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괜찮은 남자다
나, 괜찮은 남자다
지문 다가가기
안녕하세요. 이 시대의 진국남 김기열입니다. 제가 얼마 전 여자친구랑 헤어졌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풀러 나왔어요. 사실 걔도 예전엔 저의 꼼꼼하고 섬세한 매력에 반했다더니 헤어지고 나선 제가 쪼잔한 놈이라고 소문 퍼뜨리고 다니는 거예요! 하,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솔직히 제가 무료 통화가 끝나는 월말 되면 전화 안 하는 게 쪼잔한 건 아니잖아요. 항상 첫 문자 “잘 들어갔어?”와 마지막 문자 “어, 그래. 너도 잘 자”는 제가 장식하거든요. 이게 무슨 뜻인 줄 아세요? 제가 하루 사십 원을 손해 봤단 얘기죠. 영화 보러 가도 제가 만 팔천 원짜리 티켓을 사고 걔가 만 원짜리 팝콘 세트를 사면 팔천 원이나 되는 차액이 발생하잖아요. 또, 사귀는 동안 제 차로 걔를 일곱 번이나 데려다줬으니까 기름 값도 이만 오천 이백 원이나 손해 봤어요. 심지어 전 주유소에서 받은 휴지까지 줬는데도 걔는 제 차에 있는 껌을 말도 없이 세 개나 빼 먹었죠. 지가 무슨 핀란드 사람이라고. 하지만 전 지난 크리스마스 때 인터넷으로 만 삼천 원짜리 귀걸이도 선물해 줬어요. 생일 선물도 따로 줬는데 착불 택배비 빼고도 만원이 넘는 걸, 요즘 세상에 이렇게 씀씀이 큰 남자가 어디 있나요? 근데 걘 밥 먹으러 가서도 “오빠, 나 떡라면”, “오빠, 나 참치김밥”. 왜 꼭 오백 원씩 비싼 걸 시키는지, 아무래도 돈 때문에 저랑 만난 것 같아요. 커피 마실 때도 지가 살 땐 아메리카노, 제가 살 땐 천이백 원 더 비싼 녹차 라떼 마신 건 다 계획된 거 아닌가요? 그런데도 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이에, 헤어지면 남남인 여자친구한테 세 번 연속으로 밥을 샀어요. 원래 제가 사고 걔가 사고 제가 사야 되는데 제가 사고 또 제가 사고 또 또 제가 산 거죠. 치…아무래도 제가 걜 진짜 사랑하긴 했나 봐요. 야, 최지혜! 곰곰이 생각하고 다시 돌아와! 나, 진국이다~

갈래 : 장난 같냐? 어? 이천 원이 장난이야? 작년 한 해 동안 니가 챙겨간 내 잔돈이 육천 이백 원이나 돼. 나 이제 만원 밑으로 펑펑 쓰면서 살 거야!

[1점 문제] Q. 김기열의 계산법에 의하면 괄호 안에 들어갈 액수로 적절한 것은?

니 친구 두 명이랑 너랑 나랑 오만 원어치 먹었으면, n분의 1 하면, 5만원 나누기 4 하면 만 이천오백 원이야. 근데 난 오백 원 더 보태서 만 삼천 원 주고 나왔잖아. 근데 이게 왜 쪼잔해? 무슨 문제가 있는데? 그리고 그 날, 기억 안 나니? 나 늦게 갔어.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알탕에 알은 하나도 없었고 황도는 다 녹아서 얼음만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그래서 결국 난, 삼천 원짜리 소주 반병이랑 무료로 제공되는 뻥튀기만 먹고 나왔다. 결국 내가 내야 될 돈은 ( ) 원인데!

1) 1,500
2) 3,000
3) 5,000
4) 10,000
5) 12,500
[2점 문제] Q. 김기열이 “쩨쩨해 보일까봐 얘기 할까 말까 하다가 얘기한” 내용 중 특히 쩨쩨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시오.

1) 나랑 노래방 갔을 때, 나 열아홉 곡 부를 동안 너 스물 네 곡 부르더라? 내가 다 세고 있었어.
2) 우리 밥 먹고 커피 마실 때 항상 할인 카드는 내 거 쓰고 적립 도장은 니가 찍더라? 당연하다는 듯이?
3) 내가 너, 버스카드 두 번 찍어줬다. “두 명입니다” 두 번, 천 팔백 원씩 두 번. 근데도 너, 버스에서 자리 나면 너부터 앉더라?
4) 나랑 대형마트 갔을 때, 입구에서 내가 백 원 넣고 카트 뽑아왔는데 집에 갈 때 그 백 원 니가 빼 가더라. 그거 니 꺼야? 그거 내꺼야.
5) 우리 백일 날, 친구들한테 백 원씩 받아서 맛있는 거 사먹기로 했을 때 나 삼천 칠백 원 받아올 동안 너 천 칠백 원 받아왔더라? 이천 원 차이가 나잖아.
[3점 문제] Q. 다음 김기열의 대사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내용으로 맞는 것을 고르시오.

너 지난번에 나랑 밥 먹을 때 둘이서 2인분 안 시키고 김치찌개 1인분에 공깃밥 하나 추가해서 먹은 것 때문에 나보고 쪼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거 진짜 잘못된 생각이야. 그날 내가 분명히 여덟 시 넘어서 만나자고 했잖아. 너 아직도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니? 여덟 시 넘어서 만나자는 건, ( )

1) 밝을 때 니 얼굴 보기 싫단 얘기야.
2) 우리 둘이 술을 마시자는 얘기야.
3) 그 날 집에 들어가지 말란 얘기야.
4) 집에서 밥을 먹고 나오란 얘기야.
5) 피곤해서 데이트하기 귀찮다는 얘기야.

* 지난 문제 정답
1점 문제 – 5) 용식 : 화..안 났다고!
2점 문제 – 2) 왕따
3점 문제 – 3) 현진건

[실전! 경제적으로 독립된 연애를 위한 말하기 전략]* 여자친구와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너 아까 내가 둘이서 세트 두 개 안 시키고 세트 하나에 햄버거 하나 추가해서 나눠 먹자고 한 것 때문에 나보고 쪼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거 진짜 잘못된 생각이야. 네가 콜라 마시면 목이 따갑다고 하니까 남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하지만 내가 감자튀김 한 개 먹을 때 넌 막 두 개씩 집어먹고 그러더라? 심지어 리필은 내가 해 왔는데 니가 마시고 나니까 바닥에 얼음만 남았는데도, 난 그냥 그 얼음 녹여 마셨다?

* 여자친구와 강촌에 놀러갔다 와서
너 혹시 내가 2인용 자전거 대여비, 삼십 분에 육천 원이니까 삼천 원씩 나눠서 내자고 한 것 때문에 나보고 쪼잔하다고 생각하는 거니? 너 그거 진짜 잘못된 생각이야. 네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르기 때문에 내가 혼자서 열심히 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잖아. 심지어 내가 58kg, 니가 55kg으로 몸무게가 거의 비슷한데도 나 혼자 2인분의 무게를 감당하며 달린 거야. 그런데도 난, 자전거 타고 나서 물 한 병 사서 나눠 마실 때 너 먼저 마시라고 줬다?

* 여자친구 바래다주는 길에 이별 통보를 들으면
[너랑나랑 오늘부
터 헤어진 거니까
저녁값 다시 계산
하자. 봉골레 11,
500원 입금해줘.]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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