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는 자가 승리한다. 빅뱅의 자전적 에세이인 중 승리의 챕터 제목이다. 서울에서 멀고도 먼 전라남도 광주 출신에 Mnet 에서 탈락한 경험까지 있던 그가 빅뱅의 일원이 되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스스로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수도, 사람들의 우려와 비난도, 노력으로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이번 솔로 활동으로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 걸까.

빅뱅에서도 막내고 YG 안에서도 거의 막내인데 윗사람들이 ‘이걸 왜 했어’라고 하는 건 두렵진 않나.
승리 : 이쪽 세계에서 나이는 절대 무관하다. 기자도 나이 어린 사람이 글을 잘 쓰면 좋은 기자 아닌가. 나이 어린 기자가 글을 못 썼다고 봐주는 것도 아니고. 이 세계는 다 똑같다. 나이는 무관하다. 오히려 나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뛰어넘으려고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넘어서겠다는 욕망이 원래 큰 편이었나.
승리 : ‘스트롱 베이비’ 활동할 때 바뀌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 때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만하다.

“남들이 뭘 시켰을 때 그 배로 보여주고 싶지, 나대고 싶지 않았다”
승리│“악플 달리는 거? 땡큐다” -3
승리│“악플 달리는 거? 땡큐다” -3
정확히 어떤 일들이 있던 건가.
승리 : 빅뱅으로 데뷔하고 나서 인기를 얻고 나니 어느 순간 막내로 불리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마침 솔로의 기회가 와서 ‘오케이, 이미지를 바꿔보자’라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 곡이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은 거다. 순위 프로그램에서 3주 연속 1위도 해보고, 클럽에서도 많이 나오고. 그러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거다. 어리고 철없는 마음에 거만해졌나보다. 그게 사람들 눈에 보이는 건데, 사람들은 그걸 나대신 팀의 리더에게 얘기한다. 그리고 나는 그걸 리더를 통해 전해 듣고.

그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승리 : 화가 나는 거다. 왜 그런 소리가 나오지? 내가 왜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하나. 자존심이 상했다. 승부욕이 발동했고, ‘그래, 그럼 다시는 그런 소리 절대 안 나오게 해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트롱 베이비’ 때 내 좌우명은 ‘내가 최고다’였는데 그 이후에는 ‘한 번 실수는 두 번 다시 안 한다’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사람들에게는 더 깍듯하게 굴었고, 인기 욕심내지 않고 연습에 연습, 생활에 생활만을 거듭했다. 그러다 나온 게 이번 앨범이다. 사실 솔로 앨범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YG는 빅뱅의 앨범이 빨리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팬들은 빅뱅을 너무 오래 기다렸고. 그런데도 나를 믿고 솔로 활동의 기회를 준 거다.

그게 지난 2년 동안 노력한 덕인 건가.
승리 : 2년 동안 단 한 번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탑 씨는 영화 찍고 신인상을 타고, 대성 씨는 ‘패밀리가 떴다’로 떠서 난리 나고, 지드래곤은 ‘하트 브레이커’ 대박 나고, 태양은 솔로 콘서트를 하는데 나는 뭐가 없는 거다. 친구들도 ‘너 뭐 안 하냐, 노냐’ 이러고. 하지만 그렇다고 ‘사장님, 저도 뭔가 좀 하면 좋겠습니다, 시켜주시죠’ 이건 아닌 거다. 그건 프로가 아니다. 남들이 뭘 시켰을 때 그 배로 보여주고 싶지, 나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 악물고 준비하던 시간이 담긴 게 이번 앨범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을 때, 그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즐거움과 그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는 즐거움은 좀 다를 거 같다. 스스로에겐 어떤 게 더 중요한가.
승리 : 이 사람의 마음을 내가 바꿔놓았다는 게 크다. 어떤 기자 분 중에 YG와 빅뱅을 굉장히 싫어하는 분이 있었다. 그분을 실제로 만날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일부러 더 살갑게 대했다. ‘에이, 왜 그러십니까. 저희 열심히 했는데~. 이번엔 잘 좀 써주세요.’ 그 다음부터는 좋은 기사만 써주셨다.

