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모난 돌이 물론 정을 맞죠. 그러나 정으로 쪼아 놓은 조각품치고 자연의 바위보다 아름다운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모난 돌도 있어야죠. 그런데 저는 모난 돌 아닌 것 같은데….(웃음)”
– 김제동, 와의 인터뷰에서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졌다. 수천 명의 사람들을 즐겁게 할 만큼 친화력도 좋다. 그를 전적으로 믿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갑자기 모난 돌이 됐다. 그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을까.
김제동
김제동
박동연 : 김제동의 어머니. 김제동은 딸만 다섯 있는 집의 막내 아들로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의 누나들은 제대로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공장생활하며 바톤 터치하듯” 그를 키웠다. 김제동은 고교시절부터 호프집, 공사장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그 중에는 도로 공사장에서 자신의 손으로 개발 명령이 떨어진 자기 집을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김제동이 강호동에게 “그건 독신선언”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도 ‘누나 다섯과 조카들과 조카들의 자식까지 있는’ 집안에 시집올 여자를 찾는다고 하는 건 가족을 의지하며 살아온 지난 시절이 있었기 때문.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아이스크림 CF에 출연하자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려야 아들이 돈을 많이 번다”면서 아이스크림을 30개씩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기도 했다.

방우정 : 김제동이 스승이라 부르는 MC. 김제동은 군 시절 문선대에 소속돼 진행 실력을 쌓았고, 제대 후 자신이 다니던 대학 졸업생 환송회에서 사회를 본 것을 계기로 학교 행사를 도맡아 보며 진행자로 나선다. 이즈음 만남 사람이 바로 방우정. 김제동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신들린 듯한 느낌”으로 사회를 보던 그를 존경했었고, 방우정은 “순박하고 어리숙한 모습, 감은 듯한 눈”의 김제동을 돕고 싶어졌다고. 방우정은 김제동에게 자신이 진행하던 대구 소재 놀이공원 우방랜드의 이벤트 진행을 맡기면서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후 김제동은 대구의 한 패션몰 앞에서 를 진행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는다.

윤도현 : 뮤지션. 윤도현 밴드가 대구 경북지역 대학 축제에서 공연 중 기타 줄이 끊어진 상황에서 김제동이 말 하나로 2시간동안 청중을 휘어잡는 것을 보고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 친구가 됐다. 이후 윤도현은 그를 윤도현 밴드의 순회공연 오프닝 게스트로 참여시키고, KBS 에 그를 추천했다. 하지만 당시 김제동은 자신이 방송 전 불과 5분 정도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에 실망했다고. 김제동은 한 대학 축제에서 자신을 ‘겜돌이’(게임 진행자를 비하하는 말)라 소개하자 “지금부터 겜돌이와 레크레이션 강사의 차이점을 보여 주겠다”고 할 만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졌고, MBC 진행을 맡았을 때에는 스태프의 실수로 공연 진행에 문제가 생기자 관객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방송인이기 이전에 수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사회자가 그의 정체성인 셈. 김제동은 결국 에서도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바람잡이’가 아닌 고정 코너를 맡게 됐고, 스타덤에 오른다.

강호동 : MC. 김제동은 강호동과 함께 SBS 에 출연하며 이른바 ‘김제동 어록’을 만들며 큰 화제에 오른다. 어떤 소재든 거기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 자기만의 시각을 보여주는 김제동의 토크는 을 사생활 공개 위주의 다른 토크쇼와 차별화 시켰다. 특히 게스트 김수로와 함께 자신의 농촌 생활을 맛깔난 토크로 살려낸 것은 김제동만이 할 수 있는 토크의 백미. 강호동이 자신의 쇼에 감동 코드를 창작할 수 있었던 것도 어떤 상황이든 ‘명언’으로 따뜻한 마무리를 하는 김제동을 만난 뒤부터였다. “라면을 먹는데도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며 강호동의 식성을 캐릭터화 시킨 것도 김제동. 김제동은 KBS 하차 후 MBC 의 ‘무릎 팍 도사’에서 건강이 안 좋은 유세윤 대신 출연하기도 했다.

