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MBC 종방 기념 기자간담회장에 김병욱 감독은 40분 늦게 나타났다. 이 날 오후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저녁 방송 전 편집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이토록 피 마르는 시스템 안에서 또 하나의 일일 시트콤을 완성한 김병욱 감독과의 짧은 일문일답이다. 그와의 보다 길고 깊은 인터뷰는 수요일에 볼 수 있다.

김병욱 “<지붕킥>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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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트콤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김병욱 감독 : 각자 자기가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듯 우리 팀은 25분짜리 이야기에 조금 강한 것 같아요. 머리 근육이 거기에 잘 맞는지 25분짜리 이야기는 좀 빨리 만들어요. 초반 한 50회까지는 좀 ‘다른’ 종류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 이후로 130회까지는 좀 부끄러운 것도 있구요. 하지만 정말 저희가 주어진 시간 중 한 시간도 허비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슬럼프가 있었다면?
김병욱 감독 : 시작하자마자 슬럼프가 왔습니다.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이 계속 위기였고, 방송을 펑크내지 않고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계속 아슬아슬하게 살얼음판에서 걸어 다니고 있었는데 얼음이 언제 깨질지 하던 중 황정음 씨가 신종 플루에 걸리면서 결국 깨졌죠. 그 정도로 방송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는 항상 지칩니다. 처음 이야기를 모아놨던 5,60회까지는 조금 자신 있게 풀어나가다가 그 뒤로는 굉장히 힘들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리고 하다 보면 매너리즘까지는 아니어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숲 속에 들어가서 전체를 못 보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아요.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없었는지.
김병욱 감독 : 지난 7월부터 오늘까지 영화 한 편, 다큐 한 편을 못 봤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단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서예요. 얼마 전 막바지에 대본이 조금 여유가 생겨서 집사람과 만두 사러 잠깐 나간 적이 있는데 차 안에 15분 정도 앉아 있다 보니 길에서 등산복 입고 오가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생소하더라구요. 9개월 동안 집에서 대본 수정하고 녹화장 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 한 거죠. 충전할 게 없이 계속 밤샘만 하니까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 같은 직장 시트콤을 해보고 싶다”
김병욱 “<지붕킥>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 에는 다양한 카메오 출연자들도 화제를 모았는데 그들을 출연시킨 비결은.
김병욱 감독 : 제가 하다 보니 연출을 1600회가량 했는데, 그래서 아는 연기자들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중에 자원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저희가 억지로 부탁한 적은 없어서 다들 즐겁게 해 주셨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연출을 많이 했던 것 때문인 것 같아요.

극 중에서 황정음의 아는 오빠로 출연한 오상진 아나운서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김병욱 감독 : 오상진 아나운서는 역시 잘 하셨는데, 아무래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잘 하셨어요.

시즌 3을 기대해봐도 될지.
김병욱 감독 :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대중의 분위기는 다를 수도 있구요, 원하시면 할 수 있는데 미래는 좀 불투명해서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인가.
김병욱 감독 : 같은 직장 시트콤, 주 1회 짜리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처럼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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