그건 다른 멤버들로선 하기 어려운 부분일 텐데.
승리 : 멤버들이 안 하니까 내가 하는 거지. 형들 스스로도 그렇게 말 한다. 자기들은 못하겠다고. 너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네가 그렇게 해주는 거에 대해 형들은 고마운 게 많다고. 우리 신사옥에서 4층은 매니저, 홍보팀, 5층은 기획팀, A&R팀, 6층도 기획팀인데 5, 6층을 드나드는 아티스트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나는 항상 회사를 가면 4층 가서 인사하고 ‘밥 잘 먹었어요?’하고 5층 가서 둘러보면서 ‘별 일 없으시죠?’하고 6층 딱 가서 ‘기획팀 별 일 없으세요? 회계팀은 저쪽 기획팀에 가서 0하나 더 찍어주세요’ 이런다. 그러면 항상 컴퓨터 앞에서 영수증 처리만 하다가 ‘아, 이 사람이 나랑 같이 일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지 않겠나. 그런데 우리 멤버들은 그런 걸 잘 몰라서 (웃음) 내가 대신해주는 거다.

못하겠다는 사람과 할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승리 : 형들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거라도 머리를 한 번 거친 다음에 아니다 싶으면 스르륵 사라지는 거지. 나는 마음에서 바로 나오고. (웃음) 형들도 순수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엔 영리하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다”
승리│“악플 달리는 거? 땡큐다” -3
승리│“악플 달리는 거? 땡큐다” -3
그럼 본인은 어떤가.
승리 : 눈치가 빠른 편이라 그냥 머리로 마음을 통제하기보단 빠질 땐 빠지고 나설 땐 나선다. 그게 되게 중요하다. 괜히 나섰다가 밉상 되지 않게, 눈치 보고 딱 나서서 귀염둥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시도도 많이 해보고, 찬물도 많이 끼얹어 보고.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번 실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방식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어지게도 하겠다.
승리 : 방송 녹화를 할 때 실험을 해봤다. 그냥 ‘안녕하세요, 빅뱅의 승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거랑 ‘안녕하세요, 빅뱅의 승리입니다. 카메라 감독님들 오늘 파이팅입니다’ 하는 거랑 다르다. 그렇게 그분들을 웃게 해드리면 마음이 열리고 카메라 잡는 게 달라진다. 사람 마음이 그런 거다.

사람 마음이 그런 건데, 사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본인이 뭔가를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나. 그런 건 어떤가.
승리 : 아, 그거 땡큐다. 악플 달리는 거. 악플 다는 사람들도 관심이 있고 무대를 봤으니까 다는 거 아닌가. 그럼 나는 다음 무대에서 악플이 열 개에서 다섯 개로 줄도록 하고 그 다음에는 세 개로, 그 다음에는 아예 없어지도록 하면 되는 거다.

앞서도 스스로를 뛰어넘는 욕망에 대해 말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받을 때 그게 더 커지는 거 같다.
승리 : 이번 앨범과도 관련이 있는 건데, 누군가 나에게 ‘넌 노래하는 놈이 가성도 안 나오냐? 처음부터 다시 해’라고 한 적이 있다. 화가 나는데 사실이긴 했다. 코로 음이 안 올라갔으니까. 그래서 알았어, 보여줄게, 하면서 1년 동안 가성만 죽어라 연습했다. 덕분에 이번 앨범에선 ‘창문을 열어’나 ‘Magic’, ‘In My World’에서 가성으로 부를 수 있었다. 이제 가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안 나온다. 더 크게는 빅뱅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승현아, 내가 네 노래를 들어봤는데 가수의 길은 아닌 거 같다’고 했었다. 교무실에 다른 선생님들 다 보는 앞에서 너무 망신이었는데 나중에 우리 앨범 나온 걸 가져가니 ‘자랑스럽다. 난 네가 될 줄 알았어’ 이러시는 거다. (웃음) 그런 통쾌함이 있다. 내가 안 될 거라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결과물로 보여주는.

처음 빅뱅의 멤버가 되는 것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주위의 우려와 저평가를 결과로서 극복해나갔다. 그 과정의 끝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나.
승리 :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우리 회사 직원분에게 일도 힘들고 나이도 있는데 왜 계속 우리 회사에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세븐 형 때문이라는 거다. 세븐 형과 데뷔 때부터 일했는데 그 때 자신을 챙겨준 것을 못 잊어서 계속 여기서 일한다고. 얼마나 멋있나.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나, 승리 때문에 사람들이 감동 받아서 YG에 있다면 진-짜 멋있는 일 아닌가.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인터뷰, 글. 위근우 eight@
인터뷰.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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