 듯. 그가 자신의 과거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한 것은 7년간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관련 강사로 일했다는 것뿐이다. 당시 그는 이메일로 대본을 보내 연기자들도 얼굴을 몰랐고, 조카도 그가 드라마 작가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혜숙: 부터 , SBS , MBC 에 출연한 임성한의 대표 어머니. 에서는 ‘자신이 버린 딸을 남편의 전처가 낳은 아들과 결혼시키는’ 어머니였다. 반면 그의 딸을 기르는 계모 배득(박해미)은 얼굴없는 친아들만 끔찍하게 위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 죄 많은 여자들은 ‘모정’이라는 이유로 용서 받는다. 의 문제는 설정이 아니었다. 임성한은 우리 사회의 편견을 고착하고, 정당화 시킨다. 에서 가난한 여자의 어머니는 하숙생이 ‘레시피’라는 단어를 쓴다는 이유로 부유한 집 출신이라고 생각해 호감을 드러낸다. 돈 많은 집 남자는 가정교육 잘 받고 믿음직 하지만, 돈 많은 집 딸은 철없고 이기적이다. 모두 사람이 아닌 돈을 본다. 돈을 보는 건 좋은 집안과 결혼하기 위해서다. 임성한은 우리의 속물근성을 당연한 것처럼 묘사하고, 그것을 ‘모성’이나 ‘가족애’라는 말로 이해시키려 한다. 를 시작으로, 임성한은 진정한 ‘막장’의 길에 들어선다.

윤정희: 의 바로 그 딸, 자경이. 이자경은 임성한의 대표적인 여성상이다. 가난하지만 일 잘하고, 요리 잘하고, 무엇보다 ‘어른들’에게 잘한다. 의 단사란(임수향)도 “라면밖에 못 끓이는” 요즘 애들과 달리 요리 잘하고, “나이에 비해 단순하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이자경 이후 임성한의 여주인공은 기성세대가 좋아할법한 여성들이다. 또한 꿈을 핑계로 젊은 남녀가 놀이동산에서 왕자와 공주 놀이를 하고, 남자가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능숙하게 읽으면 여자에게 괜찮은 남자로 인식된다. 그리고, 여자들은 결혼 후 시부모를 위해 딸기를 칫솔로 씻고, 탈모에 좋은 검은 콩 요리를 선사한다. 이후 임성한의 작품은 주 시청자층을 위한 모듬메뉴처럼 보인다. 그들이 모르는 젊은 세대의 사랑, 부유층의 라이프스타일, 건강상식이 마구 뒤섞여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리얼리티가 아닌 시청자들의 편견을 강화하는 쪽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에서 욕망에 솔직했던 여성들은 어느새 “어르신들에게 잘했을 뿐”인데 결혼 잘 하는 신데렐라가 됐다.

손문권: 임성한의 남편. 의 조연출이었고, 과 을 연출했다. 임성한은 을 함께 준비하면서 “서로 일하는 자세에 끌렸”다고 말했다. 시절 “일과 결혼생활을 함께 하기 힘들 것 같다”던 임성한은 결혼 후 “결혼해보니 잘했단 생각이 든다. 남편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일과 thㅏ랑, thㅏ랑과 일’을 모두 가진 셈. 업무 능력이 뛰어난 연상의 백시향(왕희지)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은 마치 임성한의 자전적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후 그의 작품에는 병을 깨거나, 머리를 잡고 싸우거나, 꿈속에서 쥐 떼가 나오거나 하는 일들이 사라졌다. 임성한이 순해졌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왕희지: 백시향을 연기한 배우. 상대역 이름은 부길라(김민성)였다. 의 구왕모(이태곤)보다 더 기묘한 이 이름은 곧 의 세계였다. 부길라는 아무런 맥락 없이 집에서도 상의를 벗고 다녔고, 캐릭터들은 부모님을 위한다며 앙드레김을 패러디한 복장으로 10분 이상 쇼를 했으며, 갑자기 MBC 을 비난하기도 했다. 임성한은 꿈이라는 핑계를 대고 맥락 없는 장면을 넣곤 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코믹이든 판타지든 젊은이들의 풍속 묘사든 주시청자층의 구경거리라는 목적성을 가졌다. 하지만 의 임성한은 시청자와 별개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의 아리영은 작가의 위대함을 말했지만, 동시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작가였다. 하지만 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낼 뿐이었다.

임수향: 의 주연. 은 ‘임성한 클리셰’로 만든 것 같은 세계다. 주인공의 이름은 단사란과 아다모로 한 층 더 이상해졌고, 단사란은 이자경처럼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경우 있고, 요리도 잘한다. 그가 돈만 잘 벌면 기생이 되도 좋다는 계모와 무능력한 아버지는 와 을 섞어놓은 듯 하고, 처럼 무속인이 등장한다. ‘건어물녀’를 못생긴 여자와 동일시하고, 단사란과의 첫 데이트에서 모텔을 가자던 아다모가 무릎을 꿇는 것으로 용서받는 식의 젊은 세대 묘사도 여전하다. 그리고, 계모가 흥신소를 통해 딸이 부잣집 남자와 사귀는지 확인하는 속물적인 태도는 더욱 강해졌다. 에 이르면, 임성한은 마치 잃을 것이 없다는 사람처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것으로 인정받으려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임성한의 ‘작가주의’는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의 속물적인 욕망을 채워주기 때문에 성립 가능하고, 속물적인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먼 현실 묘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지금 아주 이상한 ‘작가주의’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다. 그게 임성한 이외의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Who is next
임성한의 에 출연한 성현아와 에 함께 나온 유지태가 특별출연한 의 MC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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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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