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인터뷰가 나 좋으라고 하는 건가요. 제작사 좋고, 매체 좋으라고 하는 거지.” 영화 의 ‘홍보’를 위해 여러 매체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펼치던 양익준은 웃으며 말했다. 분위기를 경색시킬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와 함께 같이 웃을 수 있었던 건 그가 “만약 귀찮으면 티를 내는” 사람이고, 적어도 와의 인터뷰에서는 귀찮은 티를 안 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에 거리낌 없는 사람과의 대화가 그의 말대로 “건강”한 건 그래서일 것이다. 굳이 머리싸움 할 필요 없이 서로 패를 드러내놓고 진행한 인터뷰는 “오늘 말한 게 다 공개되면 우리나라에서 쫓겨날지도 모를” 이야기까지 달려갔고, 덕분에 영화의 ‘홍보’를 위한 만남은 양익준이라는 개인의 ‘표현’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은 우리나라에서 쫓겨나지 않을 선에서 정리한 그와의 대화 기록이다.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상의 탈의한 게 정말 많은 화제가 되었다.
양익준 : (상의를 들추며) 이런 거? 하하. 기사는 봤지만 그냥 허허 웃는다. 그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냥 장난친 거지. 뭔가 벗느냐 마느냐 장난치는 분위기에서 지진희 선배가 “야, 나갔다 와” 이래서 에라, 하며 나간 거다.

“잊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양익준│“<똥파리>의 과정들? 아주 지독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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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장난치는 모습도 그렇고 지진희, 이문식과의 호흡이 좋아 보였다.
양익준 : 성격들이 다들 좋다. 모난 데 없고, 장난 좋아하고. 오히려 내가 제일 진지했다. 하하. 아무래도 연출이나 제작 경험이 있으니까 배우로서 고민할 게 아닌 부분도 고민하고. 어쨌든 전반적으로 잘 어울려 지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동민 연기도 굉장히 편해 보이더라. 10년차 감독 지망생이라는 캐릭터도 잘 어울리고.
양익준 : 시나리오가 이미 써진 상황에서 내가 투입이 된 건데 약간 느낌이 어울리지? 사실 나는 동민처럼 감독이 되겠다는 꿈이나 열망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은 아닌데.

상당히 풀어진 느낌의 캐릭터인데 영화 에서의 강렬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것인지 싶었다.
양익준 :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줘서 선택했고 특별한 건 없다. 만약 이미지를 변화시키려 했다면 오히려 다른 작품을 선택했겠지. 그냥 그땐 그걸 하는 게 가장 맞는 거 같았을 뿐이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던 건가.
양익준 : 그냥 보통이었다. 하하하. 같이 주연을 맡은 지진희 선배랑, 이문식 선배는 시나리오가 좋아서 참여했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까. 이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대한민국 5000만 관객 모두가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그보다는 출연해야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잊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 여기에 집중해서 다른 고민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사실 처음에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 상태에서 시나리오가 왔는데 한 일주일 정도 안 읽었다. 그러다 다시 연락이 와서 감독님을 만나 내 솔직한 상태를 이야기하고 작품에 들어간 거다.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는 게, 좋은 걸 쫓는 것과 싫은 걸 피하는 것 두 가지인데.
양익준 : 후자에 가까웠다.

무엇을 그리 피하고 싶었던 건가.
양익준 : 의 과정들? 아주 지독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그러다 영화 들어가면서는 재미를 찾았나.
양익준 : 배우들도 좋고 감독님도 표현하는 거 많이 열어주시니까 그 안에서는 너무 좋았지.

“나는 칭찬해줘야 더 잘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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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렉션을 적게 하는 감독이 편한 편인가.
양익준 : 그렇지. 적절히 어떤 부분에 대해 요구해야지 감독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적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이렇게 해서 저렇게 가라고 일일이 지시하는 거 안 좋아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느끼고 표현하면 되는 거지. 그러다 실수하면 좀 어떤가. 한 번 실수했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실수하면 다음 테이크에 찍으면 된다. 배우가 실수가 두려워서, 잘못된 느낌을 표현할까봐 하기도 전에 겁먹고, 감독이 “양 배우, 이렇게 해서 이런 느낌으로 하라”고 지시하면 내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을 감추게 된다. 그럼 나올 수 있는 게 없지. 자기 걸 감춰버리니까. 사실 양익준을 캐스팅했으면 양익준만 할 수 있는 걸 뽑아내야 하는 건데.

그래서인지 다른 배우들이 당신에 대해 애드리브가 많다고 평가하더라.
양익준 : 일부러 애드리브를 한 건 아니다. 대사를 받았을 때, (담배갑을 들며) ‘건강에 해로운 담배, 일단 흡연하게 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걸 다 외워서 연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걸 한 번 읽어보고 아, 담배는 나쁘고 손대면 끊기 어려운 거구나, 하면서 대본을 덮고 연기를 하는 거다. 외우진 않지만 담배가 왜 안 좋은 건지만 알면 입은 열린다. 시나리오의 단어와는 다르겠지만. 가령 ‘형, 왜 그래’라는 대사지만 스토리상 짜증나는 상황이면 ‘아, 왜 그래, 씨’라고 할 수도 있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애드리브일 수 있겠지만 일부러 웃기려고 애드리브를 하진 않았다. 나는 그래서 연기라는 말보다 표현이라는 단어를 쓴다. 자기표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로 나타내는 거니까.

이번 연기가 자연스러운 것도 그런 자유스러운 촬영 분위기 덕을 입었겠다.
양익준 : 나는 잡도리하면 아무 것도 안 나온다. 박수쳐줘야 잘한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내가 연기를 했는데 좀 엉성하면 ‘좋네, 그런데 다시 한 번만 해보자. 더 좋은 게 나올 거 같아’ 이런 분위기에서 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백배 천배 낫지. 너무 당연한 거다, 이건.

하지만 감독이 잡으려 해도 기죽지 않고 싸울 것 같은 이미지다.
양익준 : 그런 타입은 아니다. 태어나서 누구도 먼저 때려본 적 없고, 맞는 것도 두려워한다. 폭력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의 상훈이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건 내가 그랬던 게 아니라 그런 걸 본 게 많아서 표현한 거지.

가 인상적인 건 때리는 사람도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양익준 : 내가 잘해서 그렇지. 하하하하.

그래서 영화 속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에 꽂힌 가 눈에 더 들어왔다.
양익준 : 영화를 구상할 때 를 다 본 건 아니고 에 만화책 기사가 나온 걸 오려놓았었다. 거기에 있는 ‘내가 가진 슬픔은 맞는 게 아니라 내 공간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멘트가 영화랑 어울려서 영화 시작되기 전에 오프닝으로 띄우려고도 했다. 화면상으로는 잘 안 어울려서 안 했지만. 나중에 전권을 다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구입했다.

인터뷰,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인터뷰,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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