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뒷이야기는 있기 마련이다. 유행했거나, 유행하고 있거나, 유행하기를 바라는 표현들을 소개한 ‘유행어가 되리’ 역시 그러하다. 누가 뭐래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단어, 하룻밤 사이에 전국을 강타한 신조어라 할지라도 차마 그 뜻을 구구절절 풀어낼 수 없을 때가 있었다. 기사의 목적이 크든 작든, 흐뭇하든 씁쓸하든 간에 결국은 웃음에 있었기에 자체적인 검열은 더욱 지켜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크게 망했음을 이르는 명료하고 화끈한 표현도, 멍청이들의 무의미한 대결을 올림픽에 비유한 참신하고 위트 넘치는 표현도, 모든 것이 꿈으로 수렴하는 허무주의적인 표현도, 다급함을 극대화 하는 현기증 나는 표현도 기사화 할 수 없었다. 욕설에 기반 하거나 비하적인 의미가 포함된 단어는 배제했다. 그러나 때로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행어로 선정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과소평가 한 것일 수도 있고, 언급할 적절한 시기를 놓친 것일 수도 있겠다. 예상을 깨고 오래오래 살아남아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B-SIDE의 유행어들 중 BEST 3을 공개한다. 그 생명력과 파급력으로 따지자면 사실상 2010년의 A-SIDE에 해당되는 표현들이다.
3.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MBC 은 해리의 ‘빵꾸똥꾸’를 비롯해 다양한 유행어를 양산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방송의 가장 강렬한 대사는 마지막 회에 탄생했다. 사상초유의 비관론적 세계관을 작품 전체에 관통시키며 자기 파괴적인 결말을 선보인 이 시트콤은 “이대로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라는 대사와 함께 그대로 시간을 멈췄다. 흑백의 정지 화면 속에 표집 된 찰나가 선사한 충격과 당혹감은 발랄한 음악과 선명한 협찬사 로고가 가세하자 극대화 되었고, 인물에 이입한 시청자들은 극한의 분노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비극의 순간을 유예시키는 이 장면의 미덕은 이후 파국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장치로 널리 사용되었다.

용례[用例]* 김흥국 :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으아~
* 베어스 : 이대로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쿠오!
* 누나 : 이대로 시간이 제발 멈췄으면 좋겠어요. 아, 링딩돋아.

2. 하나의 생명체
재범의 결별과 관련한 2PM 간담회는 비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유행어를 생산해낸 이벤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풍화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이요, 선명하게 남는 것은 사소한 흔적뿐이다. 그 중에서도 “그렇습니다. 마음과 마음……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믿음이라는 게. 세상에는 저희만 사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국가, 하나의 생물 생명체…… 저희만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라고 복기되는 2PM의 멤버 장우영의 발언은 티베트 여우를 닮은 그의 외모와 궁극의 마리아쥬를 완성하며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도가의 무위자연에 기초한 듯 삼라만상의 평등을 전제하고 인위를 거부하여 궁극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 문장은 이후 MBC ‘라디오 스타’를 통해 다시 한 번 언급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발언 당사자인 우영은 ‘생명체’의 의미를 ‘소중한 것’으로 규정했으니, NASA의 연구 과제와 혼동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용례[用例]* 수업과 수업, 다른 학교, 다른 전공, 다른 학번이 있지만 개강이 중요한 거죠.
* 그렇습니다. 다른 사이트, 다른 작가, 다른 만화를 그리는 생명체가 있습니다.

1. 5세 훈
‘보온병’과 ‘자연산’ 발언으로 인지도 면에서 최상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안상수 의원의 이니셜이 ‘ASS’라는 사실은 새삼 성명학의 가치를 조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름 역시 의미심장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단지 띄어쓰기를 달리 하는 것만으로 ‘오세 훈’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훈 (5세)’라고 통용되기도 한다. 3살이 되면 싫어하는 것을 표현 할 수 있고, 4살이 되면 싫어하는 상대를 모욕할 줄 알며, 6살이 되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는 상대를 회유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 유아기 자아 형성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5세의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적어도 조심해야 할 것은 구분할 수 있는 나이이기를 바란다. 지지자들이 한표 한표 투표해서 만들어준 자리인 만큼 언제나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정말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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