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은 얼마 전 QTV 에 출연했다. 그는 그 프로그램에서 “100명 이상의 여자들의 벗은 몸을 봤다”같은 말을 하면서 또다시 무수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누군가는 그의 발언을 두고 “또 한 번 떡밥투척”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의 발언이 통쾌하다고도 한다. 또한 그는 한 편으로 여전히 무거운 메틀 사운드를 선보이는 넥스트의 리더이자 싸이렌 음악원의 원장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남성 잡지 의 편집장을 맡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도대체 그는 왜 이토록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되는 걸까. 가 의 방식으로 신해철을 ‘모멘트 오브 트루스’ 앞에 세웠다.

에 왜 나갔어요? 방송활동도 참 대차게 시작한다 싶던데. (웃음)
신해철 : 왜 했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일단 재밌겠다 싶었고, 내 캐릭터가 위악적인데도 있으니까 저런데 나가서 듣는 사람들이 난처해할 얘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던 것도 있고.

“씨엔블루 건은 논리보다 분노의 표시”
신해철│“그렇다고 사람이 입 닥치고 살 수는 없고” -1
신해철│“그렇다고 사람이 입 닥치고 살 수는 없고” -1
반응은 봤어요? 전에는 이런 프로그램에 나오면 “신해철이 왜 저래?”, “원래 신해철은 가식이었어” 이런 말을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사람들도 “쟨 원래 지 맘대로 살아”하고 납득해버린 거 같기도 해요. (웃음) 그냥 무슨 말을 해도 되는 사람 같은.
신해철 : 하고 나서 인터넷 안 봐요. (웃음) 그런 데서 금기시 되던 것들을 말하면서 “니들이 뭐라 그러든 나는 떠들고 살 거야, 건들지 마” 이렇게 질러버리는 효과도 있긴 한 거 같은데 또 다른 선입견을 만드는 거 같아요. 다만 에서는 그런 얘기들을 나가서 한 번에 하나씩 던졌는데, 는 좀 장난기 있게 남들이 불편할 이야기를 몰아치기로 (웃음) 하고 온 것 같아서 재밌긴 했어요.

사람들이 제일 불편해 한 건 에서 100명의 여자들의 벗은 몸을 봤다는 말 같았어요. “아내도 있는 사람이!”란 반응이 많았는데 (웃음) 진짜 아내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해철 : 우리 와이프가 나보다 더 양아친데 뭐. (웃음) 그리고 내가 마흔이 넘었고 락스타를 몇 년 했는데 그 정도야. (웃음) 에서는 안 나간 부분이긴 한데, 그 방송 나가고 했던 강연에서 학생들한테 그랬어요. 어떤 사람은 1000명하고 자고,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한 명과 잤을 때 어느 쪽이 선악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그런데 만약 한 사람하고만 잤던 사람이 단지 애를 책임지기 싫어서 네 번 애를 떼었다고 하면 그건 뭐라고 해야 하냐. 성인들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태에서 가진 성관계의 많고 적음이 문제냐, 아니면 상대방을 어떻게 대했느냐의 문제냐라고 얘기했는데 의외로 어린 학생들이 이해를 잘 했어요. (웃음)

그런데 미디어를 통해서는 말의 맥락이 사라지고 헤드라인만 남는데, 그런 것들이 억울하지는 않아요?
신해철 : 을 할 때는 이런 저런 사안에 대해서 보충 설명을 해줄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설명해줄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라디오를 관두니까 불가능해 졌어요. 씨엔블루 건에 대해서도 이 있었으면 상세한 설명을 했을 텐데 이제는 내 발언이 툭툭 잘라져서 오해하기 쉬운 상황으로 나가게 되죠. 그런데 할 때는 방송에서 하는 온갖 이야기를 다 기사화시켰으니까 일장일단이 있어요. 그렇다고 사람이 입 닥치고 살 수는 없고.

