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역사극, 혼란스러운 가정 파탄드라마가 범람하는 드라마 시장에서 MBC 은 즐겁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기다려지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오래간만에 발랄한 모습을 보여줄 손예진과 KBS 의 구준표 이후 첫 배역을 맡은 이민호가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리고 지난 13일, 드라마의 세트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두 배우는 팬들 이상으로 드라마에 강한 기대를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벌써 1/3이 방송된 시점에서 이 드라마가 대중의 취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배우들의 대답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오늘 촬영 분량 중에 키스신이 있다고 들었다. 특별히 준비한 것이나 기대하는 점이 있나?
이민호 : 키스신에 대비해서 나는 민트사탕을 준비했다.
손예진 : 멜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에피소드인데, 진호가 술김에 자신을 위로해 주는 개인에게 키스를 하는 거다.
이민호 : 정확히 말하자면, 키스가 아니라 뽀뽀를 하는 장면이지.

“개인을 위해 일주일 동안 발도 안 씻어 보기도”
손예진 “갈수록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될 것”
손예진 “갈수록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될 것”
코믹한 장면이 많아서 촬영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손예진 : 드라마 자체가 코믹하고 만화적인 부분이 많다. 개인이는 만화 주인공처럼 동작도, 표정도 큰 인물인데, 진호는 정적이고 드라이한 보통 남자다. 그래서 얼렁뚱땅한 여자를 만났을 때, 그가 보여야 하는 반응에 대해 어려워했다. 같이 뭔가 하고 싶은데 톤을 유지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내가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웃겨서 NG가 나기도 했고, 조연 분들의 열연이 대단하셔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정성화, 류승룡 선배님, 조은지 씨 모두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
이민호 : 나도 이빨을 보이면서 웃고 싶은데 그럴 신이 없어서 아쉽다.

진호는 같이 있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떤 상황이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가.
이민호 : 상준(정성화)과 있을 때 풀어진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고, 일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아직 좀 불편하다. 전문적이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스스로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개인과 만날 때 리액션이 커지면 캐릭터가 무너질까봐 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앞으로 개인과 추억이 많이 쌓이면 점점 더 편해질 것 같다.

개인은 정말 많이 망가지는 역할인데 주변의 반응이 어땠나?
손예진 :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적극적으로 반응을 찾아보질 않는다. 일단은 회사 대표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고, (웃음) 심지어 첫 회 방송이 나가고 개인이 나인지 몰랐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내가 생각한 개인이는 진짜로 연애에 쑥맥이고, 정말 더럽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다. 큰 집과 어울리지 않는 아웃사이더이자 에고이스트이고, 오타쿠적인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뿔테 안경을 끼고 후드티를 귀 뒤에 꽂는 것 같이 과장된 설정도 내가 만들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드라마에 나왔던 캐릭터와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일부러 일주일 동안 발 안 씻고, 잠옷과 외출복이 같은 여자처럼 보이고 싶었다. 재미를 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개인의 아픔이 나타나면서 진정성, 진실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쌓아왔던 청순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팬들도 있는데.
손예진 : 뭐, 청순한 역할을 맡으면 다시 청순함이 살아나겠지? (웃음)

이민호 역시 설사 장면에서 많이 망가진 것이 화제였다.
이민호 : 많은 사람 앞에서 바지를 벗어 본 것이 처음이라서 민망했다.

이민호에게 은 어떤 의미인가?
이민호 : 이후 첫 작품이고, 첫 성인 연기에 도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다. 발전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고, 앞으로 새로운 인물을 해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의 구준표와 전진호는 까칠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인물로 보이기도 하는데, 전진호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어떻게 잡아가고 있나?
이민호 : 진호는 까칠하기보다는 불친절한 인물이다. 예의가 바르고 곧은 사람이기 때문에, 불친절한 예의바름이 있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준표처럼 갈구는 건 아니고. 자신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면 표현 방식이 불친절한 느낌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를 할 때에 비해서 심적으로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부담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사실 큰 부담감이 없었다. 차차 나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다.

“이번 주와 다음 주 방송분이 고비”
손예진 “갈수록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될 것”
손예진 “갈수록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될 것”
손예진은 전작인 영화 과 180도 변신을 했다.
손예진 : 그런 부분 때문에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는 마음을 갖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은 작품을 끝내고 나서 너무 힘들고 우울했다. 그래서 내 나이에 맞고 즐겁고 신나는 작품, 현장이 재미있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스물아홉인데, 이십대의 마지막을 풋풋하고 나다운 역할을 하고 싶었다.

방송은 보고 있나? 모니터한 소감은?
이민호 : 1, 2화는 봤는데, 3, 4화가 방송될 때부터 생방송 ‘크리’에 접어들어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손예진 : 그래서 핸드폰으로 틈틈이 보고 있다. 나는 늘 내 작품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편이라 부족한 부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래도 우리 드라마가 1 ,2회보다는 3, 4회가 더 재미있는 건 확실하다. 앞으로 상큼하고 재미있는 한 권짜리 소설인 원작을 어떻게 16부로 풀어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가 계속 초반의 어리버리한 모습을 유지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이번 주와 다음 주 방송분이 고비인 것 같다.
이민호 : 나는 내가 나온 작품은 다 재미있더라. (웃음) 처음 볼 때는 일단 재미있는데 다시 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좌절하기도 한다. 고쳐나가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발음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작품 전체에 녹아 들어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손예진이 선배인데, 이민호에게 연기 스승이 되어주기도 하나?
손예진 : 오히려 나를 무시하던데? 누나, 이렇게 하면 어때요 하면서. (웃음)
이민호 : 파트너로서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한 드라마다. 그래서 감히 누나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 하고, 그런 부분을 누나가 잘 받아주셔서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워낙 분석력이 뛰어나서 상황에 대해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 주기도 할 때는 역시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예진 : 민호 씨의 최대 장점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다는 점이다. 시청률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서 내가 걱정하고 있으면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배우들은 자신의 생각과 연출, 대본이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에 굉장히 속상해하기 마련인데 민호 씨는 그런 상황에서 빨리 정리를 한다. 나는 계속 끙끙대는 편인데.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있는 배우다. 주로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선배님들과 작업하다가 민호 씨처럼 나이 차이가 제법 있는 후배와 작업하는 게 처음이라 묘하면서도 재미있다. 또래들과 촬영을 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많은 것 같다.
이민호 : 촬영장이 정말 재미있다. 예진이 누나도 선배가 아니라 누나처럼 대해주시고, 형들이 다들 너무 웃기셔서 촬영장에 가면 웃느라 정신이 없다.

