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그룹으로 나왔지만 댄스 그룹인 2PM에 비해 발라드를 부르는 2AM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과도 거리가 먼 비운의 아이돌이었다. 하지만 ‘8년 연습생’ 조권이 MBC <세바퀴>를 비롯한 예능을 평정하고 다른 세 멤버 역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각개격파하며 쌓아올린 인기가 마침내 폭발하며 이들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작곡가 방시혁이 트렌드와 대중의 감성을 면밀하게 계산해 만든 ‘죽어도 못 보내’는 네 멤버 각자의 음색과 풍성한 화음을 살려내는 데 최적화된 곡이었다. 그러나 이 여세를 몰아 발라드에서 댄스까지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아이돌로서 2AM의 스타성을 한층 더 키우고자 내놓은 댄스곡 ‘잘못했어’는 잘못이었다. 온 몸을 검은 천으로 가린 백댄서가 멤버들의 동작을 도와주는 안무 콘셉트는 막상 무대에서는 코미디처럼 보였고, 이는 댄스그룹이 아닌 2AM에게 앞으로 다시 댄스에 도전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근데 왜 왜 왜 왜 난 오늘도 네 앞에서 웃는 광대”라는 파트에서 가사에 맞는 표정 퍼포먼스를 보여야 했던 막내 진운에게는 평생 갈 캡쳐 사진들이 쏟아졌다. ‘잘못했어’가 2AM에게 주는 교훈은, 모두가 춤을 출 필요는 없다는 사실, 혹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퍼포먼스를 찾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2AM의 최대 인기 비결은 무대에서 감성적인 음악을 소화하고 무대 밖에서는 재치 있는 토크를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지금 2AM이 들고 나와야할 것은 어떤 콘셉트가 아니라 그들의 음악적 가능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노래 그 자체다. 음악성과 스타성, 박진영과 방시혁 사이에서 여기까지 온 2AM은 지금 상당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다행히 MBC <개인의 취향> OST에 수록된 ‘바보처럼’이 발표하자마자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는 사실은 고무적으로 보인다.




재범의 탈퇴 이후, 2PM은 매순간이 만만치 않다. 안티 팬으로 돌아선 기존의 팬덤은 그들이 실책을 저지를 때마다 비판을 제기할 것이고, 대중과 미디어는 그들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 기간 동안 무엇이든 실수없이 잘 해야 하고, 2PM은 이번 싱글을 반드시 성공시켜야할 입장이다. 그래서, ‘Without U’는 지금 2PM에 대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방향 설정을 알 수 있는 곡이다. 지금 2PM에게 가장 이상적인 건 빅뱅의 ‘거짓말’처럼 음원의 힘 하나로 대중성과 트렌드 양쪽을 잡을 수 있는 히트곡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 같은 곡이 나오려면 JYP 역시 그만큼의 파격에서 오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 점에서 JYP는 한 번의 역전 보다는 그 다음을 기약하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Without U’는 피아노 멜로디로 곡 전체를 부드럽게 진행하고, ‘Heartbeat’에 비해 랩을 줄이고 코러스를 강조한 멜로디를 배치하고, ‘I`m gonna be OK’처럼 짧게 반복되는 멜로디를 후렴구로 배치한다. 그만큼 JYP는 낯설지 않고, 쉽게 귀에 들어오는 곡을 내세운 셈이다. 하지만, ‘I`m gonna be OK’는 짧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만큼 쉽게 흥얼거릴 수는 있어도 듣는 사람의 감정을 끌어올리며 정서적인 포만감을 주기는 어렵다. 또한 피아노 연주의 반복과 후렴구에 등하는 일렉트로니카 비트, 그리고 강하게 들어오는 후렴구는 정말로 ‘거짓말’의 구성과 닮아있다. ‘거짓말’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만큼 대중적으로 검증된 구성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그래서, 2PM은 지금보다도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안전한 선택을 한 곡은 그만큼 대중적 폭발력에 한계가 있고, 대중적인 반응을 올리는 것은 2PM의 무대와 멤버들의 개별 활동에 달려 있다. 옥택연이, 장우영이, 또는 닉쿤이 일반 대중에게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그룹에 대한 반응도 좋아질 것이다. 물론, 이건 그들이 ‘10점 만점에 10점’부터 ‘Heartbeat’ 전까지 열심히 했던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그걸 다시 해야 한다. 그렇게 됐다.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 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쿨하지 못해 미안해’ (이하 쿨못미)의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게임은 끝났다. 