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꾸미고 찍으면 되게 멋있을 거 같은데?” 광수의 사진 촬영이 끝난 뒤 포토그래퍼는 말했다. 정말 그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모델 일을 했을 정도로 쭉 뻗은 다리와 팔은 탁월한 신체비율을 이뤘고, 남자답게 뚜렷한 이목구비는 핸섬하진 않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개성과 매력을 만들어냈다. 옷을 갈아입을 때 드러난 어깨와 팔은 오랜 운동으로 다져져 굵으면서도 섬세한 결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것이 끝난 이후 천천히 광수라는 사람을 되짚었을 때 조합되는 모습이다. 그의 남자다운 외형, 그리고 그와 달리 대답마다 “아하하하” 쑥스러운 웃음을 붙이는 수줍은 태도, 그 하나하나의 디테일들은 정작 얼굴을 맞댔을 땐 보이지 않는다.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존재감이 모든 디테일들을 지워버린다.

“전 뭘 하든 좀 웃긴가 봐요”
광수│키다리 청년이 빛나는 법
광수│키다리 청년이 빛나는 법
신인에게 있어 눈에 잘 띄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 광수는 축복받은 신인이라고 할 수 있다. MBC 에서 인나, 줄리엔과 함께 자옥이네 하숙집 조연 3인방의 한 축을 당당히 이루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인물과의 투샷을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큰 키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곱슬머리,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수염은 극의 맥락과 상관없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시각적 존재감이란 비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 데뷔라 할 수 있는 SHOW ‘공대 MT 편’ 광고에서도 그는 아름이를 우러러보는 수많은 공대생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고, 첫 연기 데뷔작인 MBC 의 만수는 단지 바가지 머리와 안경만으로도 온 세상 게임 엔딩은 다 경험해본 오타쿠의 포스를 뿜어댔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키가 훨씬 크고 동작도 크다 보니까 뭘 하든 좀 웃긴가 봐요. 군대에서도 고참들이 홈쇼핑 바지 모델 포즈 같은 걸 시키면서 재밌어 하더라고요.”

사실, 돈이 없어 소주 한 잔 먹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거나 오디션을 앞둔 인나를 보내며 진로를 고민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광수 캐릭터와 그의 연기 자체는 그다지 우스꽝스럽지 않다. “처음에는 과도한 모션을 취하고 연기에 살을 붙이려했는데 김병욱 감독님께서 자제시키셨어요. 대신 오버하지 않고 대본에 충실한 연기로 상황의 재미를 찾는 걸 배우고 있죠.” 같은 시트콤 장르 안에서도 전혀 다른 접근법에서 시작하는 것을 경험한 그는 작품마다 요구하는 연기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의 연기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어딘가 과장된 캐릭터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외출했을 때, 알아본 학생들이 툭 치고 도망가거나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는” 경험은 그가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은근 슬쩍 보인 빨간 양말처럼
광수│키다리 청년이 빛나는 법
광수│키다리 청년이 빛나는 법
광수│키다리 청년이 빛나는 법
광수│키다리 청년이 빛나는 법
으로 신인으로서 만족할만한 커리어를 쌓은 그가 그 이후의 세계를 벌써 고민하는 건 그래서다. 멋있거나 슬픈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지 말고 지금 캐릭터를 유지하라는 조언과 지금 연기 변신을 하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조언 사이에서 “양쪽 말이 다 맞아서 고민”하는 그의 진지한 표정은 낯설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이것은 미술도 배우고, 모델 일도 해보고, 방송연예과에도 진학하며 뭐 하나 꾸준히 하지 못하던 그가 자신의 길로 받아들인 연기를 더 잘, 그리고 더 오래하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미 존재 자체로 눈에 띄는 이 장신의 청년에게 필요한 건 좀 더 느긋한 호흡으로 자신의 디테일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을 때 슬쩍 보인 정열의 빨간색 양말처럼, 그는 아직 보여줄게 너무나 많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