시청률 때문에 걱정을 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를 예상했나?
손예진 :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고, 시청률에 연연하게 되면 현장에서 으ㅆㅑ으ㅆㅑ 할 수 없다. 시청률을 떠나서 최선을 다하는 게 연기자의 본분이니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뒤로 갈수록 개인과 진호의 아픔이 드러나면서 좀 더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이민호 :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보다는 안 나와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 누구의 탓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 4부밖에 방송을 안 했으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개인과 같은 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민호 : 어느 정도 어리버리하면 귀엽지만, 개인이처럼 말도 못 알아들을 정도면 굉장히 피곤할 것 같다.
손예진 : 이민호 씨가 연기하면서 내내 개인이를 싫어하고 있다. 어우, 나 저런 거 정말 싫어! 그러면서. 그래서 “다행이다, 니가 싫어해서”라고 말해 줬다. 그런 캐릭터로 보여야 하니까 고마운 일이다. (웃음)

“한국 드라마에서는 이런 만화적인 캐릭터가 없었던 듯”
손예진 “갈수록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될 것”
손예진 “갈수록 사람냄새 나는 드라마가 될 것”
개인은 특이한 의상이 많이 등장하는데, 직접 스타일링에 관여하기도 하나?
손예진 : 심지어 내 옷이 많이 들어간다. (웃음) 캐릭터 연구를 할 때 의상이나 헤어스타일까지도 상상하는 편인데, 평소에 모았던 특이한 아이템이 많이 쓰이고 있다. 3회에 나왔던 꽃무늬가 그려진 빨간색 파카는 엄마가 대구에서 사 오신 건데 이걸 어떻게 입나, 하던 옷이다. 그게 여기에 쓰일 줄이야! (웃음) 목도리도 일본에서 너무 독특해서 사 온 것이고, 내 아이템들을 작품에 실제로 사용하는 게 만족스럽다.

점점 예뻐지는데, 헤어스타일도 변했다.
손예진 : 그동안 부시시하고 머릿결 완전 최고고 그랬는데 (웃음) 여성스러워졌다. 5부 엔딩에 진호가 창렬이(김지석) 보라고 파티장에 개인이를 데리고 간다. 그때 변신하게 되면서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주게 된다. 그렇다고 개인이 갑자기 여성스러워지지는 않겠지만 아주 조금씩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드는데 특별히 참조한 작품이 있나?
손예진 : 한국 드라마에서는 이런 만화적인 캐릭터가 없었던 것 같다. 가 떠오르기는 했는데, 그보다는 개인의 캐릭터가 강하다. 노다메가 귀엽다면 개인이는 진상이지. (웃음). 찍으면서는 신났는데 나중에 보니까. 나도 놀랍더라. 얼굴 왜 저래, 하면서.

실제로 게이 남자친구가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손예진 : 또래는 아니지만 실제로도 주위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 여자보다 섬세해서 동성 친구나 남자친구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남자랑은 친구가 될 수 없지 않나. 둘 중 누가 꼭 사랑을 하게 되어서 우정이 깨지고는 하는데 게이 친구는 그런 점이 없어서 좋다.

실제로 게이로 오인 받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 같나?
이민호 : 성격상 대놓고 아니라고 얘기할 것 같다. 진호와 달리 직선적으로 얘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MBC가 파업 중인데 드라마 촬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나?
손예진 : 영향이 많다. 촬영 감독님이 못 나오신다거나 하는 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편성이 준비기간보다 빨리 된 것도 시청률적으로 피해라면 피해를 본 부분이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단합되지 않으면 흐트러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끼리 열심히 하자, 잘하자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시청률을 떠나서 드라마 자체를 기다려 온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분들의 기대에 충족감을 줘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기대하는 반응은 무엇인가?
손예진 : 거창한 포부는 없었다. 가볍고 재미있게 찍을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연기적으로는 물론 항상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리버리하고 감싸주고 싶은 캐릭터인 개인이 인간으로서 성숙하는 과정을 응원할 수 있는 인물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이민호 : 구준표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고민했다.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성숙했다, 구준표가 안 보인다는 정도의 반응만 얻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급격한 연기 변신을 욕심내기 보다는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을 통해 현실적인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

아직 초반이지만,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지?
이민호 : 처럼? 음……. 아니면 최 관장과의 엔딩? (웃음) 어쨌든 예쁘게 끝났으면 좋겠다.
손예진 : 발랄한 봄 느낌에 맞는 알콩달콩하고 상큼한 이야기다. 무거운 결말이나 비극은 안 맞는 것 같고, 뚜렷한 해피엔딩도 요즘 트렌드에 아닌 것 같다. 작가님이 어떻게 그려주실지 나도 궁금하다.

사진제공. MBC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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