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2003년 강풀의 , 2005년 강도하의 등이 등장하며 한국 만화의 패러다임은 지면 위의 컷 만화에서 인터넷 웹툰으로 옮겨갔다. 이처럼 웹툰이 단순히 지면을 잃은 만화가들의 도피처가 아닌 또 하나의 창작 공간으로 인정받으면서 팀 풍경, 네스티캣 등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2세대 웹투니스트들이 등장할 수 있었는데, 외모 콤플렉스의 질병적 형태인 외모 바이러스에 맞서는 이발사의 활약을 그린 하일권 작가의 역시 이즈음 등장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라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입학했어요. 중고등학교 때 이나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웹툰이라는 걸 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색을 쓸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종 스크롤의 형식 때문에 페이지나 컷의 제약이 없는 연출도 가능할 것 같았고요.”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는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마우스 휠을 내리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색상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드러내는 기법이나, 가로가 아닌 세로로 텍스트를 배치해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웹툰의 표현 방식을 확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최근작인 역시 수구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끌어들이는 동시에, 가로로 길게 늘어선 등장인물들을 세로로 배치하거나, 스크롤을 내릴수록 벌어지는 틈새를 통해 주인공 배수구와 아버지 사이 관계의 단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기왕 웹툰으로 연재를 하는 만큼 스크롤 방식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런 독특한 소재와 형식적 실험과 달리 그의 작품은 종종 자기애의 회복(), 착한 성품(, 부모의 사랑(, ) 같은 다분히 전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더 복잡해지고 정확한 건 하나도 없어지는데 그 와중에 놓치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싶었어요. 다만 그걸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독특한 설정으로 새롭다는 느낌을 주고 그걸 통해 단순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그런 가치가 통하지 않는 극단적 환경을 설정하는 것 같고요.” 말하자면 하일권 작가의 독특한 스토리와 고전적 주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닌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이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위해, 자기 키만한 가위를 들고 다니는 이발사()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같은 특이한 캐릭터를 창조해냈던 하일권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빼앗았던 캐릭터들이 등장한 드라마들을 소개했다.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美 (Dexter)
2006년 Showtime
“군대 다녀오고 나서 아는 형이 추천해줘서 본 드라마였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덱스터(마이클 C. 홀)라는 캐릭터가 악인을 처단한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사이코패스에 연쇄살인마잖아요. 객관적으로 볼 때 악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순간 그를 히어로처럼 받아들이고 공감을 하게 되는 게 흥미로웠어요. 공권력에 잡혀야 마땅한 사람인데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의 살인에 묘한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그래서 과연 마지막 시즌에서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덱스터를 해방시킬지, 그게 가장 궁금해요.”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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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Hero)
2001년 후지TV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코헤이(기무라 타쿠야)보다는 그를 둘러싼 도쿄지검 형사부의 인간 군상이 더 공감 가고 재밌었어요. 서로 물고 물리는 그런 관계망이 정말 완벽하게 짜였다는 느낌이었어요. 그 중에서도 여주인공 아마미야(마츠 다카코)를 좋아하는 에가미 검사(카츠무라 마사노부)와 그의 사무관인 타카유키(코히나타 후미요)와의 관계가 재밌어요. 만약 타카유키가 자기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에가미는 일을 잔뜩 줘서 괴롭히고, 또 타카유키는 어떻게든 받아치려 하고. 요즘 MBC 에서도 느끼는 건데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으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어떤 상황에서든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아요.”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MBC
2008년, 극본 홍진아 홍자람, 연출 이재규
“역시 는 강마에(김명민)의 드라마죠. 굉장히 까칠하긴 하지만 조금씩 인간적인 틈을 보이면서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인 생명력을 얻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한 번에 마음을 다 열지도 않고. 참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인 거 같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대관령 해맞이 언덕에서 두루미(이지아)가 끌어안을 때 강마에가 조심스럽게 안는 모습이었어요. 어떤 강했던 의지가 부러지는 느낌? 시각적으로도, 항상 단정하던 그의 머리가 바람에 헝클어졌는데 그게 어떤 마음의 흔들림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만화가 하일권│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
“기회가 된다면” 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하일권 작가는 애니메이션 연출에 대한 꿈을 숨기지 않았다. “분명히 만화인데 음악과 목소리와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같은 그림체더라도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잖아요.” 그래서 그가 웹툰 안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실험은 결국 더 효과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에서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BGM도 따로 제작해서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이 많았어요. 애니메이션과 달리 스크롤 내리는 속도와 BGM이 완전히 매치되진 않잖아요. 작품과 음악의 기승전결이 딱 맞으면 좋다고 느끼지만 그게 아니면 오히려 몰입이 방해됐던 거 같아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죠.” 마술을 소재로 한 웹툰을 6월 즈음 연재 목표로 준비 중인 그는 과연 그 고민의 해답을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을까. 올 해 여름을 기다릴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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