씨엔블루에 대해 가짜밴드라고 한 건 글을 올려서 자세히 설명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안 했나요?
신해철 : 그게 내가 정식으로 의견을 올린 게 아니잖아요? 사이트에 댓글을 단 거예요. (웃음) 댓글 단 것도 기사가 되는구나했는데, 오해를 할 수 있으니까 더 상세한 설명을 붙여서 이번 건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러 문제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대중이 “씨엔블루가 밴드면 파리가 새다”라는 간단한 문장 몇 개에는 열광해도 점잖게 음악적인 문제에 대해 장문의 글로 호소하는 건 개뿔, 아무도 안 볼 것 같더라고. (웃음)

하지만 신해철 씨의 글은 그냥 댓글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사람의 의견이라는 걸 누구나 알잖아요. 그런 표현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신해철 : 저는 제일 무책임한 건 문제를 외면하는 거라고 봐요. 씨엔블루 건은 가짜 밴드의 생산 시스템이 예외적인 케이스가 되는 게 아니라 아예 시스템화 되는 걸 방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논리보다는 분노감의 표시가 됐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에 이런 문제가 또 생긴다면 그 때는 더 제대로 얘기를 해야겠죠.

“심지어 작곡가 중엔 가요만 듣고 가요를 만들기도 한다”
신해철│“그렇다고 사람이 입 닥치고 살 수는 없고” -1
신해철│“그렇다고 사람이 입 닥치고 살 수는 없고” -1
씨엔블루 건하고 연결해서, 요즘 싸이렌 음악원을 운영하잖아요. 밴드를 위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게 독특하던데요.
신해철 : 밴드를 위해서만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실용음악 학원이 보컬 파트가 제일 장사가 잘 되니까 보컬 파트만 갖춰놓고 학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기악 파트를 모두 갖춰놓고 그게 연계가 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니까 밴드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보컬만 있는 음악학원은 기형이에요. 애들이 보컬을 배우다가도 악기 하나 둘은 다뤄야겠다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돈 벌려고 보컬만 하는 학원은 죽어도 못 하겠더라구요.

음악원의 목표가 뭔가요?
신해철 : 인디 밴드를 제작해보니까 인디밴드들은 이미 나이가 차서 먹고 사는 일을 고민하면서 음악과 인생을 어떻게 절충하느냐를 생각해야 해요. 음악 색깔도 만들어진 상태고. 그래서 아예 중학생 정도의 어린 나이부터 잡아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전에 신인 오디션을 하는데 실용음악 학부 다닌다는 애가 오디션 용 노래 딱 한 곡만 부를 수 있는 거예요. 딱 한 곡만 일 년 내내 배워서 실용음악 학교에 들어간 거죠. 심지어 비틀즈가 누군지 모르는 애들도 있고. 그래서 어렸을 때 듣는 거부터 시작해서 어떤 부분들을 짚고 넘어가야할지 이론적인 맥락을 만들어서 가르쳐야겠다 싶었어요. 일단 들을 줄 알아야 자기가 무슨 음악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는데 아무도 안 가르쳐요.?

요즘 주류에서 소비되는 음악들의 폭이 굉장히 좁긴 하죠. 빌보드 차트 상위권의 곡들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지 않으니까.
신해철 : 심지어 작곡가 중엔 가요만 듣고 가요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 (웃음) 이건 심각한 거예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떨어지는 후진국 애들도 6,70년대 음악부터 들으면서 거기서 엑기스를 뽑아서 새롭게 해석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전의 재산이라는 게 통째로 소멸 돼 버렸어요.

아이들은 원래 사회적인 음악 인프라로부터 그런 걸 배우는데 그게 안 되니까? 사교육으로 해결하는 거네요. (웃음) 그만큼 한국에서는 음악을 배우려면 돈이 꽤 들어요. 락의 태생을 생각해보면 괴리가 있는 건데요.
신해철 : 클래식 레슨 하는 곳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지만, 사실 평범한 아이가 우리 학원에서 악기를 사고 레슨비를 내면서 강습을 받는 건 못 사는 집 아이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도 믿는 건 돈 없어도 음악에 미친 애들은 어떻게든 한다는 거예요. 그 애들은 돈이 없어서 지금 나와 못 만나고 있지만 독학은 하고 있을 거고, 결국 어디서든 나와 만날 거예요. 그리고 이 학원이 운영이 잘 되면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장학금 제도를 확충하는 게 희망이에요.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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