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 아버지가 배우였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어 했다. 연극영화과에 갔다. 첫 주연작 이후 6년여 동안 검사와 살인자와 호스트를 연기했다. 800만 관객이 든 영화와 독립영화에 모두 출연했다. 고현정, 전도연, 김윤석이 아끼는 후배가 됐다. 그런데 이제 막 서른셋이다. 몸 안에 배우의 DNA가 새겨진 사람이 노력까지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일들.
하정우
하정우
김용건 : 하정우의 아버지인 배우. 몸매 관리를 위해 소식하고, 지금도 스타일리스트를 두지 않고 직접 옷을 고르는 베스트 드레서로 유명하다. 하정우가 전시회를 열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은 것도 부친의 영향이 크다. 그는 배우인 아버지와 무용을 전공한 어머니, 모델과 운동선수가 친척인 집안 환경 때문에 자연스레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연극 영화과를 전공하게 된 것도 어머니의 권유 때문. 그의 동생 차현우도 가수를 거쳐 현재는 배우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그는 “나는 아버지의 일터와는 다른 공간에서 시작했다”고 할 만큼 데뷔 이후 아버지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활동했다. 또한 이미지 소비를 걱정해 아버지와 함께 CF에 출연하지 않는다고. 김용건은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 에 잠시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김성훈 : 하정우의 본명. 하정우는 그의 소속사에서 다른 배우에게 주려다 지금의 하정우가 쓰기로 한 이름. 하정우는 본명이 평범해 새 이름을 찾았다고. 김성훈이던 시절 그는 대학과 연기학원 등에서 연기 공부를 시작, 에 출연하면서 연기가 어렵다는 걸 체감했고, MBC 탤런트 공채 시험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군 입대를 하기도 했다. 제대 후 그는 CF 출연 등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는데, 배우가 되려면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의 인물형을 정리하고, 별자리나 혈액형,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에 대한 책 등을 읽기도 했다고. 또한 배우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 중에는 자고 있는 친구 배에 오줌을 싸거나 온 몸에 매직을 칠하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의 아이 같은 품성을 가진 연쇄 살인마 지영민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김기덕 : 최근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고생 했던 영화감독. 하정우가 출연한 을 연출했다. 하정우는 , SBS 등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고, ,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는다. 이후 그는 미국 배우 베라 파미가와 독립영화 , 독특한 뮤지컬 코미디영화였던 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작품 성향에 대해 깨닫게 된다. 와 등의 흥행작이 많지만, 그의 출연작 중 상당수는 저예산으로 찍은 독립, 또는 예술 영화들이다. 특히 그는 으로 칸 영화제에 참석한 뒤 “한국에서 일이백만 관객 숫자에 열 올리고 쇼 프로그램 출연해 아등바등하는 것” 대신 “시야가 넓어지고 꿈이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박찬호 :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야구 선수. 하정우는 이름이 막 알려지던 시절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다 얻은 박찬호를 이기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리틀 야구단 소속으로, 잠시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한 축구팀에서 윙으로 뛰면서 베컴의 축구 실력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승부욕이 강해 무엇이든 지지 않으려 한다고.

고현정 :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고현정은 하정우가 출연한 의 스태프들에게 케이크를 돌리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하정우는 에서 좋은 조건을 가진 검사를 연기했다. 하지만 그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때론 수줍어하고, 귀엽고 넉살맞게 여자의 기분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 트렌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보다 평범하지만 더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탄생. 로 하정우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그는 “연기보다는 피부 관리를 어떻게 할지” 신경쓰게 되고, 자신이 “연예인이 아닌 배우”라는 신념을 잃을까봐 걱정했다고. “연예인은 이미지를 쫓”고, 그런 과정에서 이미지와 CF출연 등을 고려하면서 배우와 달리 작품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가 와 를 찍는 동시에 호스트로 출연한 를 찍을 수 있었던 이유.

윤종빈 : 와 의 감독. 하정우는 로 영화 관계자들에게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영화를 찍는 동안 두 사람은 형제처럼 가까워졌고, 간단한 대사만 준 뒤 연기자가 자유롭게 해석하도록 놔두는 윤종빈의 연출을 통해 말 그대로 ‘연기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또한 와 는 군대와 호스트라는 남성 세계를 다루는데, 하정우는 남자든 여자든 잘 어울릴 수 있는 남자인 동시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내면을 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넉살좋은 남자이기도 하지만 ‘수컷’을 넘어 ‘야수’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여줄 수 있는 흔치 않은 배우고, 이 중 넉살좋은 성품을 부각하면 가, 야수성을 부각하면 가 나온다. 지금 한국의 젊은 남자의 남성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의 등장.

