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란 소년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성장의 날들이 끝나고, 소속을 벗어나 오롯이 혼자만의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서야 할 때,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청년이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정확히 알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국민 그룹’이라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던 god의 마당을 벗어난 데니 안 역시 그러한 혼란의 시절을 겪었다. 영화 의 뮤지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기타를 배우며 다른 사람이 되는 희열을 경험한 그는 2008년 한해에만 , , 등 세 편의 연극에 출연했으며, SBS 아침드라마 을 통해 인물과 긴 호흡을 함께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마치 이정표 없이 내달리는 청춘처럼,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듯 종횡무진을 거듭하던 그가 차라리 편안해 보인 것은 본연의 성격을 숨길 필요 없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였다. “원래도 고집이 센 편이에요”라고 예능 적응 비결이 딱히 없다 말하는 그는 아첨하지 않는 특유의 예리함으로 오히려 웃음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KBS 의 ‘백호’를 연기하는 그는 자신의 고집을 지키기 보다는 타협과 융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얻는 법을 배운 듯 보였다. 주인공을 독차지하던 초반의 작품들과 달리 극 중반에 퇴장해 버리는 인물인데다가 팬들을 열광시킬 카리스마도, 명장면으로 기억될 멋진 대사도 없는 캐릭터이지만 ‘백호’는 데니 안이 사극이라는 전혀 기대하지 못한 장르에도 잘 녹아 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물론 여전히 그는 “아랫사람들은 제가 다 이기거든요. 그런데 하필 송태하 같이 강력한 인물하고만 싸워서!” 라고 농담 섞인 투정을 부리거나 “승마 연습을 하다가 낙마했는데, 정작 드라마에서는 말 타는 장면이 없었어요”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성격 있는’ 입심을 감추지 않는다. 지켜야 할 바탕과 꺾어야 할 고집의 리듬감을 찾기 시작한 그에게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그래서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가 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에서는 어쩐지 성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1. 임재범의
“저에게는 앞으로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노래가 될 것 같아요”라고 데니 안이 첫손에 꼽은 노래는 그가 출연한 드라마 의 삽입곡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임재범의 ‘낙인’이다. 절절한 가사와 드라마틱한 구성, 그리고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곡의 요소들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임재범의 탁월한 가창력이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 드라마의 감정적인 클라이막스마다 등장해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장혁 형과는 실제로 형제 같은 사이기도 해요. 데뷔하기 전부터 저랑 계상이가 형의 연기 연습 상대를 많이 했었거든요. 최근에도 드라마 촬영장에서 저만 보면 형이 절권도를 전도한다고 두 시간씩 잡아두고는 했어요. 계속 ‘해봐!’하고 강요하면서 말이죠.”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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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이나믹 듀오의 < Taxi Driver >
실제로 특별한 친분은 없지만, 데니 안은 다이나믹 듀오의 신보를 반드시 챙겨 듣는 팬으로서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 봐 왔다. 그중에서도 바비 킴의 유연한 피처링으로도 유명한 ‘불면증’은 데니 안이 가장 좋아하는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다. “정말 테크니션으로서도 다이나믹 듀오는 최고에요. 거기다가 거칠고 단순할 것 같은 힙합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탈피해서 언제나 곡 자체의 세련됨으로 승부하는 프로듀싱 능력도 정말 좋아요. 제가 god에서도 랩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사실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갱스터한 느낌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곡들이거든요.”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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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손호영의 < Yes >
“god 멤버들이야 말로 저에게는 형제들이죠”라고 말하는 데니 안은 그룹 이후 멤버들의 행보에도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낸다. “원래 그룹에서도 보컬로서 역량을 발휘하던 태우는 같은 느낌을 좀 더 잘 다듬어 나가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아요. 그렇지만 호영이는 그룹에서 가졌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좀 더 대단해 보이는 점이 있어요. 원래 춤을 잘 추는 친구였는데 god의 안무는 좀 단순해서 능력을 숨기고 있었거든요. 하하.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무대가 기대될 정도에요.” 그래서 김태우의 ‘사랑비’도 물론 즐겨 듣지만, 특별한 응원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데니 안은 손호영의 ‘운다’를 우선 추천했다. “예전에는 여자애처럼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정말 남성적인 매력이 뿜어져 나오지 않아요?”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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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태지의 < Seotaiji 8th Atomos Part Moai >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소녀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 역시 한때는 누군가를 동경하는 팬이었다. 그리고 데니 안의 애정이 가장 크게 발휘되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서태지다. “열혈 팬을 자청합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한순간도 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어요”라고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를 들뜨게 하는 서태지 역시 그룹으로서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후 독자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데니 안의 행보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스타로서 그는 항상 팬들을 궁금하게 만들어요. 그 점 때문에 팬들이 쉽게 스타를 떠날 수 없는 것 같아요”라는 그의 생각이 솔로로 달려가는 데니 안의 선택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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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우스룰즈의 < Cheers! >
끝으로 데니 안이 추천하는 노래는 음악은 물론 퍼포먼스로도 확고한 스타일을 가진 덕분에 하우스 파티의 단골손님으로 활약하는 하우스룰즈의 ‘Cheers!’다. 음악 작업과 색소폰을 담당하는 서로, 댄서 파코와 영효를 중심으로 유연하게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을 이끌어 내는 하우스룰즈는 일렉트로닉하면서도 흥겨운 음악으로 장르 마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원래 이런 스타일의 노래를 잘 들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하우스룰즈의 노래에 반해서 듣다 보니까 이 장르도 굉장히 매력 있더라구요. 그래서 언젠가 하우스룰즈와 같이 음악 작업을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마 데니 안은 음악을 통해 새로운 형제를 만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데니 안│인생의 형제처럼 아껴 온 노래들
드라마 출연 이후 ‘배우’로서의 정체성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갖게 된 데니 안은 스스로 “아쉽게도 백호는 일찍 죽었지만 내 연기는 앞으로 시작이다”라고 팬카페에 심경을 밝히며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를 부탁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god같은 그룹을 내 손으로 직접 키워내 보고 싶어요”라는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당분간은 MBC 에브리원 의 공동 진행자로서 조금 다른 길을 가겠지만 그 역시 성장하는 남자 데니 안에게는 좋은 배움의 터전이 될 것이다. “이수근, 김태훈 형이 대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달변이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본을 잘 숙지하고 있다가 중간 중간 정리 해주는 역할이에요.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역할이라니까요.”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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