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달라진 걸까.
김병만: 김석윤 감독님이 내 스타일을 잘 아시더라. 계속 칭찬을 해주셨다. 네가 정답이야, NG나도 그냥 가, 이러면서 NG난 것도 방송에 내시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고 준비한 것만큼, 혹은 준비한 것 이상이 나오기도 했다. 전에는 틀리지 않으려 했다면 이제는 틀리면 어떻게 대처해야겠다는 걸 미리 준비하고 나온다. 그래서 ‘달인’을 하다가 NG가 나도 ‘여러분, 방송에서 못 보는 거 보는 거예요. 복 받은 거지’ 이러고. 그래서 버라이어티에 가서도 말하고 나서 썰렁하면 죄송하다고 할지언정 속에 두고 있는 건 다 하고 오려 한다. 비방용이든 뭐든 다 하고 오자고.

“코미디언의 본분을 지키면서 희극배우로 가고 싶다”
김병만│“첫 번째로 중요한 건 <개콘>을 지키는 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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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얘기도 했지만 Y-Sata 를 보면 진행에 대한 부담도 많이 던 것 같았다.
김병만: 에 갔을 때부터 자신감이 좀 생겼다. 여기서는 내가 몸으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보니 내가 어떤 얘기를 할 때 귀를 기울여주더라.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데 나가서도 이런 자신감을 갖자고 생각했다. 전에 버라이어티 나갈 땐 대본이 있으면 적힌 대로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상기되고, 김병만 씨 왜 말 안하세요, 하면 긴장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중요 멘트를 까먹으면 끊고 가면 되는 거고 당장 앞을 향해 가자, 앞에 있는 게 산이든 물이든 가자는 마음이다. 대신 미리 감독님께 부탁을 한다. ‘제가 기 잘 죽습니다. 중간에 그거 하지 마, 이런 말씀은…’ 그러면서 동료들에게도 소극적으로 인사하기보다는 좀 더 편해지려 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조금은 배웠다.

그런 게 있다. 출신 개그맨들을 보면 연기 베이스라 그런지 다른 버라이어티에서는 굳은 표정일 때가 많다. 그와 달리 이수근처럼 레크리에이션 베이스는 좀 더 잘 적응하는 것 같고.
김병만: 레크리에이션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을 만나고 그들과 리얼하게 현장 토크를 주고받는데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안 해봤고, 성격상 그런 걸 잘 못한다.

성격 얘기를 했지만, 토크를 하며 거짓말, 소위 ‘구라를 푸는’ 걸 못하는 것 같다.
김병만: 그건 정말 못한다. 어느 정도 원래 있던 일을 과장되게 표현해야 하는데 있었던 그대로만 얘기한다. 나름 내 방법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얘기하고 남들이 안 웃으면 그에 대한 리액션을 하는 거다. 내가 (이)수근이처럼 하려면 수근이처럼 못되겠지. 내 식대로 내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거다. 나는 좋아하는 쪽이 연기다보니까 그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건 을 지키는 것, 두 번째는 희극배우가 되는 것, 세 번째가 버라이어티다. 수근이의 경우에는 MC가 꿈이니까 같이 을 지키면서 버라이어티 하는 걸 두 번째로 생각하는 거고.

정확히 ‘배우’보다는 ‘희극배우’에 방점을 찍는 건가.
김병만: 내가 정말 멋있는 역, 지독한 악역을 한다고 해서 과연 될까. 이미지도 있고, 그건 정말 연기 훈련이 필요한 거고. 물론 나도 연극을 했던 사람으로서 사이코패스 역 같은 거 해보고 싶다. 하지만 우선은 개그맨으로서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되었으니 이제 드라마 속 희극배우로 인정받을 때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MBC 등에 출연하며 그 기반을 닦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SBS 처럼 너무 ‘달인’ 이미지로 소비될 때도 있다.
김병만: 그건 그쪽에서 그걸 원하니까. 카메오 출연은 대본 분석하고 앞뒤 상황을 재면 정말 생뚱맞다. 그들이 카메오로서 나를 불렀을 때는 개그맨으로서의 김병만을 쓰는 거다. 그럴 땐 80퍼센트가 애드리브로 진행한다. 물론 내가 개그맨이 아닌 상태에서 내 연기를 보면 그다지 과장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미지 때문에 ‘달인’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 배우로 갈 때 힘든 부분이 있지만 임하룡 선배님의 경우 다 극복하지 않으셨나. 임하룡 선배님처럼 코미디언의 본분을 지키면서 희극배우로 가고 싶은 거다. 임하룡 선배님도 로 조연상을 받기까지 정말 수십 편에서 카메오와 단역을 하셨을 거다. 나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될 때까지, 개그맨 공채에 될 때까지 도전했듯 이것도 포기하지 않고 인정받을 때까지 해볼 생각이다.

