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월드컵은 어디서 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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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당신의 Reds가 어디 갔느냐고 묻는다. 황선홍과 2002년 월드컵의 주역들은 ‘Olleh’를 외친다. 김장훈과 싸이도 합세해 응원가를 부른다.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축제를 준비하자는 분위기와는 별개로 공중파 3사의 월드컵 중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2006년 8월, SBS의 2010/2014 월드컵 중계권 단독 계약으로 시작된 중계권 분쟁의 중요 쟁점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공중파 방송 3사는 코리아 풀이라는 카르텔을 맺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비롯한 중요 스포츠 중계의 중계권을 IOC나 FIFA로부터 구매해왔다. 국민적 관심사라 할 만한 경기만큼은 누구나 쉽게 TV를 통해 볼 수 있는 보편적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방송 3사가 따로 따로 구매 경쟁을 하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코리아 풀이 언제나 유지됐던 것은 아니다. 2002년 MBC는 박찬호가 뛰던 메이저리그를 단독으로 구매해 방영한 적이 있고, KBS 역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2006년 단독 구매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6년 5월, 방송 3사의 사장단은 2010/2014 월드컵과 2010~2016년까지의 올림픽에 대한 방송권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자는 합의를 맺었다. 물론 그 합의는 모두가 알고 있듯, SBS에 의해 깨졌다.

SBS vs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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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SBS는 과거 코리아 풀이 MBC와 KBS에 의해 깨졌던 과거 사례를 언급하고 있지만 남의 과오가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IB스포츠를 비롯한 스포츠 마케팅 회사가 구매 경쟁자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코리아 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비난을 감수하고 중계권을 단독 구매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름 아닌 그 IB스포츠를 통해 월드컵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2006년 단독 계약 당시 SBS 측 역시 “일단 코리아 풀을 깬 것에 대해선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3사 합의를 깬 것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 월드컵 중계권은 SBS의 소유다. 여기서 쟁점은 그 소유권을 나마지 방송사에 어떻게 분배하느냐로 옮겨진다.

지난 4월 12일, 13일, KBS와 MBC는 하루 간격으로 SBS의 단독 중계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걸 수도 있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애초에 SBS는 단독으로 중계권을 구매한 뒤, 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머지 방송 2사에 재판매하겠다고 공언했었고, 그와 관련한 협상은 월드컵을 약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KBS와 MBC는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SBS와 나머지 방송 2사는 서로 협상 태도가 성실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결국 KBS와 MBC가 소송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앞서 말한 방송 3사 사장단의 합의 문서다. 문제는 이 문서가 과연 법적 강제성을 가지고 있느냐다. MBC 최기화 대변인은 “변호인단 자문에 따르면 상당한 강제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지만 역시 3사 사장단이 합의했던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 대한 SBS 단독 중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 조치만을 받았을 뿐이다. 때문에 과연 형사적 효력을 가질지는 그야말로 법정에 갔을 때나 알 수 있는 일이다. 현재 MBC는 광고 판매를 시작하는 4월 30일 즈음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이 기간이 넘어갈 때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을 걸 계획이다.

월드컵을 넘어선 결정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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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일련의 사태에서 결국 시청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과연 그래서 월드컵 중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냐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든 최소한 SBS만의 월드컵 단독 중계를 보는 건 가능할 것이다. MBC 허연회 스포츠제작단장은 “소송의 목적은 SBS가 방송을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방송 3사 합의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어떻게 되던 월드컵은 볼 수 있다. SBS 단독 중계와 방송 3사 공동 중계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시청자에게 더 좋을 것인가. 단순히 월드컵만을 놓고 본다면 당연히 공동 중계가 좋을 수밖에 없다. 북한 대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대 포르투갈처럼 동시에 벌어지는 주요 경기를 골라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KBS의 한준희, SBS의 박문성처럼 다양한 해설자의 해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것은 월드컵만을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다. 시청자의 권리를 놓고 봤을 때 상황은 좀 더 복잡해진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 KBS와 MBC가 월드컵 중계에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은 월드컵을 통한 광고 수익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번 협상과 소송에 대해 국민의 권리 운운하는 것은 앞서 말한 보편적 접근권 때문이다. 보편적 접근권은 대다수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고, 방송법은 그 비율을 국민의 90%로 못 박았다. 그리고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SBS는 그 기준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MBC 최기화 대변인은 “지난 천안함 사태나 선거 방송처럼 국민적 관심사를 방송 3사가 방영하는 것”을 진정한 보편적 접근권의 예로 들었다. 이것은 그들이 말하는 공동 중계가 방송 3사 모두 동시에 한국팀 경기만을 방영하는 동시 중계가 아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같은 경기라도 해설이 다르고 화질이 다르지 않느냐”는 부연 설명을 들으면 더욱 그렇다. 과연 그것이 국민을 위한 보편적 접근권인가? 오히려 방송 3사가 동시에 축구장만을 비출 때 축구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시청자의 권리는 외면당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축구팬이라 해도 한 채널에선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가, 다른 채널에선 같은 시간에 벌어지는 아르헨티나 대 그리스의 경기가 방영되는 것이 더 이상적이다. 하지만 과연 공동 중계가 현실화됐을 때, 시청자의 볼 권리를 위해 한국 경기 대신 다른 경기를 중계하는 대승적 결정을 내릴 방송사가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한 고민 없는 공동 중계는 어떤 면에서 SBS의 단독 중계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다.

그래서 월드컵이 단독 중계될지도 모르는 이 초유의 사태는 어떤 면에서 공동 중계와 보편적 접근권의 진정한 의의를 따지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연 단독 중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공동 중계의 장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과거의 월드컵에서 그런 장점이 과연 추구됐던가. 그러지 못했다면 공동 중계를 통해 확보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접근권은 무엇일 것인가. 정말 중요하지만 은폐되어 있던 질문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방송사들의 성실한 대답이다.

글. 위근우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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