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대해 부모님은 어떤 반응이셨나요? 어린 시절부터 걱정 많이 했던 아들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걱정이 많으셨을 텐데.
노홍철 : 인터넷 쇼핑몰 처음 할 때 부모님이 나가시면 화장실에서 몰래 제품 촬영을 했었어요. 부모님 걱정 안 시켜 드리려고. 그러다 잘 돼서 매출이 아버지의 월급을 뛰어넘었을 때 딱 목돈을 만들어서 드리면서 “아버지, 인생은 육십부터래요. 열심히 하세요. 아빠 파이팅!” 하면 아버지도 뭐라고 하실 수가 없잖아요. (웃음) 아버지는 절 늘 많이 걱정하셨어요. 고등학교 땐가, 제가 공부를 못하니까 저만 맛있는 걸 사주셨어요. 그러면서 “홍철아, 그냥,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하셨어요. 걱정되고 안쓰럽던 자식이었던 거죠.

그런데 그 아들은 커서 번듯한 사기꾼, 아니 사업가가 되고. (웃음)
노홍철 : 제가 재석이 형이나 태호 형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정도도 절대 못됐을 거 같아요.

“제가 잘 돼야지보다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
노홍철│“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제가 흥미를 잃는다면 다른 걸 해야죠” -3
노홍철│“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제가 흥미를 잃는다면 다른 걸 해야죠” -3
노홍철 씨 말대로 유재석 씨나 김태호 PD는 사기꾼 캐릭터에 지분(웃음)을 주장해도 될 것 같아요. 에서 노홍철 씨 캐릭터를 ‘사기꾼’이라는 말로 명확하게 집어냈으니까요.
노홍철 : 재석이 형은 일상생활에서도 프로그램하고 똑같이 해요. 녹화 끝나고 밥 먹으러 가도 꼭 방송처럼 상황을 이어가요. 보통 카메라 꺼지면 굳이 농담 하려고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재석이 형은 녹화처럼 상황을 계속 이어가요. 제 하관도 잡았다가, 막 쿡쿡 찌르기도 했다가. 처음에는 다들 “이 형 왜이래?” 이랬는데, 지금은 다 알아요. 방송하고 방송 밖의 모습이 그대로 연결되고, 재석이 형이 여러 캐릭터를 발견하면서 고스란히 방송에도 드러나는 거죠.

유재석 씨가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잘 잡아내는 이유가 있었군요.
노홍철 : 사기꾼 캐릭터도 예전 에서 나온 거예요. 그 때 재석이 형이 저한테 처음으로 부탁을 했어요. 친구 찾기에 출연하기로 한 연예인이 펑크가 나서 출연해달라고. 그래서 나갔는데 거기에 친구들 나오면 한마디씩 제 얘길 하잖아요. 그런데 재석이 형이 막 웃는 거예요. 나를 알고 내 어릴 적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 성격이 너무 나오니까. 그러다 한 명한테 “혹시 노홍철 씨 별명은 뭐였어요?”라고 물어보니까 반장이었던 여자애가 “사기꾼…” (일동 폭소) 그걸 재석이 형이 에서도 얘기하고, 태호 형이 자막으로 강조하니까 저도 더 그런 모습을 보여주게 됐죠.

사기꾼 캐릭터가 잡히면서 에서 노홍철 씨의 역할도 조금씩 달라진 것 같아요. ‘연말 정산’ 때도 느낀 거지만 앞에 나서기보다 필요할 때 맥을 짚는 토크를 많이 하던데요.
노홍철 : 전에 목에서 피가 나온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을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방송하면 말을 안 할 수 없잖아요. 말을 안 해야지 생각하고 있어도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간절하게. 참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옛날처럼 하면 여러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나 살자고 말을 안 하는 건 남들한테 피해 주는 거잖아요. 사람들한테도 피해 안 주고 나도 조금 쉬려면 시기적절하게 들어가는 타이밍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옛날엔 열 개 던져서 하나 들어갔다면 이젠 한 세 개 던져서 두 개 정도는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방송을 했더니 집중하게 되더라구요. 옛날엔 집중이란 걸 몰랐어요. (웃음) 그리고 은 멤버들과 오래 하다 보니까 알아요. 각자의 패턴이 있거든요.