나홍진 : 로 하정우의 야수성을 끌어낸 감독. 두 사람은 촬영 전 양평으로 가서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그의 캐릭터에 대해 토론했고, 하정우는 지영민이 단순한 성품의 인간이라고 생각해 오른손잡이면서도 촬영 내내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생각을 단순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완벽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감독과 리얼리티가 “추구하고자 하는 연기의 방향이자 목표”라고 하는 배우가 만난 결과물. 그래서 하정우는 연기할 때 “장면이나 인물이 전체에서 맡은 기능에만 맞추어 연기”하려고 한다. 작품 속에서 실제로 그 사람이 돼 그 장면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셈. 인터뷰마다 온갖 영화와 배우 이야기를 할 만큼 많은 영화를 보고, 디테일한 연기에 매달리는 이유다. 그의 연기는 어떤 한 장면보다 영화 전체에서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행동들로 명확하게 캐릭터를 만들어내곤 한다. 나홍진은 하정우에 대해 “감독만큼이나 현장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조명이 어떻게 세팅돼 있는지, 화면 사이즈가 어떤지, 무슨 렌즈를 쓰는지 완벽하게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용화 : 하정우가 출연한 의 감독. 술자리에서 시나리오도 없이 출연을 제의했고, 하정우는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하정우는 비중상 주연이지만, 여러 캐릭터의 사연이 펼쳐지는 영화의 특성상 영화 전체를 장악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낸다. 미국에 입양시킨 어머니를 진지하게 찾지만, 그 진지함이 오히려 코미디가 되는 상황을 여유로운 호흡으로 보여주는 연기는 의 정서적인 톤을 잡아낸다. 그는 원래 스키를 잘 탈뿐만 아니라 철인3종 경기에 필요한 훈련을 받아 봤을 만큼 건강하고, 대학입학 후 여러 차례 뉴욕으로 가서 단편 영화 작업을 하며 영어를 익혀 출연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또한 그는 영화 촬영 중 그림 한 편을 완성하기도 한다. 배우를 하려고 뭔가 배우는 게 아니라, 많은 걸 배운 사람이 배우가 됐다. 데뷔 시절 한 영화 관계자는 그가 “도저히 신인이라고 믿을 수 없는”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다. 영화계데뷔 몇 년 만에 필모그래피에 , , , , , 가 있는 이유.

전도연 : SBS ,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의 병운은 하정우가 실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말한 캐릭터다. 전 여자친구에게 빌린 몇 백만 원의 돈을 다른 여자들에게 다시 빌려 갚는다는 점에서 뻔뻔해 보이지만, 모든 여자에게 잘 맞춰줄 뿐만 아니라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넉살을 가졌다. 하정우는 촬영 현장에서 “병운처럼 사람들의 쿠션이 되는 사람”이 되려 했고, 자취하면서 동네 반찬 가게 아줌마와 친해지면서 반찬을 얻어먹기도 했다. 또한 “옷 못입는다”가 여자에게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고, 팬카페에는 “그럼… 수고…. 하십쇼….”라는 인사를 남긴다. 여기에 “유명해지면서 술 마시고 사고치는 게 힘들어졌다”고 말할 만큼 여전히 자유인의 기질이 있다. 다재다능하고, 이것저것 많이 알고, ‘완전 수컷’이지만 여자와 대화할 줄도 안다. 조선시대였다면 완벽한 한량 인생. 현재는 남자의 카테고리 안에 드는 건 꽃미남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연기자.

김윤석 : , 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하정우는 에서 김윤석과 처음 만나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 맞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그래서 좋은 배우구나”라고 느꼈다. 스스로를 “리액션 위주의 연기패턴”을 가졌다고 말하는 하정우는 와 에서 김윤석과 함께 극과 극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의 연쇄 살인범이 에서 어설픈 청부살인자 구남으로 변해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 그 반대편에서 완벽하게 영화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김윤석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들은 에서 와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서로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상호 작용에 의해 전작의 그림자를 지운다. 불과 30대 초반의 하정우는 러닝타임, 촬영지역, 영화의 내용 모두 극단적인 작품 속에서 한 인물의 삶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그의 옆에는 그를 받아줄 또 다른 연기자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어했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연기에 대한 비전을 성장시킨 배우. 그리고 그 배우가 여전히 성장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또 다른 배우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좋은 작품. 정말 기이하게도, 한국에는 배우가 많고도 많다.

Who is next
하정우의 개인전에 참석한 임하룡과 여러 작품을 함께한 심형래와 복잡한 관계가 돼 버린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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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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