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My name is...
이희경│My name is...
My name is 이희경(李姬庚). 아름다울 희에 별 경을 쓴다. 별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라는 뜻이다.
1984년 5월 10일생. 아직 스물여덟 살인데, 아줌마 같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넌 40대가 아니라 20대야”라고 다독여주시는 건 엄마 뿐이다. 하지만 ‘노안’의 몸매를 주신 엄마께 늘 감사드린다. (웃음)
KBS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의 교수님 정장은 실제 엄마 옷이다. 이 옷만큼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무대의상이 없었다. 이제 엄마는 나 때문에 그 옷을 못 입으신다. 그런 스타일의 옷이 딱 한 벌밖에 없으신데… (웃음)
이 코너에서 관객들이 가장 빵 터지는 순간은 내가 (박)성광 선배를 훈육할 때다. 다 큰 남자를 힘으로 제압해서 혼내는 그림이 재밌는 것 같다. 요즘은 성광 선배도 “날 더 자빠뜨려, 막 대해도 돼”라고 말씀해 주신다.
아이디어 회의는 각자의 연애담을 토대로 한다. 근데 아직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보신 (김)민경 선배는 자꾸 본인의 로망을 얘기하신다. 그러면 성광 선배는 “그런 게 어딨냐고! 그건 말도 안 된다”고 하시고, 나도 옆에서 “저도 그것 때문에 남자친구랑 많이 싸웠어요”라고 거든다.
성광 선배는 여자친구한테만 잘 해주시고, 후배한테는 굉장히 무서우신 분이다. 물론 가끔 애교를 보여주실 때도 있다. 내 생일 날, 막 화난 말투로 “이리와 봐, 야 이리와 보라고!!”라고 하셔서 갔더니 귓속말로 “생일 축하해”라고 해주셨다. 성광, 민경 선배가 생일 선물로 운동화랑 후드 티도 사주셨다. 이런 환상적인 선배들과 함께 코너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하지만 내가 개그우먼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대학교 때 1년 휴학하고 엄마가 운영하시는 꼼장어 가게를 도와드렸는데, 처음 보는 손님들한테 굉장히 살갑게 굴었다. “어머, 왜 이렇게 구우셨어요옹? 이거 타기 전에 다 드셔야 되고요옹~” (웃음) 그 모습을 보신 기획사 관계자분이 개그맨 할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 얼마 후에 오디션을 보고 대학로 공연을 시작했다.
첫 KBS 개그맨 공채 시험은 개그 용어도 모른 채 그냥 객기로 봤던 것 같다. 한 사람이 라디오 DJ랑 광고 내레이션까지 다하는 ‘라디오 스타’라는 코너를 준비해갔다. “안녕하세요, 라디오스타 얼빵 DJ예요. 광고 하나 듣고 올게요.” 그러면 갑자기 겉옷을 벗고 광고를 시작한다. “그대여, 뭘 망설이나요? 망설여? 남성분들 망설이시나요? 작다고 고민이시라고요? 작게는 3cm부터 크게는 7cm까지 원하는 크기만큼 늘여드려요, 우~” 그러면 심사위원들 표정이 이상해진다. 그 때, 마지막 한 방을 터뜨린다. “키높이 깔창! 어머, 무슨 생각들 하시는 거에요?” 하지만… 떨어졌다.
작년 공채 시험에서도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다. 시험 전날 링거를 맞을 정도로 몸이 아팠는데 컨디션 조절 안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를 찾아갔다. 나 좀 도와달라고, 지켜봐달라고. 거의 정신력으로 시험을 봤다. 합격 통지서를 받고도 믿기지 않았다.
최종 오디션에서 보여줬던 1인 개그는 다방에서 일하는 아가씨였다. “오빠앙~ 여기 KBS 당구장 맞아?”하면서 시험장에 들어가서는 “왜 내가 왔냐고? 내가 우리 다방 에이스잖아. 나 오빠 커피 마셔도 돼? 푸흡… 담뱃재 떨었구나?” 이런 식으로 원맨쇼를 했다.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4~5개씩 했다. 교내 아르바이트부터 커피숍 아르바이트, 과외, 닭갈비집 철판 닦는 것까지 해봤다. 원래 철판 닦는 건 남자밖에 안 시켜주는데, 시급이 세길래 나 잘할 수 있다고 꼭 시켜달라고 졸랐다.
그런데 그 바쁜 와중에 CC(캠퍼스커플)까지 했다. (웃음) 같은 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장 오빠였는데, 그 분도 자수성가해서 힘들게 일어난 사람이었다. 비슷한 점이 많아서 서로 끌렸던 것 같다. 피아노까지 칠 줄 아는 로맨틱한 남자였다.
하지만 에는 러브라인이 참~ 없다. 간혹 커플이 나오긴 하는데, 웬만하면 개그맨들끼리 사귀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인기남을 한 명 꼽는 건 어렵고, 그냥 멋있는 남자 개그맨을 한 명 고르자면 변승윤 선배님. 후배들한테 자상하시고, 따뜻한 말도 많이 해주신다.
반대로 최고의 ‘까도남’은 김기열 선배님이다. 내가 친해지고 싶어서 스킨십을 하면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하시고, 둥굴레차를 타 드리면 그냥 드시고 끝이다. (웃음) 쉽게 가까워질 수 없는 분이다.
사석에서 가장 웃긴 선배는 박성호 선배님, 안일권 선배님, 김병만 선배님이다. 아직까지 초등학생 마인드를 갖고 계신다. 막 달려와서 등을 확 때리고 “메롱~ 내가 선배인데 때려봐, 때려봐” 이러신다. (웃음) 노우진 선배님은 진지한 말투로 조곤조곤 웃기신다. “넌… 왜 가슴이 없어?” 괴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
나에게 강유미 선배님이란 아직도 연예인이다. 간혹 개그맨 모임에 오시면 “선배님… 팬이에요”라고 말하고는 쑥스러워서 막 도망갔다. 같이 코너를 하는 게 꿈이었는데, 유학을 가셔서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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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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