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년의 지구 역사 중 가장 춥고 혹독했던 신생대 후기의 200만 년을 우리는 빙하기라 부른다. 대륙을 덮은 빙하가 런던과 파리까지 내려와 한파가 몰아닥치던 그 시대, 많은 동물들이 멸종돼 사라져갔지만 뛰어난 적응력으로 크게 번성했던 동물들도 있었다. 빙하기의 상징 ‘매머드’가 그중의 하나다.

EBS 공사창립 10주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매머드>(26~28일, 밤 9시 50분) 기자시사회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이번 다큐에서 매머드의 모습은 컴퓨터그래픽에서 가장 표현하기 어렵다는 털의 미세한 움직임을 실사에 가깝게 구현해 했다. 제작진은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 <아이스 에이지>, <10,000 BC>에서 선보인 매머드보다 기술적으로 진일보 했다”는 자체 평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성취와는 달리, 내용은 전반적으로 빈약하다. ‘한반도’ 시리즈의 전작 <한반도의 공룡>에 비해 몸집이 더딘 매머드의 역동성은 다소 떨어지고, 매머드가 인간과 주변 환경으로 인해 겪게 되는 ‘갈등-해소’의 반복되는 스토리텔링은 단조롭다. 2D로 먼저 방영했다가, 3D로 다시 제작될 <한반도의 매머드>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됐다. 1부와 2부는 매머드와 주변 동물들의 생활모습을 영화적 구성을 통해 설명하고, 3부에서는 매머드의 멸종과정과 프로그램 제작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한반도의 매머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김시준 PD : 일단 독특한 소재다. 매머드는 모계중심의 사회로 형성됐고, 멸종의 원인이라는 게 인간과 관련돼 있어서 제작하면 좋은 다큐가 될 것 같았다. 공룡에 비해 캐릭터 파워는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머드가 인간과 같은 포유류라는 점에서 매머드를 통해 인간사회를 보여주고 싶었다.

“매머드 복원의 수준은 놀랍다”



김시준 PD “매머드로 인간사회 보여주고파”
매머드의 털이 사실감 있게 그려졌다는 호평과 함께 발바닥이 표면에 닿는 장면 등 어색한 장면도 더러 있었다는 평도 있다.
조일 CG총감독 : 매머드의 한 올 한 올의 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털의 유기적인 느낌을 살려야 했다. 머리에서 바닥까지 비슷하면 빗자루가 된다. 긴 것은 1m까지 된다. 랜덤하게 심고, 털의 길이를 다르게 만드는 게 힘들었다. 공룡이 2족인데 비해 매머드는 4족이라 땅에 발바닥이 3개가 붙어 있어야하는데 그런 근육을 표현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제작비 규모는 어떻게 되나.
김시준 PD : 직·간접비 포함해서 12억 원 규모를 책정했다. 아시다시피 콘텐츠진흥원 공모를 통해 어렵게 선발됐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해외 시장을 겨냥한 노린 의도를 보시고 많이 배려해주셨다.

매머드 복원 수준은 어떤가.
임종덕 박사(자문) : 매머드가 이렇게 사실적으로 표현될지는 몰랐다. 해외에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디스커버리 등의 다큐채널과 함께 작업을 했지만 매머드가 가진 털의 사실감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드물었다. 놀랍다. 북한에서는 매머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일본에서 매머드 화석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이는 한반도가 일본으로 가기 위한 통로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남한 지역에서는 신생대 4기층이 없어 매머드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한반도에 살았을 확률은 굉장히 높다.

“기술은 이미 <아바타>도 만들 수 있는 수준”



EBS <한반도의 매머드>는 털의 미세한 움직임을 실사에 가깝게 그려냈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나.
황인수 편성센터장 : 프랑스 칸에서 프로그램 마켓이 있었다. EBS 글로벌팀이 <한반도의 매머드> 트레일러 영상을 가져다 틀었는데 일본의 NHK, 이탈리아의 RAI 등 해외 유수 방송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부스를 찾아 문전성시를 이뤘다고도 한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런 관심으로 봤을 때 해외 판매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반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배경이 낯설다.
김시준 PD : 구성은 백두산 북부지역으로 설정했다. 매머드 화석이 북한 함경도에서 많이 발견이 됐는데, 백두산 근처에서 촬영할 수는 없어서 캐나다와 뉴질랜드 주변 산야지대를 담았다. 식생은 다르지만 대초원 같은 느낌을 담을 수 있어서 그렇게 했다.

CG를 구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조일 CG 총감독 : 이번에 <한반도의 매머드>를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이런 기술을 구현할 공학도가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아티스트들은 외국의 것을 보고 근사치로 표현을 하는데, 공학도가 없다보니 결정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 인력과 기간이 있으면 <아바타> 같은 대작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술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연아도 1등인데 저희라고 못하겠나. 그래서 관심과 호응이 더 필요하다.

EBS의 3D 제작수준은?

EBS는 지난해 2월 ‘3D 입체교육영상 TFT`를 발족하며 2010년을 ’3D 입체 콘텐츠 원년‘으로 선언했다. 특히 EBS가 내년 초에 선보이는 영화 <한반도의 공룡2>는 국내 최초의 3D 영화로, 방송계와 영화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백악기 한반도에서 살았던 공룡을 단순한 묘사가 아닌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드라마적으로 다뤘다. 2011년 초 개봉을 목표로, 6월 중순 애니매트로닉스 로봇 공룡을 활용한 수중장면 실사 3D 촬영을 국내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영화에 앞서 EBS는 올해 말에는 3D TV 입체다큐 <앙코르 와트>가 시청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에 관한 3D 입체 블록버스터 다큐로 12월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3D 극장시사회를 갖고 2D 버전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EBS가 이처럼 3D 콘텐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데는 최첨단 장비를 구축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입체 촬영 리그(카메라 지지 장치)와 일본의 입체 전문 카메라 등 촬영 시스템을 도입, 5월 중에 구축할 계획이다. 리그는 기존 장비의 30% 수준인 5Kg, 카메라의 무게도 개당 1.2Kg에 불과해 기동력이 뛰어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오른쪽, 왼쪽 영상의 신호를 디지털로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장비도 구축해 만족스러운 3D 영상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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