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 “어느 순간 삶이 무겁고 버겁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그런 역할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 해보고 싶다. 물론 언젠가는 또 버거움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 배용준, 와의 인터뷰에서
큰 힘, 큰 책임.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모두 짊어지려 하는 남자의 인생.
배용준
배용준
김재엽 : 배용준이 다니던 연기 학원 원장. 그에 따르면 배용준은 매우 성실해 쉬지 않고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다고. 배용준은 10대 시절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연기를 선택했다. 원래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장난감을 만들고 해체하는 걸 즐기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중고교 시절을 지나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합기도를 배우며 운동을 즐기기 시작했다. 주변 어른들은 달라진 그의 모습에 걱정하기도 했지만, “어른들이 당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제시하는 좋은 길을 걷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고교 졸업 후 연기를 선택했다.

권오중 : 배용준과 연기학원을 함께 다닌 연기자. 배용준은 영화 의 현장 스태프, 의 엑스트라를 거친 뒤 가능성을 인정받아 연기학원에서 무료로 수업을 받았고, 그 때 권오중을 만났다. 배용준은 권오중에게 쿵푸를 배우기도 했고, KBS 로 함께 데뷔했다. 당시 배용준은 “편의점 같은 사람이 되자”를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여러 현장 경험을 거치며 감독이 원하는 걸 언제든 내놓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기상 : 의 감독. 배용준을 처음 본 순간 “너무 잘 생긴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귀공자 같은” 외모가 오히려 결점 같아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안경을 쓰라는 것. 역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전기상 감독의 예측대로 배용준은 잘생긴 외모에 안경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함께 보여줄 수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이른바 ‘X세대’의 등장과 함께 ‘꽃미남’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에 등장한 로맨틱 가이.

故조소혜 : 배용준이 출연한 KBS 와 을 집필한 작가. 로 배용준을 확실한 스타덤에 올린 故조소혜는 에서 그의 안경을 벗겼다.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뜻을 펼치지 못하고 반항아가 되는 작품 속 캐릭터는 배용준의 10대 시절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배용준은 오토바이를 몰다 트럭과 부딪치는 연기도 대역 없이 하면서 액션에도 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후 KBS 에서도 액션 연기를 보였고, MBC 에서는 오직 성공만을 원하는 냉정한 남자로 나온다. KBS 의 이미지가 클 뿐, 배용준은 꾸준히 자신의 틀 안에서 이미지 변신을 했던 셈. 배용준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순하지도 거칠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혜수: 에서 배용준의 상대역. 배용준이 “(김혜수와)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많은 걸 배웠다”고도 했다. 김혜수는 “방어적인 성격이라 친해지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친해지면 깊게 사귀면서 속을 다 털어놓는다. 그리고 일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라고 배용준을 평했다. 스타덤에 오른 20대의 배용준은 “너무 어렸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언론과 예능 프로그램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언론이 ‘신비주의 전략’ 같은 기사를 쓰기 좋았던 상황. 그 때 배용준은 로 연기에 몰두한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로맨틱가이도, 터프가이도 아니었다. 가난한 가정환경을 딛고 성공하려는 남성 캐릭터답게 최대한 감정을 억누른 채 자신이 사는 가난한 동네에서 떠나고 싶다는 배용준의 연기는 전작들보다 한 층 깊게 인간의 내면을 보여줬다. 1990년대에 ‘배우’ 배용준의 역량을 보고 싶다면 봐야할 작품.

임종필 : 배용준이 사진집 < THE IMAGE VOL.1 >에서 자신의 을 만들기 위해 기용한 트레이너. 임종필은 배용준을 보고 “운동을 많이 하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잘 가다듬으면 최고의 보석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배용준은 임종필이 “세상에 그런 사람 없다”고 할 만큼 자신의 트레이닝을 잘 따랐다. 배용준은 데뷔 시절부터 필요할 때면 감자만 먹는 다이어트를 하기도 했고, MBC 에서는 6kg, 영화 에서는 7kg을 뺐다. 또한 운동신경이 좋아 촬영을 위해 처음으로 말을 탔는데도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아침에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이유로 골프를 좋아한다. 반면 영화 에 나오는 ‘월광 소나타’를 들으면 그 곡을 치고 싶어질 만큼 피아노 연주를 하고, 데뷔 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아 촬영 당시 포토 코멘터리를 남기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걸어 나온 재벌 2세. 아, 그냥 재벌.