을 하면서 방송이나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 많을 거 같아요.
노홍철 : 지금 멤버들 경력이 다 저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동갑인 하하도 저보다 경력이 훨씬 더 많고 준하 형, 명수 형, 재석이 형, 형돈이 형은 말할 것도 없고 길이 형도 가수 생활을 따지면 저보다 훨씬 길어요. 정말 제가 바닥이거든요. 그 분들은 정말 전체적인 판세를 보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저는 그런 그릇이 못 돼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그런 사람들이랑 하다 보니까 저마저도 살짝, 가끔은 뭔가 보일 때가 있어요. 그건 백프로 그 사람들이 만들어준 거죠.

방송인으로서 어떤 점에서 가장 성장한 것 같아요?
노홍철 : 남한테 피해주는 게 싫어서 남의 말을 물고 들어가거나 끊는 걸 절대 못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틈이 보이더라구요. 전에는 틈이 커야 보였다면 이제는 작아도 보인다고 할까? 그리고 방송에서 제가 얻는 게 너무 너무 많다 보니까 “내가 잘 돼야지”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나와 같이 있는 사람에게 피해 주지 말자, 짐은 되지 말자는 생각이 있어서 남들이 지치거나 하면 내가 뭘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가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뭔가 해서 그게 좀 더 잘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건 확실히 있어요. 전에는 싫은 건 때려 죽어도 싫었는데, 지금은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은 타협하려고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모르는 사람들을 제 편으로 만드는 게 너무 너무 좋아요”
노홍철│“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제가 흥미를 잃는다면 다른 걸 해야죠” -3
노홍철│“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제가 흥미를 잃는다면 다른 걸 해야죠” -3
그러면서 요즘 의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노홍철 씨가 스토리를 이끄는 역할을 할 때가 많아요. ‘미드나잇 서바이벌’은 아예 노홍철 씨를 이기는 게 주제나 다름없었구요.
노홍철 : 제가 의도한 건 아니고 사람마다 다 잘 하는 분야가 다르니까 제가 좀 도드라져 보이긴 하는데 저도 의외였어요. 한 번 정돈 이 사람들이 이길 수도 있는데, 또 이렇게 되니까. (웃음) 그런데 이제는 형들도 제 생각을 읽는 거 같아요. 저는 일단 사기꾼이란 이미지가 강해서 무조건 뭔가 꾸미게 되니까. ‘미드나잇 서바이벌’ 때도 이젠 저하고 뭔가 안 하려고 하고. (웃음) 그러다 제가 당하는 일도 있을 거 같아요.

다음 미션으로 ‘홍철이를 이겨라’가 나올 수도 있겠어요. (웃음)
노홍철 : 저는 그게 걱정이에요. 그렇게 했는데 제가 또 이겨버리면 긴장감이 없어지잖아요. 흐흐흐

정말 사기꾼의 피가… (웃음) 에서 대국민 사기극 같은 에피소드를 벌여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노홍철 : 그런데 전에는 사람들이 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방송을 했는데, 이제는 제가 알려지고 캐릭터가 굳어지니까 절 딱 만나면 (눈을 크게 뜨고 환호 표정 지으며) 이렇게 봐서 재미가 좀 반감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알려지는 만큼 불편한 것도 생기죠.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비난을 받기도 하고.
노홍철 : 그런 일이 생각보다 너무 너무 많더라구요.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소문 날 때도 있고, 왜곡된 이야기가 뻥튀기 돼서 나갈 때도 있고. 그래서 전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게 좋은데 (웃음) 갈수록 심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성격 자체가 억울하다고 성토하고 오해를 풀어달라고 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누가 칼로 찔러도 “아!” 이러면서 “지금 내가 너무 아픈데 아픈 티를 내도 되나?” 하고. 그러면 나중에는 결국 풀리더라구요.

예전에 이유 없이 폭행당할 때도 상대방을 설득했었죠?
노홍철 : 그 때 절 너무 때리더라구요. 때리고 발로 차고 피 철철 나고… 그런데 그 때도 내가 살면서 그렇게 맞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걸 너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 사람이 백 프로 오해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편해져서 그 사람이 때리는 걸 충분히, 배 부르게 맞은 다음에 얘기했어요. “정말, 굉장히 흥분하신 건 알겠지만 오해실 거예요.” 그랬더니 계속 그럼 너도 날 치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저는 인터넷 게시판을 다 봐요. 그것만 안 해도 제가 잠을 좀 잘 수 있을 텐데. (웃음) 일과 중 하나에요. ‘노홍철’로도 쳐보고 ‘홍철’로도 쳐 봐요.