개그맨 유세윤과 하이사운드의 뮤지로 이루어진 UV는 비, 이효리 등 별들의 전쟁이 절정에 이르던 순간 디지털 싱글 < Do You Wanna Be Cool? >을 발매하고 ‘쿨못미’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밀리 바닐리를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 올드 스쿨 힙합, 야외 놀이터와 얼음 공장 등에서 무예산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의 조악하면서도 당당한 B급 정서는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NBC < Saturday Night Live >에서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딕 인 어 박스’를 능가한다. 그동안 방송은 물론 미니홈피와 자신이 경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프로모션 등을 통해 기이하고도 기발한 코미디 세계를 구축해 온 유세윤은 가장 트렌디하지 않은 콘셉트로 방송이 미처 따라가지 못했던 트렌드를 선도한다. 심지어 감미로우면서도 처절한 보컬과 정직하다 못해 뻔뻔한 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쿨못미’는 “노 쿨 암쏘리. 쿨하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넌 넌 쏘쏘쿨” 등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음악이 ‘과하게’ 좋다는 미묘한 호평에 휩싸여있기까지 해 이벤트적 성격이 강했던 박명수의 ‘퐈이야’와는 또 다른 측면승부로 가요계에 한 방을 먹인다. 또한 ‘쿨못미’ 뮤직비디오 후반에 ‘인천대공원’을 홍보하고, ‘쿨못미’가 화제를 모으자 “우린 UV 우리 뮤비 터졌어 터졌어 지금도 싸이월드 3위 이길 수가 없는 비 효리”라며 신곡 ‘성공’을 발표해 자축하는 동물적 비즈니스 감각마저 뛰어나다. 다른 가수들이 ‘쿨한’ 이미지 관리 때문에 하지 못하는 호객행위를 당당하게 해 버림으로써 ‘웃긴 것=쿨한 것’의 공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성공’에서 UV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를 연상케 하는 달콤한 멜로디와 속삭이는 듯한 보컬로 90년대적 감수성을 보여주고, 제이 지와 닥터 드레를 교묘히 표절하는 대신 ‘내 친구’라 칭하며 랩을 아예 가져다 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과감함을 발휘한다. 과거 김건모에게 닥터피쉬 CD를 선물하며 “형, 음악은 이런 거에요”라고 써 주었던, “싸인 해달라고 하지 마 귀찮아 죽겠으니까 사진 찍어달라고 하지 마 장동건한테 찍어달라고 해 내가 쉬워보이냐?”라는 가사를 구상하던 유세윤은 자신이 꾸준히 견지해 온 진지한 ‘미친 자’의 자세로 정상에 올랐다. 현재 UV 측에는 ‘인천대공원’ 뮤직비디오 촬영 프로모션을 기다리는 매체들의 취재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비의 미니앨범 타이틀은 < Back to the basic >이다. 하지만 이 ‘Basic’은 음악만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2년 전 발표한 ’Rainism‘에서, 비는 가상의 캐릭터처럼 완벽하게 준비된 콘셉트의 무대를 선보였다. 반면 그는 ‘널 붙잡을 노래’에서 콘셉트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신의 몸이 가진 매력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상의를 벗은 채 추는 춤이 정해진 퍼포먼스가 될 수 있는 가수는 비뿐일 것이다. ‘널 붙잡을 노래’도 마찬가지다. 이 노래는 ‘오늘도 서성이는 너의 집…. 나는 힘든데 이렇게’의 멜로디를 두 번 반복하고, 곧바로 ‘한 순간 내 몸에 익숙했던…’의 후렴구로 접어든다. 그만큼 멜로디 구성은 단순하고, 감정선은 계단을 오르듯 수직적이다. 그리고, 비는 수직적으로 감정이 뛰는 순간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한 진하게 해서 후렴구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그래서, ‘널 붙잡을 노래’라는 제목은 진실이다. 노래에 대한 호오를 떠나, 비는 누구에게든 자신의 목소리로 후렴구의 멜로디를 계속 귀에 맴돌게 한다. 그 점에서 ‘널 붙잡을 노래’는 다른 가수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비의 ‘Basic’을 보여주기에는 적절하다. 물론, 그래서 그의 이번 앨범은 호오가 나뉠 것이다. 누군가는 나쁜 남자의 매력으로 자신을 붙잡는 그를 좋아할 것이다. 반면 어떤 치장도 없이 비가 자신의 몸과 목소리만으로 다가오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보는 사람이 놀랄 만큼 자신감 100만 퍼센트인 이 남자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프로모션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닌자 어쌔신> 출연으로 할리우드 활동이 더욱 바빠지면서, 비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한국에서 상품성을 소진하지 않아도 되는 독특한 존재가 됐다. 그는 정말로 ‘작품’으로만 대중과 만나고, 2년 만에 돌아온 이번에도 1개월여의 시간밖에 없다. 그래서, 비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활동 방식은 누구나 한 번쯤 시선을 돌릴법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그건 비가 출연한 KBS <승승장구>가 좋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비는 비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해외에서 더 큰 승부를 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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