최지우 : 과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배용준은 의 최지우에 대해 “더 어른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의 송윤아에 대해서는 “대단히 진지하게 연기를 한다”, KBS 의 이영애는 “아름답고 참을성이 많은 분”이라고 말한바 있다. 맑고 청순한 이미지를 가졌던 최지우는 동화에 가까운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려 했던 와 잘 어울렸고, 배용준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는 일본에 수출됐다.

윤석호 : 배용준과 여러 작품을 함께한 감독. 물론 두 사람의 대표작은 KBS . 배용준이 “시대가 요구하는 필연적인 부분”이 있다고 한 는 일본에서 역사적인 히트를 기록한다. 이후 그가 처음으로 입국한 날 일본에서는 ‘5000인 대열광’이라는 TV 뉴스가 나갔고, 의 촬영지였던 춘천과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기후현의 카카미가하라시는 1000만 엔을 들여 를 테마로 한 ‘겨울 연가, 춘천 이야기’ 이벤트를 만들어 30억 엔의 경제 파급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렇게 배용준은 스타라는 말만으로 부족한 어떤 존재, ‘욘사마’가 됐다.

이재용 : 의 감독. “배용준이 영화에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던 배용준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안경을 벗고 조선시대의 바람둥이를 연기했다. ‘욘사마’가 된 그가 여성 앞에서 능글맞은 거짓말을 하고, 때론 차가운 표정으로 여성을 내치는 모습을 연기한 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전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려 했고,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성격답게 잠깐 나오는 액션신을 위해 몇 개월씩 전통무술을 배웠다. 의 제작진들은 자신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배용준의 모습에 놀랐다고. 뒤에도 그는 ‘배우 배용준’의 선택을 한 셈. 그러나 사람들이 ‘배우 배용준’만 보기엔 ‘욘사마’의 스타성은 너무나 컸다.

손예진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배용준은 에서 불륜에 빠진 남성을 연기하며 또 한 번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가던 평소와 달리 “현장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연기할 내용이) 끊임없이 변하는” 촬영 방식은 그가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고, 그만큼 “완전히 다른 연기법”을 배우는 동시에 “담아 놓고 있는 걸 표출 못했다는 답답함, 쏟아버리지 못했다는 답답함”도 함께 얻었다. 또한 스스로 보수적이라는 그가 불륜이라는 소재를 소화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동시에 그는 언론으로부터 무슨 작품을 하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배우가 됐고, 사람들은 배용준을 의 이미지에 고정시켰다. 은 그 시기에 배용준이 몸으로 부딪쳐 나간 과도기였을지도 모른다. 당시 그는 CF 촬영도중 과거와 똑같은 표정으로 웃을 것을 요구받자 “난 배우다.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이고, 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인데 어떻게 항상 그런 모습만 유지할 수 있나”라고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종학 : 배용준이 출연한 MBC 의 감독. 김종학은 배용준을 를 책임진 한 명의 파트너로 인정했고, 배용준이 작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대로 나가면 감독님이나 저나 죽는다. 한류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자 작품의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는 단지 배용준이 한류스타인 자신의 산업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작품은 아니다. 에서 주인공 담덕이 신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납득되는 건 클로즈업된 배용준의 얼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아우라다. 배용준은 작품의 대부분에서 무표정이나 잔잔한 미소만 보여주지만 무성적인 존재,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무엇으로 느껴지는 존재감은 의 스토리를 납득시켰다. 그는 자신의 현재 위치와 스타성, 그리고 엄청난 대중의 관심 속에서 술 취하는 일조차 없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품성을 녹여낸 독특한 연기를 보여줬다. ‘사마’라 불릴 수 있는 배우이자 스타만이 할 수 있는 연기. 배용준보다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는 많겠지만, 에서 배용준처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것이다.

정하명 : 배용준이 출연한 KBS 의 캐릭터. 정하명은 누구든 잠깐만 봐도 성격과 재능, 스타가 될 가능성을 모두 알아보는 기린예고의 이사장이다. 설정자체로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그 스스로 믿을 수 없는 위치에 도달한 배용준의 존재감은 이 캐릭터를 수긍하도록 만든다. 그건 직접 장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글을 써서 을 내는 등 단지 한류 스타가 아니라 문화의 전파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의 인생이 겹쳐 만들어낸 결과다. 에서 정하명은 새로운 스타의 재목들을 뽑은 뒤 해외로 떠났다. 배용준이 떠난 길 뒤에는 새로운 한류스타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시작이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배용준은 다시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그저 스타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큰 인간. 그리고 그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변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 배용준은 이제 무엇을 향해 걸어갈까.

Who is next
배용준이 출연한 에서 함께 한 허준호의 출연작 MBC 의 작가 임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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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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