보면 정신건강에 나쁜 얘기들이 많을 텐데요. (웃음)
노홍철 : 제 성격 자체가 그래요. 보통 어릴 때 친구가 뭐 중요한 일이 있으면 아이들은 같이 응원 가주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싫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게 낯선 환경에 혼자 뚝 떨어져 있는 거예요. 모르는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너무 너무 좋고. 심지어 낯선 환경에 떨어졌는데 이 사람들이 나를 정말 안 좋게 보거나 “뭐야?” 하는 게 너무 짜릿하고 좋더라구요. 그 사람들을 내 노력으로 나와 어깨동무하게 만드는 게 너무 너무 좋아요. 어떻게 보면 이 직업도 그렇죠.

정말 방송이나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사기꾼이 됐겠어요. (웃음)
노홍철 : 초등학교 때 아버지 회사 일 때문에 전학을 굉장히 많이 다녔어요. 그걸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막 설레고 너무 좋은 거예요. 이런 성향 때문인지 저에 대해서 호불호도 많고 요구도 많은 게 괜찮아요. 익명성이 보장 안 된다는 게 불편하기는 한데, 방송하기 전에도 어디 가면 그 자리에 꼭 내가 왔다 갔다는 걸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편이어서 별 상관은 없어요. 그래서 방송 일이 좋아요. 내가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가 왔다갔다는 게 티가 나니까. (웃음)

“당장 재밌으려고 정식으로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노홍철│“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제가 흥미를 잃는다면 다른 걸 해야죠” -3
노홍철│“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제가 흥미를 잃는다면 다른 걸 해야죠” -3
방송이나 사업 말고 즐거운 일이 또 있나요?
노홍철 : 제가 그렇게 돈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을 다 계속 하면서 돈을 벌다보면 너무 많이 버는 것 같아서 조금 무서워져요. 일에 휘둘릴 수도 있고. 제가 그런 걸 싫어해서 요즘은 조금 일을 정리하고, 기타도 배우고 있어요.

작년 연말에 트위터에 나에게 주는 선물로 기타를 배우겠다고 했었죠.
노홍철 : 정식으로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두 번 수업 받았는데 (웃음) 내가 당장 재밌으려고 배워요. 방송 일도 재미없으면 그만 해야 된다는 생각이 변함없어요. 인터넷 쇼핑몰 하면 상품을 쫙 올리는데, 잘 팔리는 애들은 위에다 놓고 안 팔리는 건 내리거든요. 그게 서로 마음이 편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방송사에서 제가 필요 없어지면 “너 필요 없어” 해 주시는 거에요. 그걸 되게 미안하게 생각하시는데, 저는 “야 넌 필요 없어!” 그러면 “정말?” 그러고 그만두는 게 제일 좋아요. (일동 폭소) 너무 너무 좋아요. 오예~! 그런데 그걸 에둘러서 얘기하는 건 너무 너무 싫어요.

사업과 방송일 말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노홍철 : 어쨌든 우연히 방송을 하게 됐는데, 일을 할수록 저와 비슷한 일을 하시는 분들을 정말 존경해요. 처음에는 정말 생각 없이 일을 했어요. 그냥 재미로 하는 거지 뭐, 했는데 일 하는 분들 보니까 그 재미를 만들려고 쌓아 온 시간들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제 부족한 부분이 곧 티가 나겠죠. 나도 이게 아닌 것 같으면 안하는 게 맞는 것 같고. 앞으로의 방향도 정해놓고 가는 게 아니라서 제가 흥미를 잃으면 방금 말한 것처럼 방송사에서도 원하지 않는 상황도 온다는 거거든요. 그 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제가 흥미를 잃는다거나, 상황이 변한다면 다른 거 해야죠.

오늘 인터뷰 감사드려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노홍철 : 너무 즐거웠어요, 형님! 그리고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제 기사는 그냥 막! 갈겨 쓰셔도 돼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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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강명석 two@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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