“천천히 올라가서 떨어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기어왔다”
김병만│“첫 번째로 중요한 건 <개콘>을 지키는 것” -2
을 지키는 것” -2" /> 개그맨 공채에 합격하고 개그맨으로서 3년 연속 연예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계속 하면 되긴 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김병만: 정말 그런 거 같다. 내가 특강을 여러 번 다녔는데 이만큼 준비해갔다가 떨려서 그냥 놓고선 내가 여태 해온 것들 얘기를 했다. 정말 포기 안 하면 되는 거 같다고, 여러분도 뭘 하고 싶은지 찾아 거길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가면 무조건 된다고. 왜냐면 나도 됐으니까. 나는 정말 부족한 사람인데. 키도 작고,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놀기만 좋아했고, 그런데 꿈을 향해 달려가서 끝까지 간 거다.

사람이 뭘 하나 극복하고서 새 목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어떤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도 하는데 희극배우는 어떤 경우인 거 같나.
김병만: 먼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이기 때문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거 같다. 나는 우선 현재 가보고 싶은 게 희극배우인 거다. 너무 멀리 보진 않는다. 너무 멀리 보고 이걸 시작했으면 벌써 포기했을 거다. 온 길보다 갈 길이 너무 머니까 차라리 돌아가 버리겠지. 나는 그냥 앞만 보고 간다. 계단 열 칸 위를 보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퍼즐 풀 듯 가보자고. 나와 같이 연기학원을 다니거나 연극을 했던 사람들 중 나를 빼면 다 포기했다. 사실 나는 그 중에서도 캐스팅이나 이런 기회가 없는 사람이었다. 에 데뷔해서도 선배들에게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땐 내게 스타성이 없나, 옷을 추리닝만 입고 다녀 그런가, 별 고민을 다했다. 그러다 나는 그냥 나이니까 천천히 올라가서 떨어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기어온 거지.

남들과 같이 산을 올라도 달인처럼 암벽등반을 하는 느낌이다.
김병만: 대학로에 있을 때 하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철학관에 가서 사주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나보고 그러더라. 남들과 똑같은 목적지에 결국에 가긴 가는데 남들 아스팔트길로 갈 때 자갈길로 간다고. 실제로 겨우 기회를 얻어도 모두의 시선은 뜬 사람에게 갔다. 그 땐 기자들이 제일 싫었다. 후배 인터뷰하러 카메라 들고 와서 ‘ㅇ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면 몰라요, 하며 누워버렸다. 심술이 나는 거다. 뒤돌아보면 웃긴 일이다. 속도 참 좁았고. 그래서 안 풀렸나? (웃음)

자갈길을 간 덕에 속이 더 여문 건 없나.
김병만: 힘들 게 온 만큼 조금 더 조심을 하지. 요즘 같은 경우에는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주위도 많이 살피고 조심성 있게 대처한다. ‘달인’을 통해 방송을 있는대로 하지는 않았다. 케이블 채널 여기저기 나가느라 체력을 소진하지 말자고. 기회는 많았지만 그걸 다 받아먹으면 얕아지니까. 네 개 정도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데 일곱 개를 하면 얕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국 오래 못하게 된다. 또 이렇게 가야 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희극배우가 되든 버라이어티를 하든 결국 은 언제까지라도 함께 가고 싶은 건가.
김병만: 에서 나를 원하고 시청자분들이 나를 원하면 그때까진 열심히 해야지. 이쯤 되면 후배들에게 물려줘라, 하면 물려주는 게 맞는 거고. 나는 재미나다 하는데 나를 보고 안 웃어주면 필요가 없지 않나. 내가 아이템 천 개가 있어도 재미있어 하지 않으면 그건 아이템이 아니다. 지금도 나보고 아이디어가 얼마나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아이디어 없다. 그냥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집중할 뿐이다.

그렇게 한 주 한 주를 했기에 역설적으로 ‘달인’이 최장수 코너가 된 것 같다.
김병만: 앞만 보고 갈 땐 몰랐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 이렇게나 멀리 왔네, 이런 느낌이다. 그냥 하는 데 까지는 해보겠습니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마지막 회가 다다음주가 될지 내후년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사진제공. BM 엔터테인먼트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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