유재석 : 김제동과 KBS 를 진행할 당시 “재치 있는 사고와 언변을 가진 친구다. 나와 성격이 비슷해 어떨 땐 샴쌍둥이 같다”며 그를 아낀 MC. 또한 유재석은 김제동이 SBS 의 ‘X맨’에서 물러나자 “공익 오락 쪽은 너만의 색깔이 있지만, 뛰어 노는 프로그램에도 자연스레 녹아들어야 좋은 사회자가 될 수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제동은 MBC 과 MBC ‘눈을 떠요’ 등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이나 혼자서 충분한 발언 시간을 가지는 같은 토크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연예인들이 뒤섞여 수많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와 쉴 새 없이 토크를 치고 들어오는 요즘의 토크쇼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MBC 의 여러 코너는 실패했고, 출연 프로그램은 점차 줄어갔다. 그리고 그는 에서 출연료가 높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김제동은 하차 직후 유재석이 진행하는 에 출연했고, 유재석은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탄 직후 그를 축하하는 김제동을 보며 “쟤는 웃고 있는데 나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승엽 : 김제동이 “처음 터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정을 주면 마음의 문을 남김없이 활짝 열어주는 댐 같은 친구”라고 말한 야구선수. 이승엽은 김제동이 대구구장 장내 아나운서이던 시절 친구가 된 뒤 당구를 함께 치고, 패션에 신경써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차로 일 나가는 김제동을 바래다주고, 그의 아버지 제사에도 참여할 만큼 무한한 우정을 보여줬다. 김제동에게 한 시즌 54호 홈런을 친 배트와 2002년 한국 시리즈 6차전에서 동점 홈런을 쳤을 때의 배트까지 줬을 정도. 김제동은 ‘무릎 팍 도사’에서 이승엽에 대해 “평생을 갚아도 부족한” 친구라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석진 : KBS 의 현재 MC. 김제동의 후임이기는 하지만 그 전에 김제동과 함께 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제동의 출연료가 높아 에서 하차 시켰다는 방송사의 입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 특히 은 신인부터 중년 연예인까지 20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게임을 벌이는 오락 프로그램으로, 레크레이션 전문가이기도 한 김제동의 능력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의 경쟁력이 예전만큼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에서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아닌 바에야 그만큼의 MC를 찾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故 노무현 : 전 대통령. 김제동은 “문상 가는 기분으로” 그의 노제 진행을 맡았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김제동의 어머니가 “크게 될 아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꼭 봐달라”는 말에 손가락을 걸고 약속해 주기도 했다. 김제동은 노제에서 떠난 사람에 대한 슬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마음과 수십만의 사람을 달래는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그리고 김제동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남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인은 그냥 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편이 좋고”, 진보에 대해 “틀을 깰 때 세상은 진보하고 앞으로 나간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김제동이 노제에 참석한 뒤, 이런 모습은 모두 배제되고 정치적 논란과 김제동의 하차만 남았다. 이는 김제동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취임하는데 국민의 도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의 사회를 맡을 때에는 없던 일이다.

손석희 : 역시 출연료가 높다는 이유로 MBC 에서 하차한 진행자. 그의 하차 후 시청률은 1%대로 떨어졌다. 손석희는 400회 특집에 김제동을 직접 섭외하기도 했다. 공중파에서 물러난 이후 김제동은 손석희처럼 많은 평범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며 일반인들에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토크 콘서트로 수많은 대중과 만나며 인터뷰어로 나서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더 이상 방송사는 김제동에게 마이크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철썩 같이 믿는 어머니가 있고, 이승엽 같은 친구가 있고, ‘까치가 울면’에서 몰래 장학금 350만 원을 줬던 아이가 있고, 그가 비 오는 날 대학축제에서 운동장 한복판에서 구르며 신발을 벗고 박수를 치면서까지 즐겁게 해준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기는 사라진다. 권력은 순간이다. 하지만 사람은 남는다. 그리고 김제동은 계속 진행할 것이다. 자신을 여전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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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과 에 함께 출연한 재범이 소속 됐던 그룹 2PM의 택연이 출연하는 KBS 의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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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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