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1. 라고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2. warning, warning, 적색경보 발령!
반의어 : 이쯤 하면 막가자는 거지요?

언어철학자 오스틴은 모든 발화는 행위를 수행한다는 의미의 화행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의 썰은 그의 이론을 발전시켜 표본, 지령, 임무, 표현, 선언의 다섯 가지로 화행을 분류하였다. 우리가 말을 하여 행할 수 있는 기본적 행동을 대부분 설명할 수 있는 이 분류표에 따르면 ‘지금은 곤란하다.’는 문장은 심리적 상태를 설명하는 표현발화에 해당하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문장은 화자가 청자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지령발화에 해당한다. 따라서 두 문장은 심리적인 상태를 이유로 청자에게 행위를 촉구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곤란함’이 ‘기다림’의 원인이 됨을 뜻한다. 그러므로 ‘곤란함’이 사라지는 순간, ‘기다림’ 역시 해제될 수 있다. 요컨대,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의 속뜻은 ‘곤란하지 않을 때 그리 해주마’인 것이다. 게다가 ‘조금만’이라는 부사는 그 결행의 시일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 평범한 문장이 이토록 심사숙고의 해석을 요구하는 이유는, 발화의 주체이자 발화를 통해 행위를 완성하는 화자의 위엄에 있다. 일본의 일간지인 요미우리 신문의 2008년 7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G20 회담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후쿠다 총리가 ‘다케시마를 일본 교과서에 일본 땅으로 표기 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대답했다.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이토록 글로벌하며 델리케이트하며 판타스틱하고 엘레강스한 대화 매너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다방면에서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저 있는 사실을 전했을 뿐인데 이 코너를 폐지하겠다고 누군가 은밀하게 연락이라도 한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할 뿐이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용례(用例)
* 빨리 TV에 복귀해서 그 재능을 펼쳐 보여 달라. /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 팀의 리더로서 애교를 좀 보여주세요. / 지금은 곤란합니다. 조금만 기다리세….. 아잉!
* 에미야, 미역국 좀 끓여 오니라 / 지금은 곤란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악! 곤란하다니까요!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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