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정말 어렵게 골라낸 앨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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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만 고르기가 정말 힘들어요.” 수많은 뮤지션의 이름과 앨범 명으로 빼곡히 채워진 A4 용지를 펼쳐 놓으며 공유가 한숨을 내쉬었다. “루시드 폴은 도 좋지만 한 앨범만 고르기엔 모든 앨범이 다 좋고, 토이 에 실린 ‘인사(Feat. 김연우)’라는 곡은 제가 KBS 에 나가서 부르기로 했어요. 아, 이지형 씨의 도 참 좋은데. 노리플라이도 요즘 많이 듣고 있고…” 영화 에서 당대의 톱스타, 야구선수 박철순을 연기했을 만큼 훤칠한 스포츠맨에 잘 어울리는 이 배우에게 이런 모습이라니, 의외다.

어쩌면 공유의 이런 면은 영화 에서 나이, 고향, 출신 학교 등 아무것도 모른 채 인도에서 만난 첫사랑의 이름 하나만 가지고 찾아온 지우(임수정)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김종욱을 찾으려 애쓰는 꼼꼼한 원칙주의자 한기준의 모습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지난해 제대 후 첫 작품인 이 영화에서 그는 큰 키와 남자다운 외모에 비해 소심한 성격과 억울한 표정이 독특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한다. 물론 지우의 회상 속 ‘김종욱’으로 등장하는 그의 모습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꽃인 멋진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모두 결집시켜 놓은 것처럼 사실이다. MBC 의 최한결로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와 또 다른 공유의 매력은 오랜만에 돌아온 그가 그 시간 동안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배우로 일하다 보면 외롭거나 힘들어서 예민해질 때도 있고 남에게 말 못할 고충들을 혼자 삭혀야 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감정을 정화시킬 수 있는 음악을 많이 듣게 됐고, 어느 순간 ‘이 노래를 부른 사람만은 내 마음을 알겠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웃음) 그런 면에서 주어진 캐릭터로 자기를 표현해야 하는 배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메시지를 음악에 담는 뮤지션들은 좀 더 직접적인 느낌이에요. 그런 게 저에겐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고, 국군방송 라디오 를 진행할 때는 매주 인디밴드를 초대하는 코너를 만들어 그분들의 음악을 많이 들려 드리려고 했어요. DJ로서 그들의 음악이나 메시지에 공감하며 틀어 드리는 것도 참 행복한 작업이었죠.”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연기를 분리하지 않고 청중으로, 관객으로, 연기자로 끊임없이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나간 공유가 정말 어렵게 고른 앨범들은 다음과 같다.
공유│정말 어렵게 골라낸 앨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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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지윤의
수많은 앨범 가운데서도 공유가 서슴없이 가장 먼저 추천한 것은 지난 2009년, 6년간의 공백을 깨고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온 박지윤의 7집이다. “많은 분들이 ‘성인식’의 댄스가수 박지윤을 떠올리곤 하지만 저는 이 앨범을 듣고 박지윤 씨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옷을 입었다고 느꼈어요. 디어 클라우드, 루시드 폴 등 좋은 뮤지션들이 많이 참여하시기도 했지만 박지윤 씨가 직접 작사 작곡한 ‘그대는 나무 같아’를 들으면서 무엇보다 본인의 생각과 고민이 많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동안 자신의 음악을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닌데도 참 짠하고 흐뭇했어요. 제가 진행하던 라디오에 한번 꼭 초대해서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못 모신 게 아쉬워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은 그냥 박지윤 씨가 예뻐서 좋아하는 줄 알더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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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윤상의
“원래 윤상 씨 음악을 좋아해요. 1집에 실린 ‘이별의 그늘’은 91년에 나왔는데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가 않잖아요. 그리고 이 6집을 들으면서 느낀 건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거였어요. 배우도 그렇지만 뮤지션 중에서도 대세와 트렌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고 남보다 앞서 가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혼자 어디 묻혀서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 결과물을 이해시키고, 또 너무 앞서 가 버려서 사람들이 아예 모르게 하는 대신 어느 정도 자기 페이스로 앞서 가는 게 대단한 거죠. 오랫동안 그렇게 하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알기 때문에 그런 걸 잘하는 분들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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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캐스커(Casker)의
“캐스커도 오랫동안 좋아해 온 밴드에요. 지난 몇 년 사이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분들도 많아졌는데 그중에서도 계속 듣게 되는 걸 보면 제일 좋아하나 봐요. 조원선 씨의 보컬도 좋지만 이융진 씨의 보컬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최근 발표된 5집 앨범은 제가 생각하기에 캐스커의 정점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에요.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닌데 오히려 그렇게 변하지 않고 캐스커만의 음악을 하는 게 좋아요. 저는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 테크닉에 대해 표현하긴 어렵지만 연기자에게 연륜이 쌓이면 그전에 표현하지 못했던 눈을 가지듯 자기 색깔을 계속 고수하는 뮤지션들도 20대에 만든 음악과 30대에 만든 음악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차이와 발전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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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메이트(Mate)의
“6번 트랙 ‘너에게..기대’를 제일 좋아하고, 8번 ‘왜’, 9번 ‘난 너를 사랑해’, 그리고 마지막 10번 트랙 ‘안녕’이 쭉 좋고 다 슬퍼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싱글 커트 된 음원을 다운받아 듣는 세상이 되었지만 공유는 여전히 음반을 사고 곡이 수록된 순서대로 앨범을 듣는 사람이다. “메이트는 1집 타이틀곡 ‘그리워’ 때문에 알게 됐는데 워낙 좋아서 계속 듣고 있는 밴드에요. 모던록을 주로 하는데 음악이 불친절하거나 크게 어렵지 않고 대중적인 코드가 있어요. 사심으로 라디오에 초대한 적도 있는데 건반치고 노래하시는 정준일 씨의 패션이 남보다 훨씬 앞서나가셨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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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Y물고기의
“2집 타이틀곡 ‘Love Again’을 듣고 좋아서 이윤정 감독님께 추천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한참 지나서 어느 날 밤 갑자기 감독님께 전화가 왔어요. NY물고기와 술 마시고 계신데 제가 팬이라고 말씀드렸으니 통화를 해 보라고. 전화로 인사를 드렸더니 약간 취하신 목소리로 “가난한 음악쟁이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I love you!” 하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그분들의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 건데 인디 밴드 분들은 ‘연예인이 우리 음악을 그렇게 좋아한단 말이야?’ 하면서 신기해하실 때가 많아요. 직접 만나면 제가 완전히 팬처럼 굴거든요. 다음 앨범 언제 나오는지 여쭤보고, 라디오에 오셨던 밴드 분들께는 다 제가 가지고 있던 음반에 사인을 받았는데 그분들이 저에게 사인해 달라고 하시면 왠지 쑥스러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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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받은 시나리오를 차 안에서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그게 였죠.” 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입대했던 그에게 제대 후 컴백 작은 중요한 선택이었지만 그는 전략보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작품을 향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렇게 소리 내서 웃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단순히 웃기기 때문이 아니라 공감이 가고 상상이 되니까 혼자 웃다가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2001년 KBS 로 데뷔해 어느새 10년차 배우가 된 그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여유를 얻었고, 강렬한 변신 대신 자신이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하나씩 드러내는 중이다. 이후의 공유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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