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명사]1. 中二病
2. 달빛에 스미는 고독의 통각이 나의 심폐를 옥죄어 온다.

남성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바보 같은 시기인 중학교 2학년 시절처럼 부끄러운 언행을 비하하는 ‘중2병’은 호리프로 소속의 개그맨인 이쥬인 히카루가 진행하는 일본의라디오 프로그램, 의 1999년 1월 11일 방송에 처음 등장한 단어다. 당초 사춘기 시절에 흔히 나타나는 망상과 공상을 지칭하던 이 용어는 웹상에서 통용되며 점점 그 의미가 부정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특히 폭력적인 낭만에 취해 지나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우 ‘중2병’이라 진단한다. 최근에는 한국 네티즌의 악덕으로 치부되는 허세와 과장, 공감을 얻지 못하는 사고방식 등 꼴불견의 태도 전체를 뭉뚱그려 ‘중2병’으로 치부하는 사례들이 포착되고 있으나 엄밀히 구분할 때, 망상이 과도한 여성의 경우는 ‘초6병’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으며, ‘중2병’을 견디지 못하고 시시콜콜 지적하는 것은 ‘고2병’, 그런 ‘고2병’을 비웃는 것은 ‘대2병’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사춘기의 소년들은 현실적인 성장과 정서적인 성장 사이에서 아노미를 겪고는 한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증폭되면서 자아의 유표성을 인식한 소년들은 자신의 유일무이함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구체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느낀다. 그런 경우 자신의 신체가 오드아이에 백발이라고 믿으며 감정적으로 폭주와 각성,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흑화에 노출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중2병’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이에 더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 시달리며, 특히 달빛과 고독으로 자신의 괴력을 무의식중에 발산하게 될 것이라는 묵시록적인 협박을 즐긴다면 ‘중2병’의 심화단계라 볼 수 있다. ‘중2병’의 합병증으로는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단어를 선호하며,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굴복하지 않은 채 ‘전력하지 않은 탓’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 뒤 “훗”이라고 거짓웃음을 더해 자조와 고소의 여운을 즐겨하는 태도가 있다. 그러나 이 질병은 시간이 약인지라 인내와 관용으로 기다려준다면, 반드시 완치의 희망은 있다. 그러므로 만약 이 기사가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다고 비난한다면, 해의 흑점이 드리운 그늘에 붉게 명멸하는 나의 동공으로부터 심장의 박동을 타고 전해지는 암운의 예리함을 실은 단검으로 너의 목을 범하리라. 훗.
임상기록
* 중2병 환자의 생리현상 보고
* 중2병 환자의 예술 활동 결과
* 중2병 환자가 생각하는 사랑과 전쟁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