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My name is...
김지호│My name is...
My name is 김지호(金志浩). 뜻 지에 넓을 호를 쓴다. 그런데 정말 나랑 같은 이름 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더라.
태어난 날은 198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다. 여자 친구가 있을 때면 모를까 생일 때는 정말 외롭다. 다들 자기들끼리 크리스마스를 보내니까. 친한 친구들도 연락 한 통 없다. 그럴 때 연락해주는 의리 있는 솔로는 박지선, 오나미다. 지선이는 생일 때마다 “오빠 뭐 해, 드라이브 가자”라고 연락한다.
아버지께서는 전직 경찰관이시라 굉장히 무서우시다. 심지어 젊었을 땐 복싱 선수셨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족끼리 바다로 놀러 간 적이 있는데 해변에서 술 취한 젊은이 4명이 아버지께 시비를 걸었다. 어머니가 말리셨는데 그 친구들이 아버지께 술을 뿌리고 담배꽁초를 던지자 아버지가 주먹을 다섯 번 휘둘렀고, 그 순간 4명 모두 바닥에 뻗어버렸다. 아마 처음 맞은 한 명이 두 대를 맞았겠지. 그 이후로는 절대 아버지에게 반항하지 못했다.
7살차이 나는 누나가 있다. 나이 차가 상당하다보니 나를 업어 키웠다. 고등학교 때는 내 과외비 마련하겠다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젠 그 때 받았던 걸 조카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있다. 생일 선물로 장난감도 선물하고.
미니홈피에 허경환이라는 사람이 일촌신청을 했다. 처음에는 동기 경환이인줄 알고 물어봤는데 그냥 일반 고등학생이더라. 그런데 일촌을 받아줬더니 그 친구가 내 미니홈피 일촌평에 ‘저희 많이 사랑해주세요’라고 남겼다. 그러니 내 홈피에 오는 사람들은 개그맨 허경환인줄 알고 그 사람 홈피에 들어가는 거다. 그런 식으로도 사람을 낚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고등학교 때 많이 했다. 아버지께서 네가 벌어 네가 쓰라는 주의셨다. 그런데 당시 아르바이트는 한 달을 꽉 채워야 돈이 나와서 미처 한 달을 채우지 못할 때가 많았다. 신문 배달도 그렇고. 그나마 오래 할 수 있었던 게 15일에 한 번씩 급여가 나오는 햄버거 가게였다.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는 카운터가 있고, 그릴에서 햄버거 굽고 빵 만드는 주방이 있고, 무거운 거 옮기고 청소하는 잡일 이렇게 3가지가 있다. 나는 잡일 파트였다. 카운터를 되게 하고 싶었는데 안 써주시더라.
대학로에서 (이)수근이 형, 노우진 선배, 김병만 선배 여럿이서 ‘울트라맨’이라는 개그 공연을 했었다. 다들 무명이었을 때다. 연극배우들이 하루에 라면 한 끼 먹으면서 공연한다는데 정말 우리도 컵라면 하나 먹으면서 공연했다. 추운 날 대기실도 없이 계단 옆에서 기다리다가 순서 되면 나가고.
(박)성광이는 평상시에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그걸 갑자기 코너로 만든다. 며칠 동안 머리도 안 감고 술 취한 것처럼 굴다가 어느 날 그게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 같은 게 나오는 식이다. 그렇다고 그냥 즉흥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예전이나 지금이나 회의나 연습하는 시간은 신인 때 그대로 유지한다.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다. 녹화를 7시부터 들어가면 2시부터 술 취한 연기를 시작하고 있다.
KBS 공채 16기 시험을 봤었다. 병아리 한 마리 목에 큰 개목걸이를 달고 ‘마운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교육을 시키는 개그였다. “앉아! 물어!” 이러면서. 정말 되도 않는 개그였는데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 될지도 몰랐다. 그걸 이겨냈어야 했는데.
KBS 에서 공개된 날씬한 시절 사진은 스물한 살 때 즈음 찍은 사진이다. 영화 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나서 찍었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해서 열 달 정도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살이 많이 붙었다. 담배 사러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불법 유턴하는 자동차에 치여서 날아갔다. 전후방 십자 인대고, 근육이고, 연골이고, 무릎을 연결하는 모든 것이 끊어졌었다.
처음 윤형빈 선배와 짰던 개그는 청소년이 아닌 담배 피우는 여자 친구에게 노래로 훈계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PD님께서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게 문제가 되느냐고 하셔서 대상이 청소년으로 바뀌었다. 코너 제목도 그냥 왠지 웃길 거 같아서 ‘그린벨트’로 지었었는데 PD님께서 ‘드라이클리닝’이라는 제목을 제시해주셨다.
동기들 중 최고의 ‘또라이’는 박영진이다. 아… 세상에 세상에 그런 ‘또라이’는 처음 봤다. 개그맨들끼리 있으면 누가 갑자기 웃통을 벗고 이상한 짓을 하고 그걸 이기겠다고 누구는 바지를 벗는데, 그런 경쟁의 최종 승자는 결국 박영진이다. 며칠 전에는 전화 걸었다가 할 말이 생각 안 나서 “영진아, 있잖아…” 이러는데 “없어!” 하고 끊더라. 하하.
‘드라이클리닝’ 앨범이 나온다. 우리들끼리 기념하자고 만든 거다. 물론 행사에 대한 의욕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하하. (윤)형빈이 형네서 녹음 다 했고 곧 나올 거다. 음원을 등록해서 미니홈피 배경음이나 벨소리 쪽으로도 지원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형빈이 형 빼면 다들 음치 박치라 녹음이 너무 힘들었다.
세뇨리따 역을 하며 대머리 가발을 쓸 일이 많았는데 분장팀에서 머리를 좀 짧게 깎으라고 했다. 그래서 머리를 깎으러 가서 그 얘길 했더니 갑자기 바리캉으로 삭발을 하시는 거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삭발하려는 거 아니냐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남은 머리로 어떻게든 스타일을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지금 같은 모히칸 스타일로 만들어줬다. 완전 마음에 들어서 그 이후로는 그 집에만 간다.
(이)수근이 형이 레크레이션 진행하는 걸 처음 봤을 때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것처럼 웃어봤다. 앞에서 사회 보는 사람이 브라질에서 누가 왔다고 소개를 하면서 불을 끄면 갑자기 복도 문을 확 열고 헝클어진 가발 쓰고 대걸레 들고 찢어진 옷 입고서 상파울로에서 온 ‘안토니오 반만되라’면서 등장한다. 동작 하나하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웃기다. 그건 정말 봐야 알 수 있다.
랩을 원래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도 드렁큰 타이거나 윤미래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좋아했다. 그 이후로는 리쌍과 다이나믹 듀오를 좋아했고. 지금 내 노래방 18번은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 놈’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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