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꿈의 무게
조진웅│꿈의 무게
“제가 실제로도 무게가 좀 있지요. 하핫” 그 남자 곽한섬, 아니 조진웅이 싱긋 웃었다. 185 센티미터에 ‘0.1톤’의 황소 같은 체구로 한 팔에 원손(김진우)을 안은 채 병사들 사이를 날아다니고 태산 같은 충성심으로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던 한섬이 처절하게 생을 마감한 뒤에도 KBS 의 조진웅은 화면에 등장한 시간의 절대량보다 훨씬 육중한 무게감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긴 배우다.

문학소년이 연극영화과에 합격하면서
조진웅│꿈의 무게
조진웅│꿈의 무게
KBS 에서 코믹한 말투의 재미교포 ‘부르터스’를 연기하던 그를 의 곽정환 감독이 눈여겨보고 캐스팅한 것은 지난 여름이었다. 송태하(오지호)의 오른팔이었지만 고문에 못 이겨 그를 발고하는, 그러나 실은 송태하의 명을 받아 배신자를 자처한 뒤 2년 동안 온갖 수모를 다 겪으면서도 새 날을 기다리는 한섬이 처한 상황만큼 그에게도 를 둘러싼 곡절이 많았다.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함구하고 있으려니 가족들까지도 왜 그랬냐고 타박하셨어요. 심지어 은행에 갔는데 직원 분이 저를 유독 쌀쌀맞게 대하시다가 ‘왜 배신하신 거에요?’ 따지시는데, 실은 이런 사연이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뜨거워서요’ 그랬죠. 나중에 진실이 밝혀진 뒤에 다시 갔더니 반겨 주시면서 ‘번호표 안 뽑으셔도 됩니다’ 하시던데, 그만큼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는 걸 실감했어요. (웃음)”

출연하는 영화마다 “맨날 조폭에 강력반 형사로 안 죽으려고 도망다니다가” 에서는 얼굴에 피 칠갑을 하고 칼까지 든 그를 무서워 한 아역배우가 촬영을 거부하고 울어 제끼는 바람에 꼬박 두 시간을 어르고 달래야 했을 만큼 범상치 않은 외모와 달리 십대 시절 조진웅은 수필을 좋아하는 문학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저 예술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보러 간 연극영화과 실기 시험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스템에 대한 질문에 “을지로 3가 쁘렝땅 백화점 등지고 왼쪽을 딱 보면 브로드웨이 극장이 있어요. 거기서 를 하더라구요” 라며 ‘배 째라’ 식 토크쇼를 선보였다가 덜컥 합격해버린 뒤부터 연극이 그의 삶 자체가 되었다.

“배우는 현장에 있을 때 제일 즐거운 거잖아요”
조진웅│꿈의 무게
조진웅│꿈의 무게
조진웅│꿈의 무게
조진웅│꿈의 무게
자본과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 비해 그가 활동했던 부산의 연극판은 ‘0’이 하나씩이 빠져 있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조진웅은 패스트푸드점 마스코트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기꺼이 단비를 내고 무대에 올랐다. “정말 열심히 훈련해서 무대 위의 전사가 되자는 마음이었죠.” 많을 때는 1년에 17편이나 되는 연극에 출연하고 공연이 없으면 워크샵 무대까지 만들어 설 만큼 쉴 새 없이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10년 이상을 보낸 끝에 그는 스펀지처럼 연기를 흡수하는 배우가 되었다. “ 끝나고 KBS 과 를 하면서 과 를 찍고 지금 MBC 를 하고 있는데,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사냐고 하지만 배우는 현장에 있을 때 제일 즐거운 거잖아요” 당당한 선언 뒤에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잘하려구요. 보통 때 저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거든요” 라 수줍게 덧붙이는 얼굴 위로 은근한 로맨티스트인 한섬과 의 장호가 스친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한섬에게 그 날이 왔듯 조진웅 역시 이제 자신이 뛰어 놀 넓은 물을 만났다. 그러나 웅크린 바위처럼 크고 단단해 보이는 이 배우의 소망은 소박하다. “에서 송강호 선배가 국정원 요원 역할을 맡았다는 얘기에 곧바로 기대가 됐던 것처럼 저도 ‘이 노래 부를게요’ 하는 것보다 관객들로부터 신청곡을 받고 싶어요. 뭐든 잘 부를 수 있게 준비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되겠죠.” 그런데 벌써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듯하다. 그를 향한 신청곡이 쇄도하는 소리가.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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