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의 10 Voice] 솔로, 우릴 동정하지 마thㅔ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23012330302723_1.jpg)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다. 전국 각지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하필 그 날은 12월 24, 5일이었고, 트위터 타임라인은 “솔로였던 예수님 생일에 커플들이 왜 난리냐”는 차가운 분노로 뒤덮였다. 물론 커플들은 밖에서 데이트 하느라 바빠 트위터에 붙어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밸런타인데이나 명절처럼 하루만 피하면 되는 날들과 달리 12월은 솔로들이 정체성을 뼈 시리게 자각하고, ‘연애 권하는 사회’를 향한 길고도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하는 기간이다.
그런 면에서 다수의 솔로들에게 ‘공휴일’에 불과했던 지난 크리스마스에 솔로들을 위해 방송된 두 편의 ‘솔로 특집’은 연‘애’계 카스트 제도의 하층민인 솔로들에게 놀랍고도 고무적인 사건이었다. KBS (이하 )은 ‘솔로 갱생 프로젝트-왜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를, MBC 은 125 :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솔로 2백 명을 모아 ‘싱글 파티’를 열었다. 두 프로그램은 루시드폴, 이적, 정재형, 브로콜리 너마저, 부가 킹즈 등 TV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뮤지션들의 공연과 솔로를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성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였다.
가장 솔로 친화적이었던 , 방송의 중심을 놓친
![[최지은의 10 Voice] 솔로, 우릴 동정하지 마thㅔ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23012330302723_2.jpg)
반면 의 ‘싱글파티’는 어떤 솔로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지 불분명했다. 멤버들이 여러 달 동안 연습한 공연은 흥미로웠고, 리쌍, 부가킹즈, 브로콜리 너마저 등의 공연도 좋은 볼거리였다. 하지만 그 자리의 주인공인 솔로들은 노홍철과 참가자들 간의 소개팅, ‘사랑의 작대기’ 등 기존 버라이어티 쇼의 커플 만들기 프로그램과 비슷한 방식으로 다뤄졌다. 이 지금 솔로들의 정서와 라이프스타일을 짚어냈다면, 은 솔로가 커플이 되는 것만을 강조하는데 그쳤고, 방송의 중심 역시 싱글인지 공연인지 모호해지면서 대상에 대해 신선하게 접근하는 특유의 장점을 잃었다.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서의 유희
![[최지은의 10 Voice] 솔로, 우릴 동정하지 마thㅔ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123012330302723_3.jpg)
루시드 폴, 이적, 장윤주 등이 출연했던 솔로 특집 방송에 대해 시청자 게시판에 “유희열과 친분 있는 사람만 나오는 인맥 방송”이라는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이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DC 인사이드를 중심으로 생산된 “우리는 무적의 솔로부대다” 패러디가 솔로 남성들을 대표하는 문화였다면 “여러분들, 안 생겨요. 내 주위에 하나 둘씩 생기니 언젠가 나도 애인이 생기겠지 막연히 생각하죠? 생각할 필요 없어요. 안 생겨요”라는 유희열의 낭독으로 유명해진 ‘안 생겨요’ 시리즈는 솔로 여성들의 문화에 가깝다. 의 크리스마스 방송은 모든 면에서 커플 중심이었던 방송 시장이 소외된 이웃이었던 솔로, 특히 여성들을 드디어 주목한 예다.
도 도 ‘내년에는 애인이 생기라’는 덕담으로 마무리했지만 꼭 모든 사람이 ‘생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안 생기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토록 웃기는 쇼를 어떻게 볼 수 있었겠는가. “큐피드의 화살을 전부 다 소진시켜 버린 분들과 크리스마스 같이 좋은 날 3, 40개씩 쟁여놓고 다니는 사람들, 누가 더 부자입니까” 라는 장기하의 말대로, 솔로에겐 내일이 있다. 내일 안 생기더라도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들을 위한 새로운 즐거움이 주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제 다가오는 2011년에 대처하는 솔로들의 자세는 이 한 마디로 충분해 보인다. “날 동정하지 마thㅔ요!”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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